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키이우를 가다] 8. 일상이 '전쟁'된 주민들…배급소 돌며 끼니 마련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6월15일 12시01분    조회:1003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나도 달라", "기다려야 한다" 배급소 앞 고성

러시아군 퇴각 뒤 주민들 귀향 늘어 배급품 태부족

전쟁 상처 여전한 부차, 삶은 계속되지만...

(부차[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도시인 부차에서 시민들이 구호단체인 월드센트럴키친(WCK)가 나눠주는 구호 물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2.6.14 hkmpooh@yna.co.kr

(부차[우크라이나]=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아침을 일찍 먹었다면 슬슬 허기가 질 무렵인 13일(현지시간) 오전 11시. 꾹꾹 접은 비닐봉지를 움켜쥔 사람들이 건물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정오가 넘어서니 바퀴 달린 장바구니까지 끌고 와 기다리는 이로 장사진을 이뤘다.

앞쪽에서 갑자기 고성이 터져 나왔다.

"내가 지난주에 분명히 신청했는데 왜 음식을 주지 않는 거냐", "당신 순서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음식을 못 받은 사람은 당신만이 아니다.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른 한 남성이 삿대질하면서 유니폼을 입은 사람에게 거칠게 항의하자 차분하게 응대하던 이 사람도 성이 났는지 언성을 높였다.

이날은 자선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이 부차에서 무료 배식을 하는 날이다.

전쟁은 사람의 마음을 쪼그라들게 한다. 아무리 인심이 넉넉했던 이도 총소리, 포소리를 직접 듣게 되면 야박해지게 마련일 테다.

WCK 부차 사무소는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빵, 쌀, 밀가루, 스파게티, 채소, 과일 등 식량을 담은 봉지를 주민에게 나눠준다. 집에 아이가 있으면 기저귀, 장난감 등도 함께 준다.

어느 정도 형태를 갖췄던 줄은 배급이 시작되자 서로 앞으로 몰려들면서 흐트러져 버렸다. 뒤쪽으로 밀려난 이들은 혹시라도 자기 차례가 오지 않을까 목을 빼고 남은 배급 봉지 개수를 초조한 눈으로 셌다.

어렵게 준비한 구호물품은 언제나 부족
어렵게 준비한 구호물품은 언제나 부족

(부차[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도시인 부차에서 구호단체인 월드센트럴키친(WCK) 관계자가 시민들에게 나눠 줄 구호품을 정리하고 있다. 2022.6.14 hkmpooh@yna.co.kr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구호품
최소한의 생활을 위한 구호품

(부차[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도시인 부차에서 구호단체인 월드센트럴키친(WCK)이 시민들에게 나눠줄 구호품. 2022.6.14 hkmpooh@yna.co.kr

쇼핑센터의 경비원으로 일했던 알렉(62) 씨는 쇼핑센터가 러시아군 폭격으로 박살 나면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그도 이날 식량 배급을 받으려고 일찌감치 배급소에 왔다. 배급을 받아도 알렉 씨의 세 식구가 사흘을 버티기에 빠듯하다.

언제 자신의 이름을 부를지 몰라 건물 앞을 떠나지 못하고 주변을 서성거리며 담배만 뻑뻑 피우던 알렉 씨는 연금 8만3천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직업이 없는 아내와 아들까지 먹여 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더구나 식품, 연료 가격은 전쟁 뒤 몇 배로 뛰었다. 음식을 살 돈이 부족하기에 이렇게라도 얻은 음식을 아끼고 아껴 먹는 수밖에 없다.

생활고에 지칠 대로 지쳤을 알렉 씨는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나, 생활고를 충분히 해결해주지 못하는 우크라이나 정부 그 누구도 탓할 힘조차 없을 것처럼 무기력해 보였다.

WCK 관계자는 "월요일에 배급을 신청하면 목요일에, 목요일에 신청하면 다음 주 월요일에 음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최근 신청자가 계속 늘면서 순번이 계속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부차에서 물러난 4월 초 WCK가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이곳을 찾는 주민은 300명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아무리 적게 6∼7배 늘었다고 한다.

