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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급회담 연기후 갈등 격화
美국방부 관리 "비핵화 거부땐 北 정권 교체를 對北 정책으로"
미국 중간선거 직후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북 고위급 회담이 돌연 연기된 뒤 미·북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선거 이후 느긋해진 미국이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완화' 방침을 그대로 이어가자 북한의 불만이 폭발하는 모습이다.
이는 이번 고위급 회담 연기가 '순전히 일정 조율 문제 때문'이라는 한·미 당국의 설명과 달리 북한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가 회담을 통해 좁힐 수 없을 정도로 커졌음을 시사한다. 외교가에선 미·북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미 재무부는 지난 7일 6300만달러 상당의 북한 정부 관련 자산을 동결 조치했다고 밝혔다. 올해에만 대북 제재 11건을 독자 부과하며 비핵화를 압박해온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미 국방부 고위 관리는 8일 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계속 거부한다면 미국은 북한 정권 교체를 대북 정책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미국은 대북 인도 지원 품목도 깐깐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아일랜드 구호 단체,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등이 지난 8~9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대북 물품 지원 승인을 요청했지만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미국이 "검토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 이행 의지에 대해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언행 불일치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이 보기에 북한은 말로만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하고 실제 행동은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전문 사이트 38노스는 8일 북한이 지난 9월 영구 폐기를 약속한 평북 동창리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3개월째 해체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대선까지 2년을 벌었다는 생각에 한동안은 북한과 협상을 서두르거나 섣불리 제재를 완화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튿날 북핵 문제에 관해 "서두를 것이 없다"는 말을 일곱 차례 반복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지금의 교착 상태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최근 '핵·경제 병진 노선'의 부활을 시사하며 미국의 제재 유지 방침에 반발해온 북한은 9일에도 미국을 비난했다. 인터넷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한·미가 최근 남북 경협을 논의하기 위해 설치키로 한 '워킹그룹'과 관련, "북남 협력 사업들에 나서지 못하게 항시 견제하고 제동을 걸며 비위에 거슬리면 파탄시키려는 미국의 흉심이 깔려 있다"며 "미국의 오만한 행태"라고 했다. CNN은 "북한은 미국이 제재 완화 조치를 제대로하지 않는 것에 정말로 화난 상태"라고 보도했다.
대외 선전 매체 메아리는 한국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을 트집 잡아 "북남 관계를 해치는 정치적 망동"이라며 "파국적 후과가 초래될 수 있다.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노동신문은 1면 사설에서 '역사에 유례없는 가혹한 제재·봉쇄'를 거론하며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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