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위기를 피해 피난길에 오르는 시리아 난민들 /사진출처:UNHCR
내전 위기 속에 레바논으로 피신한 시리아 난민들이 낳은 아기 3만 6000여명이 ‘무국적자’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록상 ‘없는 존재’인 이 아이들은 날때부터 최소한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알자지라는 11일(현지시간) “유엔난민기구(
UNHCR) 조사 결과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후 지난 3월까지 약 4년 동안 시리아 난민들이 레바논으로 피신한 뒤 레바논에서 탄생한 아기의 수가 약 5만 1000명으로 추산된다”며 “그중 3만 6000명 이상이 무국적 상태”라고 보도했다.
UNHCR의 레바논 담당관은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국적이 없다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담당관에 따르면 무국적 아이들은 아파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없고, 교육도 받을 수 없다, 살아있다는 것 외에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아동노동이나 조혼, 불법 입양과 인신매매, 성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공적인 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합법적으로 일할 권리도 거주이전의 자유도 누리기 어렵다. 레바논에서 불법적으로 살아가게 되지만 레바논 밖을 합법적으로 떠날 방법도 없다.
시리아 난민 부모들이 이런 위험을 알면서도 아기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또 다른 위험 때문이다. 난민들은 대사관 등 공공기관에 가서 자신의 지위나 상태를 신고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 시리아 내전 발발 후 이웃 나라인 레바논은 인도적으로 난민들을 수용했지만 지난 4년간 난민 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국가적 골치거리로 자리잡았다. 레바논으로 피신한 시리아 난민 수가 레바논 인구 450만 명의 4분의 1가량인 120만 명에 육박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자신들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을 알고 있는 시리아 난민들은 존재를 증명하지 않는 것이 생존방식이 됐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난민 대부분은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이들이 많아 정상적인 신분증명서가 없는 경우가 많다. 출생신고를 하려면 여권이나 가족관계증명서 등 기본적인 서류가 필요한데 부모들조차 이런 자료가 없는 경우가 많다. 레바논 정부는 난민 수를 제한하기 위해 이달 초부터 비자가 있어야만 레바논 국경을 넘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전에 넘어온 난민들은 무비자인 경우가 대다수다. 주거등록을 갱신하기 위해서는 15세 이상의 가족구성원 한 명당 매년 200달러(약 21만 원)의 등록비용도 내야 하는데, 난민들에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점점 더 많은 아이들이 무국적 상태로 살아간다면 결국 레바논 사회에도 불안요소로 자리잡을 수밖에 없고, 시리아 내전이 해결돼 난민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려할 때도 무국적 아이들은 합법적으로 국경을 넘을 수 없게 된다.
UNHCR은 “최소한의 인권 보장을 위해 출생등록절차라도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UNHCR 조사에 따르면 시리아 난민 120만 명이 레바논에서 거주하고 있고 그중 절반 이상이 미성년 아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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