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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4선 연임으로 함께 주목받고 있는 유럽의 현직 여성 지도자들. 왼쪽부터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 베아타 시드워 폴란드 총리, 콜린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4선 연임을 확정하면서 유럽 정치권의 ‘여성 파워’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장수 독일 총리의 계보를 이으며 유럽연합(EU) 구심점이 된 메르켈 총리 이외에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를 이끌고 있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유럽의 대표적 여성 지도자다. 메이 총리의 대척점에서 브렉시트에 반발해 독립을 추진하고 있는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도 여성 정치인이다. 2013년 처음으로 집권한 뒤 지난 11일 연임을 확정지은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 역시 여성이다.
동유럽 정계에는 여풍이 훨씬 더 거세다. 특히 자국 ‘최초’란 수식어가 들어간 여성 최고 지도자들이 잇따라 배출됐다. 2015년 크로아티아는 첫 여성 국가원수로 콜린다 그라바르-키타로비치 대통령을 선출했고, 2014년 리투아니아 역사상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도 여성이다. 2015년 폴란드 총선에서 8년 만의 정권교체에 성공하며 총리가 된 베아타 시드워도 폴란드 여성의 정치권 내 약진을 보여준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지금도 다 현직에 있다.
이밖에도 유럽 각국에선 각 정당 대표뿐만 아니라 국방장관을 비롯한 주요 부처 국무위원, 주요 도시 자치단체장에도 여성들이 두루 포진돼 있다. 파리 최초의 여성 시장인 안 이달고와 첫 여성 로마시장 비르지니아 라지가 대표적이다.
유럽의 여성 파워는 프랑스 재무장관 출신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처럼 국제기구 수장도 다수 배출했다. 현재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의 국방장관들도 다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유럽은 절대왕정인 봉건 군주제 시대에도 부계 세습을 고수한 다른 지역과 달리 빅토리아 여왕이나 예카테리나 2세 등 걸출한 여성 군주가 등장한 적이 있다. 또 20세기 초반에는 세계 최초로 여성참정권을 도입한 역사도 있다. 하지만 현대 들어서도 여성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여성이 가사일과 정치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 구조와 분위기 때문이다.
2010년 유럽의회 개원 첫날 의사당에 생후 6주 된 딸을 안고 등원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유럽의회 의원 리치아 론줄리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후 론줄리는 의회와 동료의원들의 응원 속에서 의정활동과 육아를 수년째 병행했다. 스페인에서도 지난해 1월 좌파 정당 포데모스 소속 카롤리나 베스칸사 의원이 의사당에 생후 5개월 된 아들을 데려와 모유수유를 하며 의정활동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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