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방미 협의결과 공유…`中·日 패싱` 불안감 해소 나서
정의용, 시진핑 면담전후 양제츠·왕이 잇달아 만나
訪日 서훈 13일 아베와 회동…鄭실장은 곧바로 러시아行
◆ 한반도 '운명의 봄' / 특사단, 中·日·러 릴레이 방문…숨가쁜 4강 외교 ◆
문재인 대통령의 북핵 중재 외교 특사단이 미국에서 돌아온 다음날인 12일 각각 중국, 일본으로 향하며 북핵 외교전의 속도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차이나 패싱' '재팬 패싱' 우려를 불식하며 6자회담 관련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한반도 외교 '로드쇼'(road show)에 나섰다.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제츠 국무원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방북·방미 성과를 설명했다. 이날 오후 5시(현지시간) 정 실장은 인민대회당 푸젠팅에서 시 주석과 35분간 면담했다. 정중앙에 시 주석이 앉고, 정 실장과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 등 한국 측 일행이 시 주석의 우측에 차례대로 앉았다. 중국 측에서는 양제츠 국무원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가 배석했다. 시 주석과 정 실장은 각각 4분가량 모두 발언을 했고, 그 이후 면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시 주석은 "현재 한반도 정세는 중요한 대화 기회에 직면해 있고 중국은 한국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중국이 제기한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각국의 유익한 제의를 결합해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각국은 인내심을 유지해야 하고 정치적 지혜를 발휘해 대화 재개 과정에 있는 각종 문제와 방해 요소에 적절히 대응하고 해소해야 한다"며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대화가 순조롭게 개최되고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상호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데 실질적인 진전을 거두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시 주석의 발언에는 모두 발언에서 나왔던 "예민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면서 안정적이고 건전한 한중 관계 발전을 함께 추진해 나가길 바란다"는 표현은 빠졌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정 실장을 통해 시 주석의 방한을 요청한 내용은 소개되지 않았다. 다만 정 실장이 중국에 대해 "한국은 진심으로 감사를 표시하며 중국이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발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은 들어갔다.
시 주석 면담에 앞서 정 실장은 이날 오후 12시 30분부터 3시간가량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양제츠 위원과 오찬 및 면담시간을 가졌다. 양제츠 위원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중국 측의 입장은 매우 명확하다"며 "한반도 비핵화 목표 실현과 한반도 평화 및 안정 유지를 견지하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고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이날 왕이 외교부장과 만찬 회동을 하며 릴레이 면담을 이어나갔다. 왕이 외교부장은 "시 주석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정 실장을 만난 것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간 조속한 대화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은 이어 "유엔 대북 결의안으로 북한이 한계점에 온 것으로 보이며 한국의 새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과 평창동계올림픽을 활용해 남북관계의 새 국면을 열었다"며 "지금 정세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문 대통령이 많은 압력에도 결단을 내린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서훈 국정원장 일행은 이날 일본을 찾아 고노 다로 외상과 3시간여에 걸쳐 면담과 만찬을 가졌다. 이날 서 원장과 만난 후 기자들 앞에 선 고노 외상은 "대북제재의 성과로 남북 간 대화가 이뤄졌다"며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이 있기 전까지는 최대한 압박 지속에 한일 간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고노 외상은 북·일 정상회담이나 북한의 대일본 메시지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밝힌) 합의사항 외에는 언급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일본 정부는 지속적으로 대북 압박 강화를 주장해왔다. 이날도 고노 외상은 압박은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반복했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이냐는 질문에는 "구체적 행동이 있을 때까진 압박을 지속할 것이기 때문에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인해 국제사회가 잃을 것은 없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일방적으로 압박만을 강조해온 탓에 남북 간 대화를 비롯해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추진까지 빠르게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상황에서 일본의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재팬 패싱'에 대한 불안감이 날로 높아지는 점을 의식한 듯 고노 외상은 "북한이 핵사찰을 받을 경우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점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대화 국면에서 일본의 존재감을 찾아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고노 외상은 "대화 분위기를 이끌어낸 한국 정부와 특사단의 노력에 경의를 표했다"며 대화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고노 외상은 "납북 피해자 문제 해결에도 한일이 협력하기로 했다"고만 설명했으나 일본 언론들은 북한의 대일 메시지가 납북자 관련 내용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 원장은 13일 아베 총리에게 방북, 방미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한편 13일 방중 일정을 마치는 정 실장은 14일 곧바로 모스크바로 날아가 러시아 측 고위 당국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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