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동방정책' 설계자 에곤 바(오른쪽)와 빌리 브란트 전 총리. [중앙포토]
독일 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동방정책’의 설계자 에곤 바(
Egon Bahr)가 19일(현지시간) 심근경색으로 별세했다. 93세. 바의 소속당인 사회민주당(
SPD)의 지그마어 가브리엘 당수는 20일 “바는 용기 있는 진정한 사회민주주의자이면서 독일 통일과 유럽 평화를 설계한 인물”이라고 말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전했다.
바는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를 도와 독일 통일을 일궈낸 일등 공신이다. 그는 동구 공산권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정책을 뜻하는 ‘동방정책’을 만들고 실행했다. 그는 1963년 투칭 회의에서 ‘접근을 통한 변화’라는 용어를 발표했는데, 이것이 동방정책의 핵심 개념이 됐다. 동독의 실체를 인정하고 ‘접근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자’는 내용이었다. 바는 모스크바 조약 과 동·서독 기본조약 체결도 주도했다. 동서 화해 정책을 추구한 공로로 브란트가 71년 노벨평화상을 받는 데도 바의 공로가 컸다.
그는 브란트가 물러난 뒤에도 헬무트 슈미트 총리, 헬무트 콜 총리 밑에서 통일 정책에 대한 숨은 조력자 역할을 했다. 당시 적성국이던 구소련·동유럽에도 화해의 손길을 내밀며 미래로 나아가는 동방정책은 ‘작은 발걸음 정책’으로 불리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바와 브란트의 인연은 깊다. 50년대 중반 사민당에 입당한 바는 브란트가 베를린 시장이던 시절에 시(市)정부 대변인 을 지냈다. 브란트가 외무장관으로 일할 때는 외무부 특임대사와 기획책임자(66~69년)였다. 69년 총리가 된 브란트는 실세 자리인 총리실장에 에곤 바를 앉혀 동방정책을 이끌게 했다.
바는 1922년 독일 튀링겐 주에서 태어났다. 2차 세계대전 때인 42~44년에는 군인으로 참전했다. 전쟁 후 베를리너차이퉁 등 언론사에서 일했다. 저서로는 한국어로도 번역된 『빌리 브란트를 기억하다』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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