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교원수기] 푸른 잔디가 되리라 _ 전태옥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7월9일 06시23분    조회:87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푸른 잔디가 되리라
(상지시조선족중학교 전태옥)

 

시간에 쫓겨 세월의 흔적을 잊고 지냈듯이 오늘따라 웬지 잔디밭을 거닐고 싶은 기분이 든다. 고3 수능시험도 서서히 막을 내리고 졸업반 애들이 졸업 릴레리를 주고 받는 시즌같은 오롯이 피여오르는 한단계 릴레이가 내게도 있다. 교단에 오른지 20년이 되여오는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계속 나아갈 시간들을 어떻게 맞이할지 계획보다도 시작과 종점의 희비가 엇갈리면서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하고 반추해 보게 된다.

 

6월의 아침은 참으로 청량하다. 교정의 대문으로 속속 향하는 발걸음들이 바빠진다. 예전같으면 시끌벅적이던 교정이 날로 조용해지니 시끄러웠던 그 때가 좋았던 것 같다. 점점 줄어드는 학생수로 민족교육이 힘들어지는 요즘 세월을 주름잡아 뒤돌아보니 혹시 20년의 시간에 열심하지 않았던 내 탓도 있지 않나 싶다.
 

지금에 와서 뒤늦은 후회와 새로운 다짐이 뒤엉키면서 앞으로 남은 시간이 더 소중함을 시간과 함께 약속을 가져본다.

 

 

 

드라마 <야래향>의 음악 볼륨을 더 높이고 교정의 잔디밭을 유유히 걷는다. 문득 밟아도 밟아도 계속 살아나는 잔디가 내 눈속에 들어와 이 잔디처럼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히 갈마든다.

 

 

 

푸른 잔디에게는 자신을 뽐낼 만한 희한한 꽃도 없다. 있는 것이란 보잘것 없는 잎 뿐이다. 단조로울만치 소박한 잎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비바람이 몰아쳐도 다음날 다시 조용히 싹트고 자라나고 사라지고 또다시 되살아난다. 이에 비추어 요즘 선생님들은 과외수업을 하여 단 시간내 적지 않은 보수를 받는 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들려 온다. 한낱 기성세대의 교원들과는 비교할 바는 못되지만 그런 알량한 량심들이 심심치 않게 비춰지고 있는 것 만은 사실이다. 지금은 생활여건이 예전보다 더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보수와 헌신이 현실적으로 여지없이 갈림으로써 현시대 아이들의 마음에 배려와 나눔이 가면 갈수록 희박해짐을 엿볼 수 있다. 학생을 가르치는 스승으로서 스승의 역할을 홀시한 채 바른 길로 이끄는 선행이 약소해질 때 우리 교육의 앞날은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가?


 

보슬비가 잔잔히 여운을 깔며 잔디 속으로 살며시 스며든다. 비는 어느듯 오물로 얼룩진 잔디에 덮힌 미세먼지를 걷어낸다. 그 참에 나도 한껏 심령에 파고든 오물들을 쓸어내 버린다. 누구나 참된 삶이 있듯이 소박한 잔디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푸른 삶을 펼쳐주고 받쳐주고 싶다.

 

 

 

산재지구에는 현재 학생수가 많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적은 학생수일수록 매 학생마다 각각 특기있고 쓸만한 재목으로 가꾸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몫이다. 묘목이 물이 부족하여 잘 자라나지 못하듯이 제때에 가꾸지 않고 보듬지 않는다면 제대로 크지 못할 것이다. 꽃동산에 꽃을 가꾸는 원예사가 없다면 부실한 꽃동산이 될 것이고 꽃을 받쳐주는 줄기와 잎이 없다면 그 꽃은 유명무실한 꽃이 될 것이다.


 

손등으로 쏟아지는 해살사이로 잔디가 유난히 푸르름은 가냘픈 잔디풀이지만 그 강인한 성격과 품성을 소유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낱 보잘것 없지만 겸손한 존재로 이 땅의 푸근함을 감싸주는 잔디가 더 돋보인다. 나도 오늘 만큼은 화사한 해빛마저 슬픔으로 느껴지는 외롭고 쓸쓸한 분들을 위하여 그럴 수만 있다면 나의 여름을 기꺼이 양보하고 싶다. 날로 메말라가는 인정과 따스함을 해빛에 담아 내 미소 속에, 내 눈빛 속에서, 내 음성 속에서 문득 아픔으로 다가오는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주고 싶다.

 

 

 

 

 

 

나는 푸른 잔디밭을 감회롭게 그리며 퇴직의 그 날 내 교육생애를 미루어 짐작해본다. 난 비교적 조용한 성격이다. 비록 조용하지만 침묵이 많지만 지금까지 의연할 수 있었던 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인생사계절을 다 겪어본 체험이 나로 하여금 이 곳에 우뚝 서있게 했으리라. 잔디 또한 혹한에도 그 추위를 이겨내고 래년 봄 다시 소생할 수 있었던 것은 인생의 모든 것을 체험한 사람의 달관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기쁘고 슬픈 세상사를 어루만져주는 사람처럼 잔디도 그가 지닌 눈빛, 태도, 목소리에 남다른 무게를 지녔기 때문이다.

