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키이우를 가다] 7. "지옥 너머가 있다면 바로 이곳"…이르핀의 상처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6월15일 12시00분    조회:675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러시아군 진격 막으려 주민 피란 전에 폭파해 다리 아래 주민 묶여

러시아 침공 참사 알리는 추모 공간으로 보존

피난길 희생자 추모하는 십자가

(이르핀[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 도시인 이르핀의 간이 다리에 피난길에 올라 희생된 주민들을 기리는 십자가가 만들어져 있다.
이르핀은 키이우랑 근접해 러시아군 침공 당시 수도를 지키려는 우크라이나군과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이 다리를 통해 피난에 나선 주민들이 어렵게 간이 다리를 이용해 대피했다. 2022.6.12 hkmpooh@yna.co.kr

'러시아의 침공'을 관념적인 안보 상황으로 인식했던 국제 사회는 우크라이나 국민 개개인이 처한 삶의 위기를 구체적으로 목격할 수 있게 됐다.

무너진 다리의 상판 아래 교각 사이 공간에 빽빽이 서 있는 이들은 키이우 북서쪽 소도시 이르핀의 주민이다.

토요일이었던 3월5일 새벽 러시아군의 급습을 받은 이르핀 주민들은 제대로 짐을 챙기지도 못하고 키이우를 향해 허겁지겁 피란길에 올랐다.

키이우까지 거리는 20㎞. 주민들은 걸어서 가지 못할 거리는 아니라는 생각에 피란길을 떠났을 테다. 키이우까지 가는 기차도 있었지만 주민 모두 태우기엔 턱없이 모자랐던 데다 러시아군은 주요 보급선인 철로를 집중 공격해 피란 수단으로는 매우 위험했다.

키이우에 가려면 폭 15m 정도의 이르핀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다리를 폭파한 뒤였다.

파괴된 이르핀 다리 밑에서 피신한 주민들(3.5)
파괴된 이르핀 다리 밑에서 피신한 주민들(3.5)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뒤에선 기세를 올린 러시아군이 턱밑까지 추격해 오고, 건너야 할 다리는 앞에서 끊어졌으며 머리 위로는 언제 포탄이 떨어질지 몰라 오도가도 못하게 된 피란민이 다리 아래에 모인 장면을 카메라가 포착했다.

사람이 너무 밀집해 앉지도 못하고 선 채로 포격 소리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은 당시 우크라이나가 몰린 위태로움을 대변했다. 이렇게 이르핀 다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상징적인 현장이 됐다.

석 달 여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이곳을 찾았을 때도 다리는 사진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당시 피란민들이 강을 건너기 위해 널빤지 몇 장을 이어 만든 임시 다리도 여전했다.

혼자 건너도 삐걱삐걱 소리가 나면서 위아래로 흔들렸다. 이 불안한 널빤지를 딛으며 아이와 늙은 부모의 손을 잡은 수많은 피란민이 목숨을 걸고 남쪽으로 향했을 것이다.

널빤지 다리 옆에 얼기설기 엮어 세웠던 손잡이는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있었고, 강바닥에는 한쪽 문짝이 날아간 자동차가 거꾸로 처박혀 있었다.

이르핀의 피난 다리는 여전히 그대로
이르핀의 피난 다리는 여전히 그대로

(이르핀[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 도시인 이르핀의 다리가 완전히 파괴된 채 있다. 2022.6.12 hkmpooh@yna.co.kr

널빤지 다리를 따라 양옆으로 줄지은 나무 십자가는 희생자를 기리는 흰색 리본을 두른 채 주인을 잃어버린 신발과 모자, 장갑을 대롱대롱 매달고 있었다.

늦겨울 삭풍 속에 급작스레 떠난 피란길에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부모가 챙겨왔을 장난감 자동차와 구피 인형도 버려져 있었다.

흙먼지에 뒤덮인 채 버려진 유모차는 포성 속에 갓난아이를 태우고 내달렸을 부모의 마음을 떠올리게 했다.

이르핀의 다리에 만들어진 희생자 추모 십자가
이르핀의 다리에 만들어진 희생자 추모 십자가

(이르핀[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 도시인 이르핀의 간이 다리에 피난길에 올라 희생된 주민들을 기리는 십자가가 만들어져 있다. 2022.6.12 hkmpooh@yna.co.kr

다리가 끊어진 지 석 달이 지난 지금은 이르핀 강 위에 차가 다닐 수 있는 차로는 복구지만 보행자는 여전히 나무로 만든 간이 다리를 이용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피란민의 피와 눈물이 얽히고설킨 이 다리를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 대신 옆에 새로운 다리를 놓기로 했다고 현장 공사 관계자가 말했다.

