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침대에 누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나를 땅에 묻지 마세요”라며 애원하는 6살 남자아이의 동영상이 전세계인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있다. 계속되는 예멘 내전 와중에 폭격을 맞아 죽은 또래 친구들이 땅에 묻히는 걸 봐 온 파리드 샤키는 손목에 박힌 총알 때문에 치료를 받던 중 자신도 묻힐까 겁이나 눈물을 흘렸다. 아이의 흐느낌이 생생하게 기록된 동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 (SNS)를 통해 5만번 이상 공유됐다.
파리드의 애원과 달리 그는 결국 예멘 내전의 또 다른 희생자가 됐다. 며칠 뒤 파리드는 미사일 공격으로 머리에 파편이 박힌 채 예멘의 다른 꼬마 희생자와 함께 땅에 묻혔다. 파리드의 부모는 “파리드의 이야기가 국제사회에 전해져 오랫동안 고통 받던 예민 주민들의 삶에 변화가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올 3월이래 예멘에서는 5,4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유엔에 따르면, 그 중 500명은 무고한 아이들이다. 시아파 무장세력인 후티 반군과 현 정권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수천명의 피난민과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제2의 시리아’로 불리고 있다. 지난해 후티 반군이 수도 사나를 장악한 후 정부군의 근거지까지 진격하면서 교전이 격렬해진 탓이다.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전 예멘 대통령 알리 압둘라 살레의 민병대가 합세하고, 지난 3월 예멘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연합군을 파견해 공습을 시작하면서 인명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
동영상이 확산되면서 파리드를 시리아 난민 아일란 크루디와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터키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던 세 살배기 아일란 크루디는 난민을 향한 국제사회의 동정심을 끌어냈다. 예멘의 시민운동가들은 “아일란 크루디가 시리아의 비극을 요약했듯 파리드는 예멘 내전의 비통함을 상징한다”며 SNS를 통해 계속되는 유혈사태를 방치하는 국제사회를 비판했다.
CNN은 21일 국제사면위원회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아이들’과 ‘교육’은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보도했다. 유엔은 예멘 내전 중 무차별한 폭격으로 숨진 희생자 중 95%는 일반 시민이라며 “예멘은 현재 과도한 폭력으로 시민이 살기 최악의 조건을 가진 국가”라며 “시리아와 이라크보다도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예멘 내전으로 미래에 나라를 이끌 아이들이 피해를 입으면 그만큼 회복이 어려워 전 세대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예멘에서는 50만명의 아이들이 영양실조 상태로 굶주리고 있고 1,000만명은 인도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파리드의 동영상을 올렸던 예멘의 사진작가 아흐메드 바샤는 “처음 SNS에 올렸을 땐 대중들이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정작 파리드가 살아있을 때 주목을 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전영현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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