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살인 고백'이 거짓이 아님을 재차 확인했다고 BBC가 17일 보도했다.
특히 그는 살인 발언 파문을 무마하려는 대변인의 노력을 무색하게 하며 인권단체와 정적들의 비판에 불을 붙였다.
싱가포르를 국빈방문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BBC와 인터뷰에서 "그들(마약사범) 가운데 3명 정도를 죽였다"며 "내 총에서 발사된 총알이 몇 개나 그들의 몸에 박혔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실제 벌어진 일이며 이에 대해 거짓말은 못 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 12일 대통령궁에서 사업가들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고향인 다바오시 시장으로 재직할 때 오토바이로 시내를 순찰하면서 개인적으로 마약 용의자를 죽였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마틴 안다나르 대변인은 "강경한 발언은 대통령이 시장 시절부터 유지해온 스타일일 뿐이지 그가 살인자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필리핀 동포들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AP=연합뉴스]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불과 몇 시간 만에 대변인의 해명을 부인하면서 '살인자 대통령'에 대한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일부 정적들은 이번 살인 고백이 대통령 탄핵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테르테는 그러나 결박당한 사람을 쏜 적은 없다고 말했고, 자신이 마약 중독자라는 일각의 주장은 일축했다.
두테르테는 1988년 다바오시 시장에 처음 당선된 뒤 총 22년간 시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시장 재직 초기에 중국인 소녀를 유괴, 성폭행한 남성 3명을 직접 총살한 적이 있다고 지난 대선 때 인정했다.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은 싱가포르 내 필리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국의 인권상황을 비판하는 미국을 향해 또다시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미국 해외원조 기구인 '밀레니엄 챌린지 코퍼레이션'(MCC)이 필리핀을 원조 대상국으로 재선정하는 것을 유보한 데 대해 "미국의 돈은 필요 없다. 미국은 잘 가라"라며 "중국이 많은 도움을 주기로 했다. 동남아시아에서 정치는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필리핀에서 떠날 준비를 해라. 방문부대지휘협정(VFA) 폐기에 대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다만, 자신처럼 '막말'로 악명을 떨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서는 친근감을 표시하면서, 트럼프 취임 이후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두테르테는 "그의 입을 좋아한다. 나와 비슷하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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