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키이우를 가다] 10.전사자를 위한 진혼곡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6월17일 13시23분    조회:805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전쟁과 이별, 그리고 남은 자의 슬픔
전쟁과 이별, 그리고 남은 자의 슬픔

(키이우=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성 미하일 황금 돔 수도원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프리마첸코 키이우 재향 군인부 키이우 부서장의 장례식 도중 부인 올레나씨가 고인이 누워있는 관에 손을 올리고 오열하고 있다.

(키이우=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몇 날 며칠을 눈물로 지새웠을 올레나는 퉁퉁 부은 눈을 가리고 싶었는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남편이 잠들어있는 관 위에 머리를 파묻고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던 그는 소리 내 울 기력도 없는 듯 그렇게 한참을 파르르 떨었다.

몇 번이나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이고, 금방이라도 실신할 듯 목이 뒤로 젖혀졌지만, 아들과 딸의 부축으로 간신히 버텨내는 것처럼 보였다.

14일(현지시간) 무거운 진혼곡이 울려 퍼지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우크라이나 정교회 성미하일 수도원에서 올레나는 남편 블라디미르 프리마첸코와 이렇게 작별했다.

프리마첸코는 5일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방 격전지 도네츠크주(州) 바흐무트 인근에서 러시아군과 맞서 싸우던 중 탱크가 폭발하면서 전사했다.

그가 눈을 감은 것은 아흐레 전이지만, 전쟁터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데다 외국으로 피란했던 가족이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군의 주요 보급선이 지나는 요충지로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병사들을 격려한 곳이기도 하다.

러시아와의 격전 치르다 전사한 노병의 장례식
러시아와의 격전 치르다 전사한 노병의 장례식

(키이우=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성 미하일 황금 돔 수도원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프리마첸코 키이우 재향 군인부 키이우 부서장의 장례식에서 고인의 관이 예배당으로 옮겨지고 있다. 2022.6.14 

이날 오후 1시 프리마첸코의 장례 예배에는 가족, 친척, 친구뿐만 아니라 군복을 입은 수많은 군인이 참석해 수도원을 가득 채웠다.

고인에게 인사를 하려는 조문객은 끊임없이 밀려들어 왔고, 그가 잠든 관 위에는 빨간색 장미와 우크라이나 국기 색 국화가 치워도 치워도 수북이 쌓였다.

묵념하거나, 무릎을 꿇거나, 거수경례 하거나, 관에 손을 갖다 대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국가를 지키려다 목숨을 바친 '영웅'에게 경의를 표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에서 친구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러 키이우까지 기차를 타고 550㎞가 넘는 거리를 달려온 세르게이 세리코프(54) 씨도 장미꽃을 내려놓고 촛불을 들었다.

그는 장례 예배가 열리기 두시간 전부터 수도원에 도착해 먼저 세상을 떠난 벗이 평안히 눈을 감기를 바라며 성호를 그었다.

담담한 목소리로 고인과의 인연을 들려주던 세리코프 씨는 갑자기 감정이 북받친 듯 뒤로 홱 돌아섰다.

동거동락했던 노병들의 전사에 대한 기도

(키이우=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성 미하일 황금 돔 수도원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프리마첸코 키이우 재향 군인부 키이우 부서장의 장례식 도중 전쟁에서 동거동락했던 전우들이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2022.6.14 

헛기침을 여러 번 하고 나서야 "우리는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고 말문을 겨우 뗐다.

세리코프 씨는 2014년 친러시아 정부를 무너뜨린 유로마이단 혁명에서 정부 측에 함께 총구를 겨누는 전우로서 처음 프리마첸코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때부터 서로가 서로의 삶에 녹아 들어왔다는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것은 지난해 12월 무렵. 그때를 끝으로 프리마첸코를 볼 수 없으리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지금 도네츠크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한참 모자라 징병이 필요합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상황이죠. 그곳에 가장 먼저 달려간 내 벗은 예나 지금이나 용감했습니다."

프리마첸코는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시아 반군과 싸우다 다쳐 몸이 성치 않았지만 러시아가 침공하자 고민 없이 다시 최전방으로 향했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도 참여했던 그는 2004년 친러시아 정권을 붕괴시킨 오렌지 혁명에서도 남부 헤르손주를 대표하는 시위대 일원으로 총을 잡았다.

격전지에서 전사한 노병의 장례식
격전지에서 전사한 노병의 장례식

(키이우=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성 미하일 황금 돔 수도원에서 블라디미르 프리마첸코 키이우 재향 군인부 키이우 부서장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2022.6.14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16
  • 일본 도쿄 신주쿠 가부키초의 유흥업소들. /연합뉴스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소속 의원이 성인비디오(AV)를 촬영할 때 실제 성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5일 일본 지역매체인 가나가와신문에 따르면, 쓰쓰미 가나메 중의원 의원은 내각위원회 법안 표결에 앞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AV&nbs...
  • 2022-05-26
  • [카트만두=AP/뉴시스] 24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에서 도르 바하두르 카판지(Dor Bahadur Khapangi)가 기네스 세계 기록 인증서를 받고 있다. 2004년 11월 14일생인 카판지는 신장 73.43㎝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청소년으로 인정받았다. 2022.05.25. [서울=뉴시스]김수진 인턴...
  • 2022-05-26
  • 수 그레이 '파티게이트' 내부 조사 보고서…노래방 기계도 동원 전 수석비서 "안 걸렸다"고 자랑…청소·보안 직원들 무시 봉쇄 중 파티 참석한 보리스 존슨 총리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봉쇄 중이던 2020년 11월 13일 총리실에...
  • 2022-05-26
  • '우수학생' 뽑힌 아들 사진 찍어준 엄마, '사랑한다'가 마지막 인사돼 에머리 조 가자와 아빠인 에인절 가자 [에인절 가자 페이스북 캡처. 재배부 및 DB 금지]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텍사스주의 시골 마을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격 참사 희생자들의 신원이...
  • 2022-05-26
  • 세베로도네츠크 인근의 무너진 교량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점령지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25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핵심 요충지...
  • 2022-05-26
  • 두 딸 아빠, 가족 버리고 우크라 피란민과 집 나와 부모님 집으로 이사 후 새집 물색…"평생 함께할 것" "아내 의심으로 가까워져…피란민 안 받을까 걱정" [서울=뉴시스] 영국 잉글랜드 웨스트요크셔주 브래드퍼드에 사는 토니 가넷(왼쪽)의 아내 로나 가넷(왼쪽 사진 속 검은 상의)의 모습과 지난 14일...
  • 2022-05-25
  • 총격 사건이 벌어진 텍사스 유벨디의 한 초등학교. / AP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5명이 숨졌다. CNN 등은 24일(현지 시각) 그렉 애벗 텍사스주 주지사의 말을 인용해 “텍사스주 유벨디 지역의 롭 초등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학생 1...
  • 2022-05-25
  • 전자현미경에 포착된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전 세계적으로 확산세를 보이는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국영 WAM 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UAE 보건...
  • 2022-05-25
  • 오르반 총리 "다음주 EU 정상회의서 러 석유 금수 논의 반대" 미셸 상임의장에게 서한…"회의 전에 해결책 찾기 어려울 것"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연임 직후 전시 국가비상사...
  • 2022-05-25
  • 155개 회원국 지지 획득…미래 보건위기 대응·기구 개혁 등 과제 산적 세계보건총회 개막 연설하는 WHO 사무총장 (제네바 AFP=연합뉴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2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5차 세계보건총회에서 개막 연설을 하고...
  • 2022-05-25
‹처음  이전 83 84 85 86 87 88 89 90 91 92 9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