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16년 들어 10% 올라 달러당 108엔… 안전자산 선호-日경상수지 흑자 탓
105엔 깨지면 日당국 개입 전망… 글로벌침체로 한국수출 수혜 적을듯
일본 엔화가 초강세 기조를 이어가며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107엔 선까지 치솟았다. 아베노믹스의 대규모 양적완화에 힘입어 3년간 이어져온 엔화 약세가 본격적으로 엔화 강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도 엔화 강세가 가속화하면서 중앙은행의 돈 풀기 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07.66엔까지 하락(엔화 가치는 상승)했다. 엔-달러 환율은 5일 심리적 마지노선인 110엔이 장중에 붕괴된 데 이어 2014년 10월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108엔 선이 깨졌다. 이로써 엔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달러 대비 10% 이상 급등했다.
엔화 강세가 지속되는 것은 신흥국 경기 둔화 등으로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안전 자산인 엔화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
Fed·연준)가 예상보다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점도 달러 약세에 따른 엔화 강세를 심화시키고 있다.
또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와 관광객 급증에 따른 엔화 수요 급증도 엔화 강세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8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2월 경상수지 흑자는 11개월 만에 최대 규모인 2조4349억 엔(약 26조 원)으로 20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보였다. 일본 당국자들이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다음 달 도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없다는 전망도 엔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문제는 엔화 가치가 일본 정부가 2차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경기부양 드라이브를 걸었던 2014년 10월로 되돌아갔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양적완화→엔화 약세(환율 상승)→수출 확대→임금 인상→소비 촉진’의 선순환 구조를 노린 아베노믹스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일본은행이 아베노믹스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 1월 말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이후에도 엔화 강세가 계속돼 중앙은행의 신뢰도 추락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IB) 등은 엔화 강세가 계속돼 올해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야마다 슈스케 뱅크오브아메리카(
BoA)메릴린치 전략가는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5엔까지 떨어지면 구두 개입을 하고 있는 일본 당국이 직접 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상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지금은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이 더 커 이 같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엔화 강세의 여파로 글로벌 시장이 출렁거리면서 원-달러 환율도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다. 8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장중에 10원 이상 급등했다가 전날보다 2.4원 오른 1153.8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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