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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중도우파 피녜라 전 대통령, 기예르 꺾고 4년 만에 재집권 ㆍ경기악화·복지지출 축소에 남미 ‘핑크 타이드’ 퇴조 본격화
칠레 대선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68)이 당선됐다. 4년 만의 재집권이다. 중도 좌파에서 중도 우파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남미에서 ‘핑크 타이드’(온건 사회주의 성향 좌파 물결)의 퇴조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실시된 대선 결선투표에서 99.86% 개표 결과, 중도 우파 야당연합 ‘칠레 바모스’ 피녜라 후보가 54.57%를 득표해 중도 좌파 여당연합 알레한드로 기예르 후보(45.43%)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칠레포스트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칠레 중도 우파 야당연합 세바스티안 피녜라 후보가 17일(현지시간) 대선 결선 투표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지지자들 앞에서 포옹하는 모습을 취하며 웃고 있다. 산티아고 | AP연합뉴스
지난달 19일 1차 투표에서 분산됐던 좌파 후보들의 표가 결집할 경우 결선투표에서 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피녜라는 9%포인트 차의 여유 있는 승리를 거뒀다. 피녜라의 임기는 내년 3월부터 2022년까지다.
피녜라는 당선을 확정지은 뒤 연설에서 “감명 깊은 승리에 겸손해진다”면서 “선거 기간 분열됐던 모습을 뒤로하고 다시 하나로 뭉쳐달라”고 말했다.
피녜라는 2010년부터 4년간 대통령을 지낸 뒤 현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겼다. 오랜 군부독재 경험이 있는 칠레는 대통령 중임은 허용하지만 연임은 금지한다.
피녜라는 벨기에와 미국 뉴욕 등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칠레로 돌아온 후 1970년대부터 사업으로 재산을 모았다. 칠레 항공사 란, TV 채널 칠레비시온, 프로축구팀 콜로콜로 등을 소유하고 있다. 미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자산은 27억달러(약 3조원)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 재벌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비견되면서 ‘칠레의 트럼프’로 불리기도 한다. 1989년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첫 재임기간에 연평균 5.3% 성장, 5~6%의 실업률, 물가상승률 3% 등으로 칠레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소득불평등 심화와 교육정책 실패 등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피녜라는 바첼레트 정권의 부패와 경제위기를 집중 공격하며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에너지·사회간접자본·보건 시설 투자와 법인세 인하 등 세제 개혁 등 친시장 공약도 제시했다. 뉴욕타임스는 “경제성장과 변화에 대한 국민의 욕구가 피녜라 당선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칠레 정권이 좌파에서 우파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핑크 타이드’의 쇠퇴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미 12개 국가는 1999년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당선을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좌파 정권이 휩쓸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파라과이를 제외한 주요 국가들은 좌파가 집권했다. 동유럽 사회주의보다는 덜 ‘빨간’, 남미의 ‘분홍’빛 사회주의의 물결, 즉 ‘핑크 타이드’가 남미를 지배한 것이다.
2015년 아르헨티나, 2016년 브라질·페루에 우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핑크 타이드’는 퇴조했다는 평가가 많다. 석유 등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악화되면서 복지 지출까지 축소되자 여론이 나빠졌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도 구리 시세 약세로 경제적 타격이 컸다.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은 재정 회계 조작 의혹, 바첼레트 대통령은 친·인척 비리 의혹 등으로 민심 이반을 부른 측면도 있다.
내년 콜롬비아(5월)와 브라질(10월) 대선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될지 주목된다. BBC는 “피녜라의 당선은 남미에서 ‘핑크 타이드’의 퇴조 추세를 더 공고하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라질에선 현재 좌파 노동자당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대선 지지율에서 가장 앞서고 있고 재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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