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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인근에 건립…'사죄' 명시하고 중국인 피해자 845명 이름 새겨
미쓰비시머티리얼 '화해사업'…미쓰비시중공업은 조선인 피해자 배상 거부
미쓰비시머티리얼 돈으로 '중국인 강제연행' 명시 비석
(나가사키=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지난달 30일 오후 일본 나가사키시의 한 공원에서 신카이 도모히로 오카 마사하루 기념 나가사키 평화자료관 부이사장이 '일중우호 평화부전(不戰)의 비'를 살펴보고 있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이 낸 돈으로 제작한 이 비석에는 일본이 전쟁 중 중국인을 강제연행해 강제 노동을 시킨 사실이 기재돼 있다.
(나가사키=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제 강점기 조선인이 강제 노역한 군함도(정식 명칭 하시마) 해저 탄광을 운영했던 일본 기업의 돈으로 중국인 강제 연행 피해자를 위한 추도비를 제작해 건립을 완료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일본 나가사키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 측이 미쓰비시머티리얼이 낸 돈으로 주문 제작한 '일중우호 평화부전(不戰)의 비'(이하 우호비)가 나가사키시 변두리에 조성된 작은 공원에 설치돼 있는 것을 연합뉴스가 최근 현장을 방문하고 지역 관계자 등을 취재해 확인했다.
우호비는 군함도 등에 강제 연행된 중국인 피해자 또는 유족과 미쓰비시머티리얼이 2016년 6월 화해하면서 약속한 화해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됐다.
전쟁 중 군함도, 다카시마, 사키토지마 등 나가사키현에 있는 섬 지역 탄광 세 곳에 중국인 845명이 강제 연행돼 미쓰비시머티리얼의 전신인 미쓰비시광업 또는 그 하청업체에서 강제 노역을 했다.
강제 노역의 현장 군함도와 다카시마
(나가사키=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지난달 30일 오후 일본 나가사키현의 한 전망대에서 조선인 강제 노역의 현장인 군함도(정식 명칭 하시마, 화면 왼쪽)와 다카시마(오른쪽 큰 섬)가 보인다. 군함도와 다카시마 사이에 있는 것은 화장터가 있던 나카노시마다.
우호비는 이런 역사와 관련한 화해의 결과물인 셈이다.
우호비에 강제 연행과 강제 노역이 상당히 명확하게 기재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비석 뒷면에 "약 3만9천명의 중국인 노동자가 일본에 강제 연행됐다. 그 일부인 3천765명의 중국인 노동자는 미쓰비시머티리얼 주식회사의 전신인 미쓰비시광업주식회사 및 그 하청회사에 의해 사업소에 투입돼 열악한 조건 아래서 노동을 강요당했다. 그 사이에 722명이라는 많은 중국인 노동자가 숨졌다"고 일본어와 중국어로 새겨져 있다.
나가사키에 845명의 중국인이 강제 연행됐으며 그 가운데 94명이 목숨을 잃은 점을 명시했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이 "중국인의 인권이 침해된 역사적 사실 및 역사적 책임을 솔직하고 성실하게 인정하고 통절한 반성과 심심한 사죄, 애도의 뜻"을 표명하고 '역사·인권·평화' 기금의 창설을 약속했다며 중국인 피해자와 화해한 내용도 소개했다.
일중우호 평화부전의 비
(나가사키=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지난달 30일 오후 일본 나가사키시의 한 공원에서 신카이 도모히로 오카 마사하루 기념 나가사키 평화자료관 부이사장이 '일중우호 평화부전(不戰)의 비'를 살펴보고 있다.
우호비 양쪽에 있는 4개의 직육면체형 석조물에는 중국인 피해자 845명이 이름이 새겨져 있다.
우호비는 강제노역 현장인 다카시마가 보이는 곳에 설치됐다. 군함도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건립위원회는 작년 11월 14일 중국인 피해자를 지원해 온 사회단체 주요 인사와 미쓰비시머티리얼 측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제막식을 열었다.
당시 미쓰비시머티리얼 측 관계자는 우호비 건립이 "매우 의미가 깊다"며 "이 비석의 완성을 첫걸음으로 삼아 화해 사업이 계속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회사를 대표해서 메시지를 전달했다.
시민단체 측은 가능하면 내년에라도 중국인 피해자 유족을 우호비가 있는 곳으로 초청해 추도 행사를 열려고 하고 있다.
동원 당시 명목상 형식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조선인 역시 군함도에서 강제 노역을 하고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점에서 중국인 피해자와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그럼에도 미쓰비시머티리얼은 한반도 출신 피해자에 대한 사과 등을 하지 않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촬영 이세원]
이는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 연행과 강제 노역을 부정하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이 중국인 피해자에게 대응한 방식은 계열사인 미쓰비시중공업이 한국인 강제 동원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것과도 대비된다.
건립위는 우익 세력이 방해하는 사태를 피하고자 현지 미디어는 물론 시민단체 회원에게도 거의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건립을 추진했다.
해상에서 바라본 군함도
(하시마=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7월 1일 오전 일본 나가사키현 하시마(일명 '군함도') 인근 해상의 유람선에서 보이는 군함도 모습.
애초 강제 노동 탄광이 있던 다카시마의 한 공원에 우호비를 설치하려고 했으나 건립위는 토지 관리자인 나가사키시 측이 실질적으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판단해 대안을 물색했다.
우호비는 모토시마 히토시(1922∼2014) 전 나가사키 시장과 다카자네 야스노리(1939∼2017) 나가사키대 명예교수를 기리기 위해 자체 조성한 '모토시마 히토시·다카자네 야스노리 기념 평화 정원'에 설치됐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은 중국인 피해자 측과 화해할 때 강제 연행·강제 노동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하며 그 증거로 피해자에게 1인당 10만위안(약 1천900만원)의 화해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중국인 피해자 845명 이름 새긴 우호비
(나가사키=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지난달 30일 오후 일본 나가사키시의 한 공원에서 신카이 도모히로 오카 마사하루 기념 나가사키 평화자료관 부이사장이 '일중우호 평화부전(不戰)의 비'를 살펴보고 있다. 전쟁 중 나가사키현에 있는 미쓰비시 측 탄광에 강제 연행된 중국인 피해자 845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아울러 희생자를 위한 탑을 건립하고 그곳에 유족을 초청하는 등 화해 사업을 위한 비용을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화해 사업은 중국인을 강제 연행한 미쓰비시 탄광이 있던 홋카이도, 아키타현, 후쿠오카현, 미야자키현, 나가사키현 등 일본 내 5개 지역에서 실시하기로 했으며 이 가운데 피해자를 위한 비석이 건립된 것은 나가사키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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