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6일 헤더 노어트 대변인 명의로 낸 성명에서 "이번 주 뉴욕에서 열리기로 돼 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북한 관리들과의 회담은 차후에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다시 양측이 가능한 일정을 파악해 조정할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연기를 결정한 주체와 구체적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날 "폼페이오 장관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을 만나기 위해 오는 8일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함께 뉴욕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지 하루만에 돌연 연기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어떤 이유로 회담 개최에 난색을 표명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CNN도 복수의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2차 북미정상회담 이전 '사찰' 등의 문제에서 북한의 양보를 요구해왔다"며 "이번 회담 연기는 북한이 여지껏 미국의 기대치에 기꺼이 부응하지 않아왔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본격적인 비핵화 이행 전 보상을 요구했지만, 미국이 제재 완화를 비롯한 어떤 보상도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계속 꺼리면서 결국 회담 연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풍계리와 동창리 외에 북한 핵 프로그램의 본진 격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처음으로 폐기 의사를 밝힌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사찰 문제와 제재 완화를 비롯한 미측의 상응조치를 둘러싼 '담판'이 예상돼왔다.
하지만 결국 취소된 것을 볼 때, 이번 회담은 북미간 이견이 계속된 상황에서 협상 모멘텀을 이어가고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카드의 성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번 회담이 '당일치기' 일정이었던 것도 북미간 이견이 여전히 조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위급 회담이 추진됐다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9일 열리는 미중 외교안보대화를 위해 김 부위원장과 회담 당일 워싱턴 D.C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돼왔다.
이는 이번 회담이 어떤 협의를 위한 것이었다기 보다는 미국의 요구에 대한 북한의 결정만 남아있었던 상황이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고위급 회담 자체가 6일 열린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핵 협상이 진전되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선거용'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미국이 고위급 회담 연기를 발표하면서도 개최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을 볼 때, 판이 깨지는 국면은 아니며 서로 전략적 시간을 더 갖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담에 비건 특별대표가 배석해 고위급회담과 병행 혹은 별도로 실무회담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것도 북한에겐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북한은 그간 미국의 계속된 실무협상 개시 요구에 응하지 않아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북한은 미국의 요구에 적극적인 태도를 전혀 나타내지 않았고 제재 완화만을 계속 요구해왔다"며 "미국도 북한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당일 치기 회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이 깨진 것은 아니지만, 한동안 정체 상태가 이어졌던 비핵화 협상은 당분간 추가적인 소강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 경우, 고위급 회담 일정이 단기에 다시 확정될 지 여부가 향후 추이의 관건으로 지적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판을 깨려는 의지는 양측 모두 없기 때문에 소강기를 거친 뒤 다시 실무급이던 고위급이던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북한이 협상하자고 하면 미국은 무조건 할 밖에 없는 구도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당분간 전략적으로 시간을 지연시키는 전술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북미 고위급 회담이 수주 안에 열릴 것(같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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