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공공장소서 ‘총 들고 다닐 권리’ 인정... 대법 판결에 발칵
1913년 제정된 뉴욕주 총기 휴대 제한법
전미총기협회 위헌 소송, 보수 대법원이 손들어줘
텍사스 참사 한 달도 안돼.. 뉴욕주지사 “암흑의 날”
지난 23일 뉴욕시 브루클린에서 순찰 중이던 경찰이 경찰차 안에서 범죄 용의자의 총격으로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공교롭게 이날 연방대법원은 공공장소 총기 휴대 권한을 규제한 109년된 뉴욕주법이 개인의 총기소유 소지 권한을 명시한 수정헌법 2조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최대 도시 뉴욕의 공공장소에서 개인이 권총을 휴대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5월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 난사로 어린 학생과 교사 등 21명이 숨진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보수 우위의 대법원이 100년 넘게 유지해온 총기 규제까지 허물어 파문이 일고 있다.
대법원은 23일(현지 시각) ‘총기 소유를 허가받은 일반인이라도 집 밖에서 권총을 소지할 수 없고, 공공장소에서 자기 방어를 위해 휴대해야 할 경우 적정한 이유를 소명하고 사전 면허를 받아야 한다’는 뉴욕주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 법은 20세기 초 뉴욕시에서 마피아 조직 등의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르자 1913년 전국 최초로 제정한 것으로, 뉴욕주는 면허 없는 총기 휴대를 중범죄로 규정해왔다.
미 최대 총기 관련 이익 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 뉴욕지부는 지난해 연방대법원에 “이 법은 개인이 자기 방어를 위해 항상 총기를 휴대할 수 있다는 수정헌법 2조에 어긋난다”며 위헌 소송을 냈다. 심의 결과는 보수 대법관 6명 전원 찬성, 진보 대법관 3명 전원 반대로 갈렸다. 거주지 외에서 무기를 휴대할 수 있느냐는 각 주법이 정하던 사안으로, 대법원이 하급 법원 관할 총기 규정에 개입한 것은 처음이다.
미 연방대법원이 공공장소에서의 총기 휴대 권리를 인정한 판결을 낸 23일(현지 시각) 뉴욕시에서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시민 단체들이 "우리가 다 죽길 바라나" "대법원은 전미총기협회(NRA)의 꼭두각시"란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뉴욕주의 법 개정 절차가 남아있어 당장 뉴욕 시내에 총기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가뜩이나 급증한 총기 사고와 증오 범죄로 골치를 앓는 뉴욕은 발칵 뒤집혔다. 뉴욕주 총기 소유 최저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올리고, 정신병력자나 가정폭력범의 총기 소유를 제한하는 법안을 준비하던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이날 “총기 폭력에 대한 국가적 숙고의 순간에 대법원이 무모한 판결을 내렸다”며 “암흑의 날”이라고 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도 “대법원 결정이 현실화하면 (뉴욕 JFK국제공항과 뉴욕 시내를 잇는) 밴윅 고속도로가 불법 총기 유통 경로가 될 것”이라며 “법적·행정적 조치를 총동원해 총기 폭력을 막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판결은 상식과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매우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따라 뉴욕주법과 비슷한 총기 휴대 규제법을 가진 캘리포니아와 뉴저지, 메릴랜드, 매사추세츠, 델라웨어, 하와이, 워싱턴DC 등에서 NRA의 위헌 소송 신청이 잇따를 전망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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