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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민주당 하원 장악으로 트럼프식 '대북 쇼' 제동 걸릴 것'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11월8일 00시05분    조회: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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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함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對北) 정책도 ‘미국 야당’이라는 변수를 만나게 됐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태에서 자신만의 대북 정책 기조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예산권 등을 거머쥔 의회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됨에 따라 예전과 같은 ‘트럼프식’ 대북 정책이 그대로 추진될지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장악한 미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민주당의 견제로 의회라는 시어머니가 생긴 것"이라며 "관리·감독의 강화로 트럼프 대통령식 ‘쇼’도 견제가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남궁영 한국외대 교수도 "지금 선거 결과에 공화당 내 정치 엘리트들의 트럼프식 대북 정책에 대한 반감을 고려하면 상당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간 선거 결과가 8일로 예정됐던 미북 고위급 회담의 돌연 연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미북이 지금 만나서 당장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기 어렵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번 고위급 회담 연기는 ‘검증’을 강조하는 미국 측의 요구에 북한이 제대로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음은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전문.

 
◇고유환 동국대 교수

"지금까지 진행된 비핵화 프로세스는 미국의 중간선거라는 변수가 작동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스로 평가하기를 ‘북핵 문제는 잘 관리가 되고 있다’ ‘미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 행동들은 통제 가능한 위협 범위 내로 들어왔다’고 했다. 시간은 미국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간선거 전에 초기 비핵화 조치를 교환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 같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모멘텀을 유지하려는 차원에서 내년 1월쯤 미북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한 것 같다. 트럼프의 중간선거용 포석이었다는 뜻이다. 중간선거 직후에 미북 고위급 회담을 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날짜를 너무 급하게 잡아놓은 듯했다.

지금은 중간선거 결과가 나왔으니 새로운 포석을 까는 것 아닐까 싶다. 미북 고위급 회담 연기는 미북이 지금 당장 만나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하면 중요한 외교 결정과 관련해서 여러가지 절차를 밟아야 할 수도 있다. 상임위원장 같은 게 민주당 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데 이러한 환경 변화가 간단한 변화는 아니다. 미북 고위급회담 연기는 상황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새로운 포석을 깔고, 새로운 협상을 해보겠다는 의미 같다."

 
◇남궁영 한국외대 교수

"상원은 공화당, 하원은 민주당이 가져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정치 장악 능력이 그동안의 예상 수준이었다는 걸 보여준다. 현재까지는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정책을 전개하기 상당히 수월했다. 하지만 지금의 선거 결과에 공화당 내 정치 엘리트들의 트럼프식 대북정책에 대한 반감을 고려하면 앞으로 트럼프는 상당한 도전에 직면할 것 같다. 공화당 내 정치 엘리트들은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 대해 ‘상당히 과시적이고 성공적인 결과처럼 접근한다’ ‘지나치게 긍정적인 평가’라고 봐왔다. 나는 이런 분석이 맞다고 본다. 중간 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자의적 평가대로만 대북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또 국내 정치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봐야 한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을 때는 부정적 평가를 차단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게 어려워졌다. 국내의 도전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의견 차이를 넘어서서 대통령만의 힘으로 대북 정책 추진은 한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이 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노선이 견제를 받게 됐다. 민주당 다수인 하원, 의회라는 시어머니가 생긴 것이다. 관리·감독이 강화되니까 트럼프 대통령의 ‘쇼’도 견제가 들어갈 것이다. 당장 미북 고위급 회담 연기도 이번 중간 선거 결과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만남에 대해 하원 차원의 관리·감독이 강화되니까, 균형을 잡은 것이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도 조금 딜레이 되거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민주당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기본 구조였으니 한번 두고 보자는 식이었는데 북한을 너무 봐주는 스타일로 가니까 견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다 이겼다면 미북 고위급 회담을 연기할 리가 없다. 고위급 회담을 한다고 해서 대박이 나는 것도 아니고, 급한 것도 아닌데 고위급 회담을 하자마자 성과가 없으면 당장 하원에서 얘기가 나올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말은 거창하게 하지만 속으로는 변수를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

"민주당은 북한 인권에 대해 공화당보다 훨씬 강경한 입장이다. 아마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해서도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 같다. 앞으로 미북 정상회담을 하든 고위급 회담을 하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압박을 가할 것이다. 과거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했을 때를 보면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클린턴 행정부 때 민주당은 북한 영변 폭격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만약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지난 6월 싱가포르 회담 때처럼 두루뭉술한 합의를 또다시 하긴 어려울 것이다.

미북 고위급 회담 연기는 미북 정상회담도 연기됐다는 의미다. 김정은의 서울 답방, 종전선언도 연내에는 어려울 것 같다. 또 미북 고위급 회담이 선행되지 않으면 남북 간 4차 정상회담을 하기도 어려워진다. 실무회담이 연기된 상황에서 남북 관계를 가속하면 한미 균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미북이 서로 공을 떠넘기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중재 역할은 없는 것 같다. 한미공조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번 4차 방북 때도 방북을 한 번 취소한 적이 있다. 당시 북한은 핵 물질, 핵무기 신고 목록은 제출하지 않으면서 제재 해제를 요구했었는데, 이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을 취소했었다. 그렇게 이끌어낸 게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현장에 전문가를 보내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북측이 제재 해제를 먼저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핵 신고 목록을 가져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미국이 보낸 것 같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이번 미북 고위급 회담 연기는 중간선거 결과와는 큰 관련이 없는 것 같다. 최근까지 미국은 대화를 밀어붙이고, 북한도 어느 정도 호응하려고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4개 항 합의’ 언급은 미국이 북한을 배려한 것이다. 문제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검증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검증을 강조하다 보니 북한이 부담을 갖게 됐다. 결국 검증과 관련해 북한의 준비가 덜 됐다. 이번 고위급 회담 연기는 중간 선거 이후 미국의 정세를 살펴보려는 의도도 있다. 이달 중순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리게 될 APEC을 전후로 김정은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는 것도 변수다. 이런 것들을 고려해서 북한이 고위급 회담을 연기한 것이다.

이번 중간 선거 결과 하원에서 민주당이 다수가 됐기 때문에 대북 정책을 좀 더 까다롭게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의 전선을 흔드는 행동을 의회가 견제할 수 있다. 또 그동안 미북 대화에서 빠져 있던 북한 인권 문제도 거론할 수 있다. 청문회와 예산 등의 수단을 동원해 이런 견제가 들어갈 수 있다. 다만 현 대북 정책에 대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유대감이 기본적으로 있기 때문에 대북 정책에서 아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워싱턴 사무소장

"향후 미국 정치는 민주당 다수인 하원이 청문회나 각종 조사 등을 통해 트럼프 정부 움직임에 제동을 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트럼프 내각의 비리 문제나 트럼프 가문에 대한 비리 문제 등을 부각시키며 정부에 대한 집중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조사가 본격화되고 청문회가 열리게 된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운영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가 모두 그런 문제로 덮힌다. 트럼프 정부 대외정책 집중력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미북 고위급 회담 연기와 중간 선거는 직접적인 연결이 없다고 본다. 실무 차원에서 북측과 미 국무부 간 대화가 진행됐는데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회담의 의제나 목적에 대한 미북의 거리감을 보여준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단기적으로 바뀌는 것은 없다고 본다. 다만 북측의 대응이 어떨지가 관심사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대북 문제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도발을 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도발했을 때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대응할까. 강경과 부드러운 대응 두 가지 카드가 있는데, 지지율이 떨어진 트럼프 행정부가 후자로 갈 가능성은 없다.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강경 대응으로 갈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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