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키이우를 가다] 10.전사자를 위한 진혼곡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6월17일 13시23분    조회:846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전쟁과 이별, 그리고 남은 자의 슬픔
전쟁과 이별, 그리고 남은 자의 슬픔

(키이우=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성 미하일 황금 돔 수도원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프리마첸코 키이우 재향 군인부 키이우 부서장의 장례식 도중 부인 올레나씨가 고인이 누워있는 관에 손을 올리고 오열하고 있다.

(키이우=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몇 날 며칠을 눈물로 지새웠을 올레나는 퉁퉁 부은 눈을 가리고 싶었는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남편이 잠들어있는 관 위에 머리를 파묻고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던 그는 소리 내 울 기력도 없는 듯 그렇게 한참을 파르르 떨었다.

몇 번이나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이고, 금방이라도 실신할 듯 목이 뒤로 젖혀졌지만, 아들과 딸의 부축으로 간신히 버텨내는 것처럼 보였다.

14일(현지시간) 무거운 진혼곡이 울려 퍼지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우크라이나 정교회 성미하일 수도원에서 올레나는 남편 블라디미르 프리마첸코와 이렇게 작별했다.

프리마첸코는 5일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방 격전지 도네츠크주(州) 바흐무트 인근에서 러시아군과 맞서 싸우던 중 탱크가 폭발하면서 전사했다.

그가 눈을 감은 것은 아흐레 전이지만, 전쟁터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데다 외국으로 피란했던 가족이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군의 주요 보급선이 지나는 요충지로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병사들을 격려한 곳이기도 하다.

러시아와의 격전 치르다 전사한 노병의 장례식
러시아와의 격전 치르다 전사한 노병의 장례식

(키이우=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성 미하일 황금 돔 수도원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프리마첸코 키이우 재향 군인부 키이우 부서장의 장례식에서 고인의 관이 예배당으로 옮겨지고 있다. 2022.6.14 

이날 오후 1시 프리마첸코의 장례 예배에는 가족, 친척, 친구뿐만 아니라 군복을 입은 수많은 군인이 참석해 수도원을 가득 채웠다.

고인에게 인사를 하려는 조문객은 끊임없이 밀려들어 왔고, 그가 잠든 관 위에는 빨간색 장미와 우크라이나 국기 색 국화가 치워도 치워도 수북이 쌓였다.

묵념하거나, 무릎을 꿇거나, 거수경례 하거나, 관에 손을 갖다 대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국가를 지키려다 목숨을 바친 '영웅'에게 경의를 표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에서 친구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러 키이우까지 기차를 타고 550㎞가 넘는 거리를 달려온 세르게이 세리코프(54) 씨도 장미꽃을 내려놓고 촛불을 들었다.

그는 장례 예배가 열리기 두시간 전부터 수도원에 도착해 먼저 세상을 떠난 벗이 평안히 눈을 감기를 바라며 성호를 그었다.

담담한 목소리로 고인과의 인연을 들려주던 세리코프 씨는 갑자기 감정이 북받친 듯 뒤로 홱 돌아섰다.

동거동락했던 노병들의 전사에 대한 기도

(키이우=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성 미하일 황금 돔 수도원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프리마첸코 키이우 재향 군인부 키이우 부서장의 장례식 도중 전쟁에서 동거동락했던 전우들이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 2022.6.14 

헛기침을 여러 번 하고 나서야 "우리는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고 말문을 겨우 뗐다.

세리코프 씨는 2014년 친러시아 정부를 무너뜨린 유로마이단 혁명에서 정부 측에 함께 총구를 겨누는 전우로서 처음 프리마첸코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때부터 서로가 서로의 삶에 녹아 들어왔다는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것은 지난해 12월 무렵. 그때를 끝으로 프리마첸코를 볼 수 없으리라는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지금 도네츠크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한참 모자라 징병이 필요합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상황이죠. 그곳에 가장 먼저 달려간 내 벗은 예나 지금이나 용감했습니다."