전직 축구강사였던 WCK 자원봉사자 바그단(29) 씨는 "러시아군이 점령했을 때 마을에 남았던 주민들에게 음식을 주고 싶은데 돌아온 사람이 많아지면서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마침내 받은 소중한 구호품
마침내 받은 소중한 구호품

(부차[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도시인 부차에서 시민들이 구호단체인 월드센트럴키친(WCK)이 준비한 구호품을 받아 집으로 향하고 있다. 2022.6.14 hkmpooh@yna.co.kr

WCK 부차 사무소는 한 가구에 일주일에서 열흘에 한 번꼴로는 음식을 나눠준다고 했지만 전쟁 뒤 모든 게 결핍해진 주민들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배급을 받는 느낌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차 주민들에게는 WCK 외에도 음식을 나눠주는 교회 등 3곳을 돌며 매일같이 '출석 도장'을 찍는 게 일상이 됐다.

이날 WCK 부차 사무소 앞에 모인 사람 중 식자재를 받아 간 사람은 150명 안팎. 나머지는 다음에 음식을 받을 수 있게끔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사흘 뒤에 오면 음식을 받을 수 있을까. 아마 어려울 것이다.

자원봉사자도, 주민도 모두 이런 현실을 알고 있겠지만 넘치는 화를 주체하지 못해 어디에라도 분출하고 싶어 애먼 자원봉사자에게라도 소리를 지른 게 아니었을까.

부차에서 러시아군은 두 달 전 물러났지만 남은 주민들에겐 기약없는 또다른 전쟁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구호품 받기 위한 또 다른 전쟁
구호품 받기 위한 또 다른 전쟁

(부차[우크라이나]=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도시인 부차에서 시민이 구호단체인 월드센트럴키친(WCK)이 준비한 구호품을 긴 시간 기다려 받은 뒤 집으로 향하고 있다. 2022.6.14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16
  • "어린이가 타고 있어요"…마리우폴 피란 차량 (자포리지야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탈출한 피란 차량이 2일(현지시간) 어린이들을 태우고 인근 자포리지야에 도착했다. 차 문에는 '어린이들'이라고 써 붙인 러시아어 단어가 보인다. 러시아군에 포위된 마리우폴에는 주민 수...
  • 2022-05-04
  • [주간경향] 일본 엔화의 추락은 어디까지일까. ‘안전자산’의 대명사였던 엔화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엔·달러 환율은 두 달째 가파르게 오르면서 2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통념도 깨졌다. 지난해 7년 만의...
  • 2022-05-03
  • 특별군사작전→전면전 전환하면서 예비군 총동원령 돈바스 지역 병합하고 몰도바까지 전선 확대 관측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곧 국면 대전환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가 이달...
  • 2022-05-03
  • 전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 "美, 아프간·이라크서 장군 전사 0명"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 게티이미지/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군사령관인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미군 예비역 해군 대장은 1일(현지시간) 10명이 넘...
  • 2022-05-03
  • 헝가리 "대사관, 르비우서 키이우로 복귀…현재 운영 중" 크리스티나 크비엔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대리 (르비우 AP=연합뉴스) 크리스티나 크비엔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대리가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의 기자회견장에 도착하고 있다. 2022. 5. 2. photo@yna.co...
  • 2022-05-03
  • 아조우스탈 제철소 민간인 영상 공개 마리우폴 저항 최후 거점이자 지하요새 푸틴, 봉쇄명령 내리고 고사 작전 전개 “아이들 먹을 물·음식 조차 고갈” 애원 24일 푸틴은 부활절 자정 미사 참석 러, 부활절 새벽에도 26곳 미사일 맹폭 오데사선 갓난아기 등 민간인 8명 숨져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저...
  • 2022-04-25
  • 르펜, 패배 인정…득표율 상승에 "눈부신 승리" 자평 여론조사기관 "마크롱 57∼58%·르펜 41∼42% 득표" 환하게 미소 짓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연합뉴스]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이겨 ...
  • 2022-04-25
  •   2022년 4월 6일 우크라이나 동부 마리우폴 인근에서 이동 중인 러시아군 병력의 모습. [AP 연합뉴스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컫는 용어인 '특수 군사작전'의 2단계 목표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역과 남부...
  • 2022-04-22
  • 허공에 악수한 후 연단 10초간 서성여 SNS서 영상 확산, 건강이상설 재점화 허공에 악수를 청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모습. 트위터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뒤 허공에 악수를 하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노스캐롤...
  • 2022-04-16
  • 4월 13일, 조립견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기자회견을 주재했다. 지난해 4월 13일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에 백만톤 이상의 원전 오염수를 여과를 거쳐 희석한후 바다에 방출했고 이 작법은 일본 국내와 국제사회의 강력한 우려와 관심을 받았다. 며칠 전 일본 민중들이 재차 자발적으로 집회를 조직하고 원전...
  • 2022-04-13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