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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명 생명 앗아간 뉴질랜드 테러…위협받는 다문화주의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3월24일 10시01분    조회:1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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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스트처치=AP/뉴시스】16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마스지드 알 누르 모스크 인근 임시 추모소에 추모객들이 총기난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헌화한 꽃다발이 놓여있다. 2019.03.16.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이슬람 교인에게 금요일은 기도의 날이다. 기독교인의 일요일과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기도의 날이었던 지난 15일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사원(모스크) 두 곳에서 끔찍한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50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 경찰은 이번 테러 사건의 용의자로 호주 국적의 브렌턴 태런트(28)를 검거했다. 현재까지는 그의 단독 범행일 가능성이 유력하다. 

태런트의 테러는 면밀했다. 그는 범행 전 자신의 계획과 동기를 담은 74장 분량의 선언문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대전환(Great Replacement)'이라는 제목의 선언문에서 그는 자신을 평범한 백인 남성이라고 소개했다. 

어떻게 이 평범한 백인 남성은 '현대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테러'의 주인공이 된 것일까. 

태런트는 선언서에서 세계의 외딴 곳인 뉴질랜드에서조차 이민자가 넘쳐나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 뉴질랜드를 공격 대상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민자를 '침략자'라고 칭하며 그는 "우리의 땅은 결코 그들의 땅이 될 수 없고, 우리의 고국은 우리 자신의 고국"임을 보여주기 위해 테러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늘어나는 이민자들로 인해 결국 유럽에서는 완전한 인종적·문화적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그저 "우리 민족(백인)의 존속, 그리고 백인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2017년 이슬람 테러로 사망한 11세 스웨덴 소녀의 실명을 언급하며 "에바 아카룬드에 대한 복수를 위해" 테러를 감행한다고도 썼다.

◇뒷배가 되어준 정치인들

'위험한 이민자' '내 나라와 문화를 위협할 이민자' '내 땅에 거주하는 어린, 여성을 위협할 이민자' . 어딘가 익숙한 선언문의 메시지는 지난 5년간 끊임없이 이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뉴시스】지난달 27일(현지시간) 독일 뒤셀도르프 축제에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와 금발머리 극우 정치인 3인방의 모형이 등장했다. 왼쪽부터 히틀러,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PVV) 대표,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FN) 대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 트위터 캡처> 2017.3.3.

2017년 12월 영국 방문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의 극우정당 '브리튼 퍼스트(BritainFirst)'의 제이다 프랜슨 대표가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 3개를 리트윗했다. 이슬람교도들이 어린 남자아이를 지붕에서 떨어뜨린 뒤 폭행을 가하는 영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들로 인해 영국은 자신의 고유한 '문화'를 잃고, 유럽의 구조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영국은 결코 예전과 같을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태런트가 선언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백인의 정체성과 공동의 목표를 새롭게 만든 상징'이라고 칭송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구 사회의 대표 국가인 ‘미국’의 대통령은 이민자 혐오주의의 공고한 뒷배였던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만의 일도 아니다. 호주의 프레이저 애닝 상원의원은 테러가 발생한 다음날 멜버른 인근에서 열린 극우 집회에 참석해 “(테러의 원인은) 무슬림 이민과 이민 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이탈리아 정부는 남부 칼라브리아 주에 위치한 아프리카 이주민들의 거주지를 한꺼번에 철거했다.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유럽으로 건너온 난민1000여명은 그렇게 살 곳을 잃었다. 

테러라는 방식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곳곳에서 정치인들은 이민자에 대한 혐오를 보여주고 있다.

◇다문화주의, 줄어드는 '내 몫'의 문제

【크라이스트처치=AP/뉴시스】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16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난민센터에 서 무슬림 공동체 대표들을 만나고 있다. 아던 총리는 "용의자가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총기법을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2019.03.16

이민자에 대한 혐오는 결국 다양성, 다문화주의에 대한 반감이다. 태런트의 선언문에서도 다문화주의에 대한 반발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선언문에서 그는 “다양성은 약하다”고 말한다. 통일성, 통합성, 신뢰, 전통, 인종적 민족주의야 말로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고 주장한다. 다양성은 누구에게도 '강점'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다양성이 힘을 발휘한다면 어떻게 "중국, 일본, 대만, 한국과 같은 단일민족 국가가 21세기 가장 지배적인 국가로 등극할 수 있었겠냐"며 반문한다. 

태런트의 문제의식과 논리는 이렇게 구성된다. '다문화 사회에서는 갈등이 일어나고, 이는 공동체를 약화시킨다. 그러니 이 다문화를 구성하는 이민자를 없애야 한다'. 뉴질랜드 총리의 표현처럼 '길고 두서없는' 선언서는 결국 이런 뜻이다. 

다문화주의는 단순히 한 공동체가 다양한 문화를 존중한다는 뜻이 아니다. 2010년 9월 한국정책학회보에 실린 논문 '한국의 다문화주의와 다문화정책의 선택적 적용(2010;박진경)'은 다문화주의를 "사회통합적 관점에 의한 소수자의 정체성 인정과 구성원 간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합의된 실천이념"이라고 정리한다. 개인이 소속된 문화적 정체성과 상관없이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지닌다는 뜻이다. 즉 다문화주의란 모든 개인, 심지어 이민자들에게도 공동체가 누려온 권리를 나누는 일이다. 

이민자에 대한 혐오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나의 몫이었던 권리를 나의 공동체가 아닌 이와 나누는 것에서 이들은 분노한다. 태런트가 선언문에서 자신이 싫어하는 것은 유럽에 침투한 무슬림이지, 자기 나라에서 살고 있는 무슬림이 아니라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가 혐오한 것은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는 이민자다. 태런트의 총격 테러는 증오 범죄이기 전에 '나의 권리를 빼앗아가지 말라'는 정치적 투쟁이다. 

◇한국의 '정치적 투쟁'은…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사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난민법 및 무사증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2018.06.30. mangusta@newsis.com

이러한 정치적 투쟁에 뉴질랜드의 아던 총리는 '아살람 알라이쿰'으로 응수했다. 아랍어 인사인 이는 ‘여러분에게 평화를' 이라는 뜻이다. 전 세계의 눈이 그를 향해 있던 19일 의회에서 그는 다문화주의를 둘러싼 정치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정치 싸움에서 우리는 완전히 배제되어 있는가. 지난해 예멘인 500여명이 제주도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했을 때, 우리의 여론도 태런트의 사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이 세금을 축낼 것이다, 그들이 여성을 겁탈할 것이다, 그들이 우리의 문화를 해칠 것이다'. 유명 배우의 "한국은 목숨을 걸고 피란을 선택한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과 의지를 가진 나라"라는 발언에 누리꾼들은 '어리석다'는 일성을 내뱉었다. 단 500명에도 비명이 나온다. 

태런트가 꼽은 모범 국가인 한국은 테러범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외국 이주민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정치적 투쟁은 과연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이 방향을 제시할 한국판 '저신다 아던'이 우리에게도 있는가. 

뉴질랜드의 테러 사건은 이 물음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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