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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끝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으로 이어진 다리를 불태워버렸다."
지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는 그리스가 5일(이하 현지시간) 치른 국민투표로 협상 가능성을 닫았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그리스 유로존 탈퇴가 임박한 지금, 유럽 곳곳에서 유로존 및 유럽연합(EU)을 향한 다리를 태우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데일리메일 등 영국 언론들은 이날 유럽 통합에 반대하는 강경 좌·우파 세력들이 그리스 사태를 이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경파 입장에선 이번 투표가 유로존의 취약점과 이를 이끌어온 핵심 인사들의 실책을 드러내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EU지도층들이 이민 및 경제 정책에서 무능한 까닭에 유럽 노동자들이 곤경에 빠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극우 계열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 대표는 투표 당일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거부해 유로존 탈퇴를 서두를 것"이라며 "오늘이 유로존 해체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우파뿐만 아니라 스페인 좌파정당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 또한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그리스 편을 들었다.
영국 금융권에서 계산한 바에 따르면 그리스 탈퇴 시 유로존이 감당해야 할 손해는 11조7000억달러(약 1경3166조원)에 달한다. 데일리메일은 영국 내 EU 회의론자들이 이를 구실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총리는 지난 5월 2017년 까지 영국의 EU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열겠다고 밝혔다.
올 5월 폴란드에서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된 안드레이 두다 당선자는 극우성향의 EU 회의론자로 알려져 있다. 같은달 포데모스가 이끈 좌파연합은 스페인 지방선거에서 주요 지방의회를 휩쓸었다. EU에 적대적인 강경론자들은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전체 좌석 중 4분의 1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오는 10월, 12월 치뤄질 포루투갈과 스페인 총선이다. 특히 스페인은 그리스와 달리 유로존 4번째 경제대국으로 신생 좌파정이 급부상중이서 스페인판 '시리자'(그리스 총선에서 승리한 급진좌파연합)가 될 가능성도 대두된다.
한편 그리스 사태로 인해 유로존 핵심 인사들도 역풍을 면지 못할 전망이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최신호 표지에서 "유로화가 실패한다는 것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10년 임기가 실패라는 의미"라고 표현했다. 영국 가디언지도 그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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