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11테러’ 직후 흙먼지를 뒤집어쓴 한 20대 흑인 여성의 처절한 모습이 AFP통신 사진기자 스탠 혼다의 카메라에 잡혔다. ‘흙먼지 여인(Dust Lady)’으로 불리며 9·11 비극의 상징적 인물 중 한 명으로 여겨지던 마시 보더스 씨(42)가 위암으로 투병하다 24일(현지 시간) 숨졌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9·11테러 당시 28세였던 보더스 씨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직원으로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의 북쪽타워 81층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훗날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몰랐다. 앉아 있기 힘들 정도로 건물이 흔들려 비상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건물 안은) 이미 흙먼지로 가득해 눈앞의 내 손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난 죽고 싶지 않아’라고 혼자 외치며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고 회고했다.
1남 1녀의 엄마였던 그는 그 후 10년 넘게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알코올의존증과 약물 중독에 빠지기도 했다. 2011년 본격적인 재활치료를 시작했고 지난해 한 예비정치인의 선거캠프에서 일하며 정상적인 삶을 되찾았다. 그러나 9·11 비극은 끝난 게 아니었다. 같은 해 8월 위암 판정을 받았고 항암치료 비용 19만 달러(약 2억3000만 원)를 감당할 수 없어 더욱 좌절했다.
보더스 씨는 자신을 유명인으로 만든 ‘흙먼지 사진’을 의식적으로 보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 그 이유는 “더이상 테러의 피해자가 아닌, (당당한) 생존자로 살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조카는 페이스북에 “‘나의 영웅’이 ‘9·11’이 만든 병에 결국 무릎 꿇고 말았다”고 썼고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트위터에서 “그의 죽음은 14년 전 뉴욕이 겪은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 뉴욕은 그를 가슴 속에 (영원히) 간직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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