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마리가 2억마리 됐다"…호주 뒤덮은 야생토끼 침략 참사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8월26일 06시29분 조회:1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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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유전 요인 겹쳐 폭증, 생태계 황폐화…"바이오안보 필요"
1938 년 호주 남부의 한 우물에 토끼떼가 모인 모습 [호주국립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영국에서 태어나 식민지 호주에 정착한 목축업자 토머스 오스틴은 1859 년 모국에서 토끼 24 마리를 사냥용으로 들여왔다.
멜버른 땅에 풀어놓은 토끼들은 3년 만에 수천 마리로 불어나며 엄청난 속도로 번식을 이어갔고, 160 여 년이 지난 현재는 호주에 서식하는 야생토끼 개체 수가 약 2억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4 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조엘 알베스 옥스퍼드대 연구원 등 연구진은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 PNAS )에 발표한 논문에서 호주의 기존 생태계를 파멸시키다시피 한 외래종 토끼의 번성 과정을 유전학적으로 추적했다.
연구진은 "유럽산 토끼가 호주에서 대량 서식하게 된 것은 역사상 가장 상징적이고 파괴적인 외래종 침략 사건"이라며 "외래종 침략은 환경과 경제를 파괴하는 중대한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과거 문헌을 살펴보면 1788 년 시드니 항에 당도한 영국 함대와 함께 5마리의 토끼가 호주 땅을 밟았고, 이후 약 70 년에 걸쳐 최소 90 차례 이상 유럽산 토끼 종이 수입돼 일부 지역에 서식하게 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현재 호주 전역을 뒤덮다시피 하는 야생토끼는 대부분이 오스틴이 들여온 24 마리에서 번식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단 한 번의 사건이 호주에서 벌어진 대참사를 촉발했다"며 "호주 내 환경 변화도 이런 침투를 용이하게 했을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유전적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호주에 살던 토끼 종들은 온순한 성격과 늘어진 귀, 화려한 색의 털 등 가축화된 모습을 갖췄다고 한다.
반면 오스틴이 들여온 토끼들은 포식자를 회피할 수 있는 야생종의 유전적 특성을 잃지 않았던 덕에 호주 대륙의 거친 들판에서 뛰어난 생명력을 보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단 한 명의 행동이 환경에 파괴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며 "지구적으로 생물 다양성을 지켜내려면 엄격한 '바이오 안보'( Biosecurity· 지역 간 생물 이동 제한)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초원을 황폐화하는 토끼 떼에 골머리를 앓아온 호주 당국은 여우와 같은 천적을 들여오거나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등 방식으로 박멸을 시도하는 '토끼와의 전쟁'을 벌이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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