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마약과의 전쟁’을 이어온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연이어 현직 정치인 2명을 사살하면서 국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경찰 “구치소서 총격전 끝 숨져”
마약 이어 납치와의 전쟁도 시사
마약 밀거래 혐의를 받아온 레이테주(州) 알부에라 읍장 롤란도 에스피노사가 동료 수감자 1명과 함께 5일 구치소에서 총격전 끝에 숨졌다고 현지 경찰이 발표하면서다. 에스피노사는 지난 8월 경찰에 자수했다가 풀려난 뒤 다시 마약 밀매와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기소돼 구치소에 구금 중이었다. 지난달 28일엔 필리핀 남부 코타바토주의 한 검문소에서 삼수딘 디마이쿰 읍장이 경찰과 총격전 중에 숨졌다.
에스피노사 사건이 알려진 이날, 전직 필리핀 경찰청장인 핑 락슨 상원의원은 “사법절차를 무시한 사살이다. 부조리의 악취가 난다”며 이 사건을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락슨은 “감옥에서 총격전을 벌이면 결코 살아나오지 못할 걸 알면서 에스피노사가 총격전을 한 것에 대해 강한 의문”이라며 “유일한 목격자도 함께 숨져 증언할 사람도 없다”고 지적했다. 상원 사법인권위원회 리처드 고든 위원장도 에스피노사의 죽음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할 뜻을 내비쳤다. 고든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용의자들에게 법에 복종하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정치권에서 두테르테식 마약과의 전쟁에 대한 우려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두테르테는 지난 4일 한 행사에서 “마약·범죄와의 전쟁은 내 임기가 끝날 때까지 지속될 것 ”이라고 말했다. 1조 페소(23조원)를 마약 퇴치와 마약 중독자 재활에 쏟아붓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전선을 ‘마약’에서 ‘납치’로 확대할 뜻도 내비쳤다. 최근 3주간 마닐라 비닌도 지역에서만 6건의 납치 범죄가 있었다고 언급하며 “이젠 마약 공급이 매우 낮은 수준에 이르렀지만, 이 바보들이 납치로 이동하고 있다. 이건 새로운 게임이다. 나에게 신과 대화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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