프리마첸코는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시아 반군과 싸우다 다쳐 몸이 성치 않았지만 러시아가 침공하자 고민 없이 다시 최전방으로 향했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도 참여했던 그는 2004년 친러시아 정권을 붕괴시킨 오렌지 혁명에서도 남부 헤르손주를 대표하는 시위대 일원으로 총을 잡았다.

격전지에서 전사한 노병의 장례식
격전지에서 전사한 노병의 장례식

(키이우=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1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성 미하일 황금 돔 수도원에서 블라디미르 프리마첸코 키이우 재향 군인부 키이우 부서장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2022.6.14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616
  • 하르키우 주변 마을 잇따라 탈환…러 돈바스 공격 보급선 약화 시도 러시아의 폭격으로 파괴된 하르키우 인근 아파트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군이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 주변 지역과 헤르손 등 남부 지역에서 연이어 러...
  • 2022-05-06
  • 우크라 "제철소에 민간인 수백명"…젤렌스키, 유엔에 대피 지원 호소 러시아는 공세 재개 부인…"5∼7일 인도주의 통로 개설 위해 휴전" 연기 치솟는 우크라군 항전 거점 아조우스탈 (마리우폴 로이터=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
  • 2022-05-06
  • 우크라 "개전 후 러시아 장성 12명 사살" 파괴된 러시아군 탱크 살피는 우크라 주민들 (부조바 AF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부조바에서 마을 주민들이 파괴된 채 거리에 방치된 러시아군 탱크를 살펴보고 있다. 2022.4.11 leekm@yna.co.kr (서울=연합뉴스)...
  • 2022-05-06
  •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2.12.1 미국 재확산 주도 남아공은 BA.4, BA.5 변이…면역 회피 가능성 "기존 면역 회피하는 변이 유입되면 재감염 증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AD 썝蹂몃낫湲 븘씠肄 [아시아경제 김영원 기자] 면역을 회피하거나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 오미크론 하위 변이들이 국내외에서 확인되고 ...
  • 2022-05-05
  • 美대법 ‘낙태권 폐지’ 초안 유출에 바이든 “여성 선택권, 근본적 권리” 공화당은 “태아의 생명도 존중해야”… 보수-진보 진영 이념대립 격화 크게보기 1973년부터 49년간 유지됐던 여성의 낙태권 보장 판결을 뒤집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문 초안이 사전 유출된 뒤 미국의 정치...
  • 2022-05-05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도쿄=연합뉴스) 현윤경 박성진 기자 = 러시아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비롯한 일본인 63명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는 제재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4일(현지시간) 러시아를 상대로 한 '용납...
  • 2022-05-05
  • 러군 공격 재개에 연기 피어오르는 아조우스탈 제철소 (마리우폴 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아조프스탈) 제철소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 무장조직 아조프(아조우) 연대 전투원들과 우크라이나 부대가 아조프스탈...
  • 2022-05-05
  • 핀란드 국기와 북대서양조약기구기가 보이는 이미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러시아 군 헬리콥터 한 대가 4일(현지시간) 핀란드 영공을 침범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핀란드 국방부 대변인은 AFP에 이날 이같이 밝히고 사건은 오전...
  • 2022-05-05
  • 아조우스탈 재공격설도 부인…"최고 통수권자가 중단 명령 내려" 러산 석유 금수 담은 EU 6차 제재안엔 "유럽 시민들, 비용 치를 것" 2015년 6월 10일 교황청에서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
  • 2022-05-05
  • [경향신문]  인도 4월 평균기온 최고·파키스탄 49도 “지구 온난화 탓” 전문가들 경각심 촉구  정전 발생·농작물 손실 등 경제적 피해 게티이미지. 인도와 파키스탄이 때 이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4월 평균기온이 122년만에 신기록을 세우고, 최고기온이&nb...
  • 2022-05-04
‹처음  이전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