임시 다리엔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르핀의 다리를 러시아의 침공으로 사망한 우크라이나인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선포했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위험한 피난의 상징이 된 이르핀의 다리 건너는 공사 관계자들
위험한 피난의 상징이 된 이르핀의 다리 건너는 공사 관계자들

(이르핀[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 도시인 이르핀의 간이 다리를 새로운 다리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건너고 있다. 2022.6.12 hkmpooh@yna.co.kr

다리 곳곳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일으킨 전쟁의 잔혹함을 알리는 그림과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기원하는 다양한 언어로 적은 글들이 걸려있었다.

우크라이나 국기 아래 러시아군 군복과 군모가 못 박혀 있는 한 캔버스 상단에는 "메시지를 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여기에 해달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곳의 고통은 푸틴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지옥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바로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이 암흑기에서 단결한 우크라이나인이 파도처럼 일어나 위대한 땅을 지켜내기를"

이르핀의 다리에 남은 그날의 급박함
이르핀의 다리에 남은 그날의 급박함

(이르핀[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 도시인 이르핀의 간이 다리에 당시 주민들이 버리고 간 유모차가 전시돼 있다. 2022.6.12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16
  • 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미국인 중 코로나19 환자 44명…귀국 못해"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미국인 승객들이 17일 새벽(현지시간) 일본 하네다공항에서 귀국 전세기에 옮겨 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일본 요코하마(橫浜)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 2020-02-17
  • 후생성 "검사결과 음성이면 19일부터 하선"…미국인은 조기 대피 일본 정부, 다른 외국인도 해당국서 대피시킬 의향 있으면 협조 일본 크루즈선 정박 요코하마항에서 출발하는 구급차(요코하마 교도/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대거 확인된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뒤...
  • 2020-02-16
  • 미국 정부 "이번에 귀국 않으면 상당 기간 못 들어와" 코로나19 발병으로 일본 크루즈선에 격리된 승객.[로이터=연합뉴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병한 일본 크루즈선에 탑승 중인 미국인들은 자국 전세기로 귀국한 뒤에도 2주간 더 격리될 예정이라고 AP...
  • 2020-02-16
  • 네덜란드행 KLM, '웨스테르담호' 승객 탑승 거부 15일 미국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에서 하선하는 승객들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1천500명을 싣고 2주가량 바다에서 떠돌던 미국 크루즈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앞서 일본 요코하마(橫浜)항 정박 크루즈...
  • 2020-02-16
  • 프랑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확진자 중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는 유럽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첫 사례다. 현지시각으로 15일 BBC방송, AFP 통신에 따르면 사망자는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武漢)이 속한 중국 후베이(湖北)성 출신의 80세 중국 남성 관광객으로 확인됐다. 아녜스 뷔쟁...
  • 2020-02-16
  •   요약봇beta 요약봇beta도움말자동 추출 기술로 요약된 내용입니다. 요약 기술의 특성상 본문의 주요 내용이 제외될 수 있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 전체보기를 권장합니다.   자동 요약 결과가 어땠나요? 소중한 의견이 반영되었습니다. 자동 요약 결과가 어땠나요? 만족 보통 불만족 닫기...
  • 2020-02-15
  • 법에는 '징역 1년 이상 받은 외국인 추방' 규정…대법 "원주민 혈통은 외국인 아냐" "원주민 법적으로 인정한 역사적 판결" vs "국민의 새로운 법적 범주 생겨나"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진 남성[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호주에서 원주민이라면 외국 시민권자더라도 범...
  • 2020-02-12
  •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 감염이 발생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추가로 39명의 감염자가 확인됐다고 일본 정부가 12일 발표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 감염이 발생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교도=연합뉴스] 이들 39명외에 크루즈선내에서 승선자를 대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하던 검역관 1명...
  • 2020-02-12
  • CNN "트럼프, 참모들에 전해…캠프, 북한이 재선성공 결정적 이슈라 생각안해 "  '인내 외교' 연장선 대선국면서 상황관리 기조와 연결  3차 북미정상회담 (PG)[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
  • 2020-02-11
  • 추가 검사로 감염자 더 늘 수도…확진자에 한국인 없어 감염자 속출 속 19일 예정 '격리 해제' 미뤄질 가능성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요코하마(橫浜)항 앞바다에 격리 형태로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 2020-02-10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