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뛰어넘는 흥행… 원인은?
'돈 되는 사업' 인프라에 집중… 英·獨·佛 등 유럽참여 끌어내
-한국, 좀 더 실리 챙기려면
상임이사에 한국인 배치하고 'AIIB 발주' 대형 프로젝트에 국내기업 공사 지분 늘려야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창립 회원국이 최소 47개국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재정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신청 마감일인 31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참가 신청서를 제출한 국가는 46개국이다. 이 명단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참가 의사를 밝힌 대만을 합하면 47개국이다.
일본은 이날 미국과 함께 불참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기테라 마사토(木寺昌人) 중국 주재 일본 대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일본이 수개월 안에 AIIB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도 가입하려 했으나 중국이 거절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의 인터넷 경제매체 '이머징마켓'은 30일 중국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지난 2월 AIIB 가입 의사를 전달했으나 가입 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의 금융·경제 체제가 국제기구에 참여할 수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10월 창설을 제안해 작년 말 창립 회원국을 1차 마감했을 때만 해도 AIIB엔 21개국이 참여하겠다고 했는데, 올 들어 가입국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됐다.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AIIB 참여국 급증 원인
AIIB는 도로, 철도, 통신 등 아시아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게 된다. AIIB의 작동 방식은 기존 국제금융기구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아시아 각지의 인프라 투자 수요 중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프로젝트에 관해 AIIB가 자체 조사를 한 뒤, 타당성이 입증되면 투자금 유치가 시작된다. AIIB가 채권을 직접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AIIB와 민간 자금이 함께 들어가기도 한다. AIIB는 고속도로 통행료나 전기료 등으로 투자금을 회수한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AIIB가 '인프라 투자'로 목적을 분명하게 제시한 게 참여국 확대라는 흥행에 성공한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기존 일본 주도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은 빈곤 퇴치, 개도국 교육·문화 사업 지원 등의 프로젝트에 힘을 쏟았다면, AIIB는 돈 되는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먹혔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이 서부 대개발 사업에 지난 2000년부터 15년 동안 들인 돈이 4조8390억위안으로 집계됐다. 지금 환율로 계산하면 한 해 평균 500억달러 넘는 돈이다. 자국에 깔린 이 인프라를 유럽과 다른 아시아 국가로 계속 연결한다는 게 중국의 기본 구상이다. 향후 아시아 지역 인프라 사업이 중국 주도로 흘러가고, 이 과정에서 AIIB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우리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참여국 늘어 한국 지분율 낮아질 듯
AIIB 참가국들은 아시아 지역 국가가 아닌 역외(域外) 국가에 지분율을 얼마나 떼어 줄지를 오는 6월까지 논의하게 된다. 전체 지분 중 25%를 떼어 주는 방식이 유력하지만,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역외 국가들의 경제력이 만만치 않아 30%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2013년 국내총생산(GDP)을 두고 단순 계산해 보면 한국의 지분은 4.5~4.9%에 그치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참여국 숫자가 늘면서 우리가 지분 5%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게임이 됐다"면서 "일본이 나중에라도 AIIB에 들어오게 되면, 우리 지분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오는 4월 말로 예정된 AIIB 4차 회의부터 참석, AIIB 설립 협정문 내용을 논의하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최대한 지분을 확보하고, AIIB 상임이사 12명 안에 한국 인사를 배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논의 과정에서 좀 더 실리를 챙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AIIB 자체 지분율보다는 AIIB가 발주하는 프로젝트에서 우리 기업의 건설 공사 지분을 관철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서해안에서 중국을 잇는 해저 터널 등을 AIIB 프로젝트에 포함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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