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는 28일(현지시간) 열린 스페인 조기 총선 결과에 이같이 평했다. 사회노동당(PSOE)이 국민당(PP)을 누르고 제 1당에 올랐지만 극우정당 복스(Vox)가 스페인 민주화 이후 최초로 원내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철권통치가 끝난 지 44년 만에 극우정당이 원내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코 이후 44년만에 부활한 극우정당 ‘복스’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Vox)의 산티아고 바스칼. [AP=연합뉴스]
스페인은 지금까지 난민을 포용하는 등 ‘자국민우선주의’를 내세운 다른 유럽국가들과 다른 행보를 보여왔지만 결국 유럽의 극우·포퓰리즘 열풍을 피해가진 못했다. 스페인 언론 엘파이스에 따르면 개표율 99% 기준 극우정당 복스는 하원 350석 중 24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총선 때만 하더라도 복스는 0.2% 득표율로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엔 3년 전보다 약 50배 높은 10.2%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원내진출에 성공했다. ‘스페인 민족주의’를 내세운 복스는 지난 2013년 산티아고 아바스칼(43)이 만든 정당으로 라틴어로 '목소리'라는 뜻이다. 아바스칼은 ‘스페인을 다시 위대하게(MakeSpainGreatAgain)’을 내세우며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반대, 포용적 이민정책 반대, 반무슬림, 낙태법 강화, 가정폭력 방지법 등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복스의 총선 후보로는 프랑코 독재정권을 옹호한 퇴역 군 장성들이 나오기도 했다.
아바스칼은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스페인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지만 우리가 국회에 있다”며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회노동당이 제 1당…과반 차지한 정당은 없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겸 사회노동당 대표. 사회노동당은 하원 350석 중 123석을 차지하며 제 1당으로 올라섰다. [AP=연합뉴스]
반면, 사회노동당은 하원 350석 중 123석을 차지해 제1당에 올랐다. 하지만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연정구성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절반의 승리'만을 거뒀다. 페드로 산체스(47) 총리 겸 사회노동당 대표는 지난 25일 공영방송 TVE와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테두리 안에서 모든 정파와 대화하겠다는 것이 내 소신”이라며 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원내 1당이었지만 지난해 6월 야당 불신임을 받아 총리 자리를 사회노동당에 내준 우파성향 국민당은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66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이 지난 2016년 총선에서 137석을 얻었던 점을 고려하면 의석수가 반토막난 셈이다. 기존에 국민당을 지지했던 보수·우파 성향 유권자들이 복스로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중도성향 시민당(Ciudadanos)은 하원 350석 중 57석, 급진좌파 포데모스(Podemos)는 42석을 차지했다. 국민당 실각과 카탈루냐 독립 등 정치적 이슈가 맞물려 투표율도 예상보다 높았다. 이번 스페인 조기총선의 투표율은 75.7%로 지난 총선 때보다 8.5%p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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