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대한 경제 및 금융제재가 해제되면서 자원부국인 이란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주로 건설과 항공, 정유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경제제재가 사라짐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최대 미화 2100억달러 규모의 건설발주가 점쳐지고 있다. 제2의 중동특수가 오는 게 아니냐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면서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18일 AFP통신 등 해외 주요외신에 따르면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러시아는 이란과 연간 무역액을 16억달러(약 1조9000억원)에서 100억달러(약 12조1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러시아는 이란에 S-300 지대공 미사일을 판매하고 핵발전 시설에 원자로 2기를 지어주는 등 군사적 협력도 이어오고 있다. 러시아 국영 철도회사는 이란의 철도를 전기화하기로 했다.
가스회사 가스프롬과 석유회사 루코일은 이란 측과 생산, 저장, 운송 등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계약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의 토탈, 이탈리아의 ENI 등 서방 에너지 기업들도 이란 기업들과 협력 계약을 체결해 진출을 가시화했다.
독일은 공작기계 등을 중심으로 이란에 100억유로(약 13조2000억원) 규모의 수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독일의 지멘스는 이미 철도 기반시설 개선을 위한 기초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란 원유의 최대 구매국인 중국의 장밍(張明) 외교부 부부장은 최근 테헤란을 방문해 “제조업과 기반시설 건설 부문에서도 협력의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 이란, 5년간 최대 2100억달러 발주…현대·대림·GS건설 ‘주목’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과 관련해 부과해온 경제·금융 제재를 해제하면서 인구 8000만명에 달하는 이란 내수 시장을 향한 세계적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란은 그동안 가해졌던 혹독한 제재 탓에 소비재를 비롯해 자동차, 항공기, 기반시설 등이 낙후됐을 뿐 아니라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 석유 매장량 4위를 자랑하는 자원 부국이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의 이란 진출에 따른 득실 계산도 한참이다. 대표적 수혜업종으로 건설업이 꼽히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란이 올해에만 가스 709억달러, 석유 98억달러 등 877억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다며, 향후 5년간 건설발주는 1800억달러에서 21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중동 주요 국가의 건설 발주 예상금액은 이라크 798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 345억달러, 알제리 258억달러 등으로 이란 발주액이 가장 많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대부분 경제제재가 해제돼 제3국과 빠르게 교역이 재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림산업은 현재 LPG(액화석유가스) 탱크 건설 현장 등 3곳의 공사가 중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000억원에 이르는 이 공사가 재개되면 대림산업은 최대 혜택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림산업은 유일하게 제재 이후에도 현지 지사를 유지하고 있어 이란 정부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GS건설과 현대건설도 이란 재진출 준비에 착수했다. 현대건설은 이란 가스플랜트 중 최대 규모였던 16억달러의 사우스파 4~5단계 공사를 잘 마무리해 정부 포상금까지 받았고, GS건설은 제재 직전인 2009년 14억달러 규모의 대형 가스플랜트를 수주해 가장 최근 입찰경험을 지니고 있다.
이선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란은 1000억달러 규모의 해외 동결자산이 해제되고 주 수익원인 원유와 가스를 수출할 수 있게 됐다”며 “이들 자원을 생산하기 위한 플랜트와 관련 인프라 발주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이란 건설시장은 향후 연간 1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해 한국의 최대 건설시장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란 수주의 경우 대림산업 21건, 현대건설 7건, GS건설 4건 등의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수주액은 각각 현대건설이 35억9000만달러, 대림산업 35억7000만달러, GS건설 28억3000만달러 등이라는 것이 대신증권의 설명이다.
◆ 8000만 시장 열렸다…“자동차·항공 매력적”
항공기와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이란 시장 개방으로 노다지를 기대하고 있다. 이란 항공사들이 보유한 민항기는 140대 규모다. 이중 이란 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45대의 평균 기령이 27년에 달하는 등 이란의 항공기 교체 수요는 충분히 크다.
유럽의 에어버스는 이란 제재 해제가 발표되기도 전에 이란 측에 항공기 114기를 판매키로 했다는 사실이 이란 현지 타스님뉴스에 의해 공개되기도 했다. 미국의 보잉을 비롯해 에어캡 홀딩스나 에어리스코프 등 항공기 임대 회사들도 이란 시장에서 큰 이득을 볼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제너럴일렉트릭, 사프란,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 등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들도 수혜주에 해당한다.
현재 자동차 보유가 유럽의 6분의 1 수준인 인구 1000명 당 100대에 불과한 자동차 시장도 매력적이다.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은 “현재 100만대 규모인 이란 시장은 150만∼200만대 규모로 커질 것”이라며 “매우 유망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르노는 이란의 자동차 제조업체와 협상을 진행한 상태다.
국내 자동차업체도 수혜가 예상된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주력 수출 차종인 중소형 승용차 판매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도 유조선이나 액화천연가스(LNG)·컨테이너선 발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유업계 역시 이란산 원유 도입 물량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의 아이폰도 구입이 가능해진다면 이를 사려고 줄을 서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이란 소비재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특히 화장품 등 소비재나 전자, 해운 등의 업종이 간접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국제 원유 시장에 이란이 가세하면 유가 하락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와의 갈등이 원유 감산 타협 가능성을 낮추며 금융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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