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적대적 편지’에 격앙된 미국…군사훈련·제재카드 ‘만지작’
“추가 한미훈련 중단 계획 없다…압박 기조 유지”
대화 결렬 가능성 언급했다는 北, 닷새째 침묵
북한이 ‘적대적 편지’로 강수를 놓자 미국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을 취소하고 군사훈련 재개를 시사하는 등 북한의 압박에 초강수로 맞대응하는 모양새다. 그만큼 미국이 대북제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취소 발표 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편지를 받았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편지 내용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이 방북 계획을 철회할 만큼 충분히 적대적이었다고 WP는 전했다.
나아가 김 부위원장은 편지에서 비핵화 대화가 “위태로운 상태이며 결렬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고 미국 CNN방송이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편지에는 김정은 정권은 미국이 평화협정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북한의 기대를 충족시킬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협상이 진전될 수 없다고 느낀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를 발표한 직후엔 미국이 ‘빈손 방북’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충동적으로 특유의 협상 전략을 펼친 게 아니냔 관측이 나왔다.
그런데 차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결정 막후가 알려지면서 북한이 이번 방북 취소에 책임이 있다는 ‘북한 책임론’이 힘을 얻는 양상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28일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평양 방문이 연기됐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한 비핵화 약속을 분명히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면 우리도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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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최근 담화에서 보인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을 이유로 6·12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겠면서 “마음이 바뀌면 주저 말고 연락하라”고 했던 것처럼, 강수를 놓은 뒤 북한에 공을 넘긴 것이다.
당시엔 북한이 9시간도 안 돼 “아무 때나 미국과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는 담화를 발표하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이번엔 닷새째 침묵하고 있다.
이번엔 북한의 ‘말’이 아니라 비핵화 이행에 있어서의 부족한 ‘행동’을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서 즉각 미국이 원하는 걸 내주기 어렵다. 북한이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인 9· 9절을 앞두고 있고, 미국이 중국까지 겨냥해 비판했다는 점도 쉽사리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인터넷 자료사진
미국은 북한의 이같은 반응을 예상한 듯 다각도로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28일 “우리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따른 선의의 조치로서 (한반도에서의) 가장 큰 군사훈련 중 일부를 중단했었다”며 “현재 훈련을 추가로 중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중단된 한미군사훈련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우리는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본 뒤 우리가 어떻게 나아갈지 미래를 그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훈련 재개 가능성도 시사한 것이다.
국무부는 전날(27일) 한미 외교장관이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목표라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할 때까지 계속해서 압박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북한은 아직까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비롯한 각 매체는 미국의 제재 압박과 비공개 한미일 군사훈련에 대해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내왔다.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직후 대북제재 기조를 재확인하고 향후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재개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에 대해, 북한은 상당한 압박감 속에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닷새째 침묵하는 것은 미국과 현재 물밑대화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헤더 나워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과의 외교적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북 취소 발표 이후 북미 간 대화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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