 

 

 

 

봄의 화사함도, 여름의 풍요로움도, 가을의 허허로움까지도. 잔디가 지닌 침묵으로 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침묵이 많은 잔디이지만 대신, 이 많은 체험이 그 침묵 속에 넘치는 언어를 담게 하였다. 그 무성의 언어를 밝은 귀로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침묵하는 잔디를 소재로 해서도 이야기가 담긴 한편의 수필을 써낼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부르는 소리에 대답하듯 푸르른 잔디 속으로 들어가 혼자 서서 덜 깬 아침잠을 먼저 깬다. 잔디의 엷은 잔가지가 속삭이고 싶어서 마음대로 속삭일 새 계절을 기다리고 있다. 파란 잔디는 내겐 들리지 않는 어떤 화음으로 이 여름의 교향곡을 열심히 작곡하고 있다.


 

잔디밭에서 뛰여놀던 저 아이들도 10년 후이면 조국의 방방곡곡에서 자신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겠지. 그들도 이 잔디 속에서 자라고 자라 끈기있고 높게 날 수 있는 용기로 더욱 힘차게 나래칠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세월을 밟고 아이들도 나도 커간다…

 

 

한껏 소임을 다하고 침묵으로 밟히우는 잔디는 슬픔이 아니라 아름다움이다. 겨울이 지나 봄이 오듯이 근원으로 돌아가는 엄숙한 사명감은 다시 태여남을 제시하는 윤회의 시작이다. 그것은 바로 잔디의 지성이자 자긍심이지 않을가?

 


 



 


파일 [ 5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704
  • 도리가 있는 사람이 더욱 너그러워야 한다.   “그렇소” 사장이 의미심장하게 말하였다. “바로 그녀가 모두 잘못하고 당신이 모두 잘했기에 당신의너그러움이 수요되는게 아니겠소?         한 친구가 사장과...
  • 2019-06-20
  • 연변대학 설립 70주년에 즈음하여 연변대학 북경학우회는 일전에 북경 망경(望京)에서 “교류(交流), 호조(互助), 발전(发展), 공영(共赢)”을 주제로 한 제4회 연변대학 북경학우회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연변대학 북경학우의 날 행사 참석자 기념촬영   행사는 오전에 진행된 배구경기, 바드민톤...
  • 2019-06-20
  • 교육에 그리고 교육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드물 것 같습니다. 기성세대들도 문제가 많은 교육제도 속에서 자라왔고 개선을 거듭한 지금도 문제는 나아지지 않고 있죠. 사교육 시장이 비대해지는 이유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된 것 아닐까요. 공요육만으로도 아이들의 학업이 커버가 된다면, 사교육...
  • 2019-06-19
  • 팽이시합 연길시연남소학교 3학년 3반 리정우 지도교원:황 금   오늘 오후 우리 집에서 팽이시합이 벌어졌다. 우리 가족은 집 부근의 공터에 가서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했다. ‘제발 내가 먼저 하지 말아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들며 가슴이 콩당콩당 뛰였다. 다행히 내가 첫번째가 아니였다...
  • 2019-06-19
  • 계절과 함께 조일순 할빈시동력조선족소학교   할빈은 그야말로 사계절이 분명한 곳이다. 소리없이 찾아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나의 교육인생의 동반자가 되였다. 봄이면 봄볕의 혜택으로 세상만물이 속삭이며 춘풍과 더불어 누군가에게 파아란 희망을 조용히 안겨주고 있다. 봄이 주는 향기는 나로 하여금 스스...
  • 2019-06-18
  • 给你介绍几款NAVER词典之外,学韩语的亲故用得比较多的中韩-韩中线上词典。(查单词免费)   1. 国立国语院 标准国语大辞典     https://stdict.korean.go.kr       标准国语大辞典是由国立国语院历时8年编撰的辞典,也是韩国唯一一部由政府机构编撰的辞典,同时和NAVER达成合作,共享词库资...
  • 2019-06-15
  • (세종=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7월부터 한국에 6개월 이상 머무르는 외국인 유학생은 국민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10만여명에 달하는 외국인 유학생의 보험료 부담이 기존보다 7배 늘어나는 등 큰 변화가 있지만 교육부의 '늑장 대응'으로 혼란이 커지고 있다. 12일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 2019-06-15
  • 우리는 은혜를 베푸는 법을 배워야 할 뿐만 아니라 거절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이것이 바로 완벽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이다. - 하버드대학 심리학자 랑 블랑크 누군가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상대방의 삶에 당신이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과 동시에 당신의 능력과 위치가 증명되는 것이다. 이는 마...
  • 2019-06-13
‹처음  이전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