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말기암’ 고통스러운 죽음 대신 존엄사 택한 브리트니
“삶을 반추하고 가치 있는 것들 놓치지 말고 오늘을 즐겨라”
브리트니 메이나드 / 사진 브리트니 기금 제공
말기암으로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면 어떻게 할까?
미국의 29살 새색시인 브리트니 메이나드가 말기암의 고통스런 죽음 대신 약을 먹고 편안히 눈을 감는 ‘존엄사’를 선택하고, 심경을 ‘브리트니 재단’ 홈페이지(http://www.thebrittanyfund.org)에 동영상으로 올리면서 세계인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2012년 결혼한 메이나드는 최근 남편의 생일인 10월30일의 이틀 뒤인 11월1일 의사가 처방한 약물을 먹고, 남편과 부모,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배경으로 남편과 함께 살았던 침대에서 죽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리트니는 존엄사 확대를 주장하는 ‘연민과 선택’(Compassion and Choices) 단체의 도움으로 자신의 심경을 필름에 담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브리트니 메이나드 결혼식 / 사진 브리트니 기금 제공
100살 시대라고 하지만 많은 이들은 죽음을 앞두고 병원의 인공적인 생명연장 장치에 의존해 항생제를 투입받으며 의미없는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2012년 결혼한 새색시 메이나드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사 대신 존엄사를 택했다. 악성 뇌종양 말기암 환자로서 고통 속에 삶을 연명하는 것보다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담담하게 최후를 맞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메이나드는 올해 1월 심한 두통 증세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뇌종양 진단을 받았고, 최대 10년간 살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나중에 받은 추가 검사에서 다시 6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악성 뇌종양이 환자를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음으로 몰고간다는 얘기를 듣고 스스로 최후를 결정하기로 했다.
당장 거주지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오리건주로 옮겼다. 오리건주는 1994년 ‘존엄사법’(Dead with Dignity Act)을 제정한 미국의 5개 주 가운데 하나다. 오리건을 비롯해 워싱턴, 몬태나, 버몬트, 뉴멕시코주가 존엄사법을 제정해 놓고 있다.
존엄사는 의사가 약물을 환자에게 투입하는 ‘안락사’(euthanasia)와는 다르며, 조건은 △6개월 이하의 말기 시한부 환자 △2차례 구두 신청과 2명의 증인 △2명 이상의 의사에게 진료 및 상담 등이다. 외신은 1997년 이후 1170명 이상이 이러한 존엄사 처방을 받았고, 이 가운데 절반 이하가 실제 실행에 옮겼다고 전했다.
메이나드는 자신의 존엄사와 관련해, “절대 자살이 아니다. 나는 살고 싶었지만 아직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영상에서 “옐로스톤과 알래스카 등 많은 곳을 여행했다. 죽기 전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그랜드 캐니언에 가보고 싶다”며 아쉬움을 말했다. 또 “삶을 반추하고 가치있는 것들을 놓치지 말고 오늘을 즐겨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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