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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피부암 언급 도중 시제 실수
잦은 실언 탓 직무수행 능력 의심
공화당 일각에선 '치매설'도 솔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또 한 번 구설에 올랐다. 백악관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잇단 실언에 80세 고령인 그의 직무수행 능력을 둘러싼 논란은 연일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매사추세츠주(州) 서머셋에서 기후 변화 관련 연설 도중 “이것이 나, 그리고 함께 자란 다른 많은 사람들이 암에 걸린 이유”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자신이 정유 공장이 밀집한 델라웨어주 클레이몬트에서 자랐고, 이 지역 대기 오염이 심한 탓에 암 발병률이 높다는 점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과거 경험을 꺼내 들며 기후위기 심각성을 역설한 셈이다. 그러나 그가 암을 언급할 때 과거형(hadcancer)이 아닌, 현재형 동사(havecancer)를 사용하면서 논란이 됐다. 마치 그가 현재 암 투병 중인 것처럼 해석된 것.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그가 ‘깜짝 발언’을 한 것인지, 말실수를 한 것인지를 두고 의문이 쏟아졌다. 미국 선거분석 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톰 베번 공동창업자는 “대통령 역사상 가장 큰 폭탄 선언이거나 가장 큰 실수”라고 언급했다.
백악관은 해명에 나섰다. 앤드류 베이츠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전 비(非) 흑색종 피부암을 제거했다”고 언급한 글렌 케슬러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트위터 글을 리트윗(남이 쓴 트윗을 인용)했다. 현재 건강에는 이상이 없고, 시제를 잘못 사용한 단순 실수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젊은 시절 햇볕에 과다 노출돼 흑색종이 아닌 비전이성 피부암을 앓았다. 앞서 주치의 케빈 오코너 조지워싱턴 의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 건강 보고서에서 “현재는 피부암이 의심되는 부위는 없다”며 별도 생체검사는 필요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히기도 했다.
‘건강 이상설’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그의 잘못된 언사가 처음이 아닌 탓에 논란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잦은 말실수로 ‘실언 제조기(gaffemachine)’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다.
중동 순방에 나선 이달 13일에는 이스라엘 예루살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추모관에서 “홀로코스트 공포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던 중 공포(horror)를 영광(honor)으로 언급했다.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과정을 밟고 있는 스웨덴을 스위스로 부르기도 했고, 5월 방한 당시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잘못 지칭하기도 했다. 크고 작은 말실수 탓에 공화당 일각에서는 치매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실수가 이어지면서 직무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커지고 있다. 1942년생, 오는 11월 80세가 되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다. 이 때문에 너무 많은 나이와 끊이지 않는 실언은 2년 뒤 재선 도전 의향을 밝힌 그에게 낮은 지지율과 함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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