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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카톡방담] 시험대 오른 한국 외교
그림 1[저작권 한국일보]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_ 송정근 기자
한미 양국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놓고 이견이 큰 가운데 일본과는 과거사 문제의 일상적인 갈등을 넘어 초계기 위협 비행으로 군사충돌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미동맹은 물론 전통적인 한미일 공조 차원으로 보나 한국 외교의 근간이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말 5년 기한의 분담금 협정 종료를 앞두고 지난해 3월부터 진행된 열차례의 실무협상에도 합의가 여의치 않은 파행적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분담금을 현행 9,600여억원에서 1조3,500여억원으로 대폭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동맹도 비용’이란 관점에서 접근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고집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노선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다. 또 이웃 일본과는 한달 넘게 레이더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23일 일본 초계기가 또다시 우리 해군 함정에 위협적인 저공비행을 해 갈등이 심각해진 상황이다. 대미, 대일 외교 이슈를 짚어보기 위해 본보 외교안보팀과 도쿄특파원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한국이 ‘안보 무임승차’를 한다는 편견을 바탕으로 미국이 분담금의 대폭적 인상을 관철하려 하는데 원인이 있나요. 해법은 무엇이죠.
흰둥이=우선은 자국우선주의에 따라 안보사안 마저 경제적 실리를 따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성향이 큰 몫을 것 같아요. 미국이 올해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방위비 협상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게 작용하죠. 줄줄이 예정된 협상의 시작점이 우리인 만큼 되든 우선 강경한 자세를 보여줘 다른 협상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전략이겠죠. 실제 미국 협상팀이 10차 회의에서 대폭 인상된 안을 들고 와서는 "최상부 지침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불나방=트럼프 행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북미 협상과 연계하고 있나요.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 중 하나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마음은 콩밭에=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북미 협상과 연계된다고 보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분석 같아요. 한반도 긴장 상황이 어느 수준에 머무느냐에 따라 투입되는 비용이 달라질 것인데, 미국 입장에선 1년짜리 계약을 맺을 것이냐, 3년 또는 5년짜리 계약을 맺을 것이냐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다만 한미동맹 이슈와 연결해서 보는 건 아직은 섣부른 것 같아요.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동맹관계에 별 흥미가 없는데다, 안보 무임승차론을 꾸준히 거론해왔던 만큼 가능성을 완전 제로로 보기는 어렵겠지만요.
흰둥이=주한미군이 대북 견제용만이 아닌 미국의 동북아 안보에 주요 전력인 점을 봐야죠. 그럼에도 그런 우려가 실제 외교가 안팎에서 번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죠. 추후 비핵화·평화구축 협상이 진전될 경우에 대비해 불시에 감축 요구가 닥치지 않도록 전방위적 외교노력이 필요해 보여요.
서욱 합참작전본부장이 23일 오후 국방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해군 함정을 향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불나방=한일간 레이저 갈등은 어느 쪽 말이 맞나요.
밥먹었더니 배불러(배불러)=쉽게 말하면 정상적인 작전활동을 하고 있는 대조영함을 향해 일본 초계기가 슬슬 다가오다가 초저고도로 위협비행을 했다는 것이 우리 국방부 발표에요. 일본 측에선 위협비행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고. 지난달 광개토대왕함이 초계기를 조사(照射ㆍ겨냥해 쏨)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명백한 조사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일본 측이 위협을 느낀 대조영함이 레이더를 조사하면 그 정보를 입수해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받은 레이더 정보라며 내놓기 위한 함정이었다는 추측도 나와요.
불나방=좀더 알기 쉽게 설명해주세요.
배불러=군사기밀이 포함된 정보가 다수 공개되지 않아 명확한 판단은 쉽지 않아요. 양국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전제하에, 지금까지 양국이 공개한 내용으로 보면 일본 측 초계기의 저고도 위협비행은 이해가 되지 않는 측면이 많습니다. 통상 150m 이하 저고도로, 군용기가 근접 비행을 하는 건 국제 관례상 비신사적 행위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죠. 게다가 우리 측 광개토대왕함이 사격통제레이더(STIR)를 조사했다는 일본 주장이 맞다 하더라도, 조사 당한 군용기가 급히 회피기동을 하지 않고 오히려 위협적으로 비행했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아 보여요. 일본 측이 우리 군함의 조사와 관련한 명백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 최초 조사 주장자체가 의심스러운 상황이죠.
고구마와 사이다(사이다)=양국 모두 상대가 군사기밀이 포함돼 있는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걸 아는 만큼 자국의 정당성에 대한 여론전을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다만 일본 현지에선 일본 정부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불나방=한일관계가 좋았던 적이 많지 않지만 군사충돌 위기까지 간 것은 이례적이지 않나요.
사이다=현재로선 군사충돌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국방부가 ‘자위권적 조치’라는 표현을 사용한 만큼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갈 수 있습니다.
불나방=아베 정권이 지지율 만회를 위해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으로 악화한 일본내 반한 감정을 계속 자극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와요. 현지 분위기가 어떤가요.
사이다=이 시점에 일본이 안보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이유를 따져보면 아베 총리의 개헌 스케줄과 관련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올해 안에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민투표에 부쳐야 합니다만 야당과 국민들의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거든요. 안보 갈등을 통해 자위대의 필요성과 군사력 강화의 명분을 쌓고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거죠. 문제는 최근 주변국과는 갈등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국가가 한국밖에 없습니다. 안보 우려를 거론할 때마다 등장하던 북한은 현재 일본의 동맹국인 미국과 북미 정상회담을 둘러싼 협상 중이기 때문에 활용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불나방=여당 중진인 송영길 의원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한일관계 파탄으로 어떤 쪽이 더 손해가 크다고 보나요.
매일 혼술=군사적으로는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외교적으로는 강경한 대응을 펼쳐야 합니다. 초계기의 위협 비행에 우리가 군사 대응을 한다면, 분쟁을 통한 내부 집결과 전쟁국가로의 개헌을 원하는 아베의 전략에 말려드는 셈이 되죠. 남남갈등도 피해가야 할 부분입니다. 일본에서는 정부 언론이 똘똘 뭉쳐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반일 감정을 부추겨 외교 무능을 덮지 마라”며 정부에 책임을 물으려는 태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위협은 일본이 했는데 책임은 한국정부가 져야 한다는 역발상으로 우리의 외교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여당탐구생활=송 의원의 강도높은 비판에 이어 당 정책위의장인 조정식 의원, 전임 의장인 김태년 의원 등이 “상식을 벗어난 안하무인, 적반하장”이라며 압박에 나섰죠. 다만 강경한 정치적 워딩 이면에 좀더 치밀한 노림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아무리 한일관계가 안좋아도 기본적인 협력과 교류의 끈을 놓아선 안되죠. 일본을 향해 강경발언을 내놓고 규탄하는 정치권 인사는 많지만 이런 시국에 대화에 나서겠다는 인사가 없는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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