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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화·폐교 위기 속 명문으로 우뚝선 하얼빈조선족제1중학교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6월2일 10시29분    조회:1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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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중국대사 등 졸업생 사회 각 분야서 활약, 예·체능 특성화
한족·한국 유학생에게도 문호 개방, 외국어 집중으로 글로벌 교육
하얼번조선족제1중학교의 유나이티드소녀방송합창단과 축구팀
하얼번조선족제1중학교의 유나이티드소녀방송합창단과 축구팀중국 하얼빈시에 소재한 하얼빈조선족제1중학교는 헤이룽장성내 조선족학교 가운데 가장 명문 학교로 인정받고 있다. 사진은 각종 대회 우승 경력을 자랑하는 유나이티드소녀방송합창단과 축구팀.[제1중학교 제공]

(하얼빈=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시내에 자리한 하얼빈조선족제1중학교(중고등학교 통합학교, 이하 조1중)를 방문한 31일 오후.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우측건물 끝자락 교실에서 이동원·박인수가 정지용 시인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 '향수'가 소녀들의 합창으로 흘러나왔다.

유나이티드제약의 후원으로 2006년 설립된 유나이티드소녀방송합창단이 1∼2일 열리는 '홈타민컵 중국 조선족어린이 방송문화축제'의 축하공연을 위해 노래연습 중이었다.

조1중의 중학교 1∼2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으로 구성된 합창단은 이어 아리랑을 고운 목소리로 노래했다. 교정에 노래가 울려 퍼지는 동안 운동장에서는 축구부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학교를 안내하는 강혜숙 부교장은 "학생들은 입학하면 전원 남녀로 나눠서 합창단과 축구부 활동을 해야 한다"며 "공부도 중요하지만 협동심·리더십 등 인성을 길러주기 위해 특별활동을 장려한다"고 밝혔다.

유나이티드소녀합창단은 중국조선족청소년음악제 우승을 비롯해 하얼빈시와 헤이룽장성 학생합창 콩쿠르에서 여러 번 대상을 차지했고 한중수교 기념 내한 공연도 펼칠 정도로 주변에서 실력을 인정받는다. 또 축구부는 하얼빈시 학생 축구대회 등 지역 청소년 시합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강팀이다.

최덕해 하얼빈조선족제1중학교 교장
최덕해 하얼빈조선족제1중학교 교장[연합뉴스]

너무 예체능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고 최덕해 교장에게 묻자 "학생들 간 우애도 깊어지고 성적도 올라가고 있어서 긍정적 효과가 크다"며 "중3과 고2∼3은 입시 준비를 위해 특기자를 제외하고는 열외"라고 말했다.

500여명이 재학하는 조1중은 헤이룽장성 조선족 학교 중에는 가장 명문으로 중학과정은 시 중점학교이고 고등과정은 성 시범학교로 지정돼있다.

학교는 교실 이외에도 각종 실험실, 체육관, 세미나실, 컴퓨터실, 미술실, 무용실, 헬스클럽, 기숙사 등을 갖추고 있으며 도서관에는 8만여 권의 장서를 비치하고 있다.

1947년 개교 이래 1만2천여명의 졸업생이 중앙 정부를 비롯해 성·시의 공무원으로 대거 재직하고 있으며 교육, 문화, 예술,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년 북경대·청화대·인민대 등 최고 명문대학 입학생이 나오고 있으며 졸업생의 80%가 중상류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최 교장은 "지난 30일에 주일중국대사로 부임한 공현우(중국명 쿵쉬안유)와 중국 영화 역대 흥행 2위로 1억5천만 명이 관람한 '유랑지구'의 부감독 김룡도 이 학교 출신"이라고 귀띔했다.


하얼빈조선족제1중학교의 한국어(조선어) 수업
[연합뉴스]

조선족의 전통적 거주지인 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은 개혁개방과 한중수교 이후 내륙도시와 한국 등으로의 인구 이동이 급증하면서 공동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1990년대 초 40만 명에 달하던 동북 3성의 중고등학생이 2015년에는 2만3천여 명으로 줄었고, 1천500여 개에 달했던 조선족 중학교도 200개로 감소했다.

폐교 위기 상황에서도 우수학교로 우뚝 선 비결이 궁금했다.

최 교장은 "2004년부터 한국 유학생을 받기 시작했고, 2008년에는 한족 학생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며 "덕분에 조선족 학생들의 시야도 넓어지고 주류사회 진출도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1중은 모든 학생이 예외 없이 중학교 3년 동안은 매일 1시간씩 한국어를 배우며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주 3∼4회 수업을 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강 부교장은 "정체성 확립을 위해 수업시간에 우리말과 얼을 가르친다"며 "한족 학생도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 열심히 배운다"고 설명했다.

학교의 또 다른 특색으로 강 부교장은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한국어·중국어 수업 외에도 영어와 일본어가 필수 과목"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매년 졸업 30주년을 맞은 동창들이 학교를 찾아와 '홈커밍 행사'를 여는 것도 재학생들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덧붙였다.

하얼빈조선족제1중학교 학생들의 사물놀이와 부채춤공연
하얼빈조선족제1중학교 학생들의 사물놀이와 부채춤공연하얼빈조선족제1중학교는 학생들의 정체성 함양을 위해 모든 학생에게 사물놀이를 가르치고 있다. [조선족제1중학교 제공]

보충수업을 받으러 이동 중인 김영준(중3) 학생에게 공현우 선배를 아느냐고 묻자 "외교부 부부장 출신의 주일중국대사"라며 "덕분에 소수민족인 조선족이라고 기죽을 거 없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답했다.

한국 유학생으로 합창단 연습을 마친 이은비(고1) 학생은 "한족·조선족 친구들 덕분에 중국어를 빨리 배우고 있다"며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비롯한 선열들의 독립운동 발자취도 배우고 있어서 한국에 있을 때보다 역사의식도 투철해졌다"고 즐거워했다.

최 교장은 "'맞춤형 교육으로 세계를 향한 현대적 인재 육성'이라는 교육 이념으로 조선족민족교육의 모범이 되는 학교로 만들기 위해 교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도 힘을 보태고 있어서 미래가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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