“중국 어선 수백 척이 저장성(浙江省)을 출발, 조어도 인근 해역에 진입한다. 중국 국가해양국 소속 해경선(海警船)들이 어선단을 호위한다. 일본 해상보안청 소속 순시선들이 중국 어선들을 저지하기 위해 출동하면서 양국 선박들이 대치한다.
이 와중에 어부로 가장한 인민해방군 해군육전대(우리나라의 해병대)대원들이 센카쿠 열도에 상륙한다. 이들이 조어도를 점령하자마자 인민해방군은 대기 중이던 함정과 전투기 등을 동원해 방어 작전을 벌인다. 일본 자위대는 센카쿠 열도를 탈환하기 위해 함정과 항공기를 집결시킨다. 자위대 공수부대가 미군의 지원을 받으며 조어도에 투입돼 인민해방군을 섬멸한다.”
일본 자위대가 가정한 중국 인민해방군이 점령한 센카쿠 열도 탈환 시나리오 중 일부 내용이다. 일본 자위대는 작년 11월 1일부터 18일까지 육·해·공 자위대 3만4000명을 동원해 섬 탈환 훈련을 실시했다. 일본 자위대는 최근 수년간 2년에 한 번꼴로 미군과 공동으로 섬 탈환 훈련을 실시해왔지만 단독으로 육·해·공 자위대를 동원해 국내에서 훈련을 실시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다.
자위대가 조어도를 상정해 훈련한 곳은 오키나와 본섬으로부터 남동쪽으로 400㎞ 떨어진 무인도 오키다이토지마(沖大東島)이다. 자위대는 이 섬을 적군에 빼앗겨 점령당한 상황을 가정했다. 훈련에선 해상자위대의 호위함이 함포 사격을 하고 항공자위대 F-2 전투기가 폭격을 가하는 가운데 나가사키(長崎) 사세보(佐世保)기지에 주둔하는 육상자위대 특수부대원 100여 명이 수륙양용 공기부양선인 호버크래프트를 타고 상륙했다. 상륙 훈련에는 오키나와 서쪽 끝의 구메지마(久米島)에서 띄운 육상자위대 소속 무인정찰기도 동원됐다.
중국 해군은 2013년 10월 18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태평양에서 북해‧동해‧남해 함대가 모두 참가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해상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은 홍군과 청군으로 나뉘어 실전에 가까운 자유 공방전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중국 군부에선 최근 들어 일본과의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뤄위안 (羅援) 중국 군사학회 부비서장(육군 소장)은 “댜오위다오를 군사훈련 구역과 미사일 발사 구역에 포함시키고 섬을 탈환해야 한다”면서 전쟁불사의 의지를 보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설(2013년 10월 30일자)에서 “중일 간에는 이미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으며 전쟁을 준비하는 단계로 돌입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양국이 조어도를 놓고 전쟁을 벌인다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홍콩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은 2013년 9월 1일자에 시나리오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이지스함을 앞세운 일본 해군과 공군은 미국의 지원 아래 제1다오롄을 돌파하려는 중국의 항모 랴오닝호를 개전(開戰) 수 시간 내에 격파하고 중국 해군의 활동 범위를 제1 다오롄 이내로 묶어두는 작전을 펼칠 것이다.
이에 대응해서 중국 인민해방군은 일단 해역(海域)과 공역(空域)의 전쟁 공간을 입체적으로 확대해서 일본 해군을 불리하게 만들 것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어 미사일을 발사해 일본의 이지스함을 무력화(無力化)시킨다.”
이런 가상 시나리오는 실제 상황이 될 수 있다. 양국의 전쟁에서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조어도 전쟁은 해군력과 공군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 분명하다.
제임스 홈스 미국 해군대학 교수는 “양국이 막상막하지만 일본이 우세한 편”이라고 내다봤다. 그 이유는 실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력보다는 타격능력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밀타격 능력은 중국보다 뛰어나며 레이더나 이지스함의 정교한 운용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중국의 정밀타격능력은 아직까지 일본만한 수준은 아니다.
특히 중국과 훈련 경험을 가장 많이 해본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보다는 일본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바실리 카신 러시아 전략기술분석센터 소장은 “중국은 해·공군력에 있어서 전체적으로 수적인 면에서는 우세를 보이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일본에 크게 뒤진다”고 지적했다. 카신 소장은 “특히 첨단 무기의 경우, 중국은 운용 경험이 턱없이 부족할 만큼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이 일본의 군사력을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는 11월 20일 연례 보고서에서 “중국이 군사력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앞으로 5∼10년에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이지스함과 잠수함에서 괄목할 만한 기술 개발을 이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의 ‘히든카드’는 052D급 이지스 구축함이다. 052D급 구축함은 052C급 구축함의 개량형으로, 중국은 이미 4척을 건조했고 2014년까지 6척을 추가 건조할 계획이다.
중국의 또 다른 무기는 DF(東風)-21D이다. DF-21D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지대함 탄도미사일(ASBM)이다. 지상에서 발사해 항모를 타격할 수 있어‘항모 킬러’라고도 부른다. DF-21D는 기존 중거리 탄도미사일 DF-21의 개량형으로, 사거리는 1500~3000km로 추정된다. 길이 10.7m, 직경 1.4m, 중량 14.7t인 DF-21D는 수직으로 대기권을 뚫고 날아 올라갔다 마하 10의 속도로 항모를 향해 떨어진다. 자체 방어력으로는 막아낼 수 없는 위력이다. 더욱이 탄두 여러 개를 한 번에 탑재할 수 있는 다탄두(MIRV)라 MD체제로 막기가 어렵다. 때문에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일본과의 조어도전쟁을 벌였을 경우 승리할 수 있다.
월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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