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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 케르치해협 충돌
우크라 “불법 나포에 군대동원령”… 러시아 “영해 침범따른 합법적 조치”
나토 “러시아 군사력 행사 정당성 없어”
트럼프는 “잘 수습되길” 미온적 반응 폴란드서도 ‘러, 우크라 함정 나포’ 규탄 26일 폴란드 바르샤바의 주폴란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국기를 든 시위대가 전날 크림반도 인근에서 발생한 러시아 해군의 우크라이나 해군함정 나포 사건을 규탄하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으로 우크라이나 안보 위협이 고조된 이후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로 이주하는 우크라이나인이 급증하고 있다. 바르샤바=AP 뉴시스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11월 30일∼12월 1일) 기간 예정된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형 악재가 터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라는 갈등의 불씨 외에 ‘러시아 해군의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나포’라는 돌발 사건까지 터지면서 회담에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26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크림반도 인근 케르치해협에서 발생한 러시아의 자국 군함 나포에 대응해 계엄령을 선포하고 자국군 총참모부에 계엄령 시행을 위한 일부 군대 동원령을 발령하도록 지시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대국민 TV 담화에서 “28일 오전 9시부터 우크라이나 전역에 걸쳐 계엄령을 도입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엄령은 전쟁 선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점증하는 러시아 공세에 대응해 우크라이나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해군은 25일 흑해에서 아조프해로 가기 위해 케르치해협을 통과하던 우크라이나 함정(2척)과 예인선(1척)을 군함과 전투기를 동원해 나포한 뒤 케르치항으로 끌고 가 억류 중이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군인 3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의 불법 나포 주장에 러시아는 자국 영해 침범에 따른 합법적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우크라이나 승조원들을 신문한 결과 우크라이나 당국의 지시에 따라 고의로 러시아 영해로 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당시 우크라이나 영토) 강제 병합 이후 두 나라 사이에 다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서방 국가들은 대러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 주요 유럽 정상을 비롯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이 러시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 군사력 행사에는 정당성이 없다.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선원과 선박을 풀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포로셴코 대통령과 통화한 뒤 “러시아가 무력을 사용한 것을 비난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러시아 측의 요청으로 긴급회의를 열어 케르치해협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의제 상정에 대한 15개 이사국의 의견이 갈려 무산됐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침해하는 충격적인 일”이라며 “이번과 같은 불법적인 행동들은 관계 정상화를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러시아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대러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헤일리 대사가 목소리를 높였을 뿐 미국은 다른 서방국가들과 달리 대러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좋지 않다. 전혀 행복하지 않다. 잘 수습되길 바란다”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내놓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이번 충돌은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다. 5월 러시아가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육로로 잇기 위해 건설한 길이 19km짜리 케르치대교 때문이다. 케르치대교는 우크라이나 해상 핵심 통로인 아조프해의 유일한 출입구 역할을 하는 케르치해협의 머리 위에 지어진 다리다. 말발굽 모양으로 생긴 아조프해는 케르치해협을 통해야만 흑해에 닿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케르치대교를 지은 뒤 우크라이나 선박에 대한 검문·검색을 늘려 아조프해 지역 무역량이 30%나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2003년 12월 양국은 바다와 해협을 공동 영해로 규정하고 공동 관리하기로 했으나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로 병합한 이후 이 합의가 깨졌다. 러시아는 케르치해협 전체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안전을 이유로 이곳을 지나는 우크라이나 국적 선박의 통행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7일 메르켈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경솔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러시아 측은 포로셴코 대통령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해 고의로 도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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