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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수기] 밑을 보다 _ 신영애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8월5일 04시54분    조회: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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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애

(목단강시조선족중학교) 

1988년 연변대학조문학부 졸업, 현재 조선어문 교원, 연변작가협회 회원, 재외동포문학상, 흑룡강성소수민족문학상가야하인테넷문학상 등 수상소설수필수기 등 50여편 발표.



밑을 보다

 

림가는 묻고 싶은 걸 조금도 못 참는 타입입니다. 오늘도 (교사절인데 혹시 일찍 하학하지 않을가?)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끝내 입을 단속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 8교시에 자습합니까?”


당연히 비평을 받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의 강의를 토막내지 말랬지?”
“지금 강의가 끝났는데요…”
“그래도 수업시간에 웬 엉뚱한 질문이냐? 너 하라는 문제풀이는 안하고 헛생각한거 맞지?”


림가는 멋적게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남의 말을 두동강내거나 수업시간에 쓸모없는 물음을 제기하는건 모두 례절없는 행위라고 오래전부터 지적해온 터였습니다. 하지만 림가의 그 “즉흥발언”은 좀체로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수업이 끝났습니다. 한창 교탁우의 책들을 정리하는데 “다음시간엔 뭘 합니까?” 하고 림가가 또 물었습니다.


“전교성적인 대청소가 있을거다.”


이번에는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내 대답이 떨어지기 바쁘게 제일 앞줄에 앉은 준이가 얼굴이 지지벌개지더니 “지랄이다. 지랄!”하고 아주 저급적인 말을 불쑥 내뱉았습니다.


(아니, 이 놈이?!)


나는 준이를 흘겨보았습니다. 준이도 나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급히 손사래를 쳤습니다.


“아, 아니, 선생님을 욕한게 아닙니다.”


나도 준희가 그 누구도 아닌 대청소 자체와 신경질을 쓰고 있다는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듣는게 욕이라고 어른들 앞에서는 신경질이나 상스러운 말이나 과격한 행위는 삼가해야 했습니다.


“너 할머니 앞에서도 이러는거지. 막 학교랑 선생님이랑 친구랑 욕하고.”


나는 일부러 학부형들까지 들먹였습니다. 곁을 쳐 중간을 울린다고 이참에 애들에게 이런 행위가 얼마나 례모없는 모습인가를 똑똑히 알려줄 셈이였습니다.

 

그런데 며칠후 꾸지람을 할수도 안할수도 없는 난감한 일에 봉착했습니다.

 


“방랑자를 한국에서 어떻게 부르는지 알고 있습니까?”

 


이렇게 물었을때 1반은 한참 기다려도 대답하는 친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3반에서 용케도 “로숙자”하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너 어떻게 아니?”

 


기쁜 나머지 칭찬이라도 해줄 양으로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대답이 너무나 도전적이였습니다.

 


나는 멍해졌습니다. 일순 할 말을 찾을수 없었습니다. 칭찬해주자니 이미 깨여진 기분이고 꾸지람하자니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고. 나는 속으로 뇌까릴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말귀도 알아듣지 못하는 못난 놈! 그말을 어떻게 자기를 깔보는 말이라고 여기지? 글구 설사 그렇게 여겨도 이렇게 례모없이 대답하는건 아니지. 이놈들과는 참 대화가 안되는구나.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례의가 다 뭐야? )
하지만 례절의 바닥은 여기까지만 아니였습니다.

 

 

패자는 넘어지면 뒤를 돌아보고
승자는 넘어지면 (   )을/를 본다.

 

 

(이걸 어떻게 설명한담?)


이튿날 조선어문 시간 나는 어렵게 어렵게 하지만 아주 정색해서 입을 뗐습니다. 다들 고중생인데 이젠 이런것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고민했던것입니다.


“여기에 ‘밑’을 써넣으면 절대 안됩니다. ‘밑’은 꼭 어떤 특정된 대상을 상대로 하는 말인데 그 대상의 낮은쪽 공간, 바닥, 땅에 가까운 부분 등을 가리킵니다. 때문에 ‘밑을 보다’로 완성되면 그 특정된 상대가 ‘승자’가 되고 ‘승자는 밑을 본다’는 말은 … ”


나는 차마 “‘승자는 밑을 본다’는 말은 결국 자기밑을 들여다 본다는 뜻으로도 됩니다.”라는 말을 꺼낼수없어 잠간 뜸을 들였습니다. 그런데 이때 한 친구가 히죽거리며 자랑했습니다.


“내가 말한거야. ‘밑을 보다’라구.”


나는 또 한번 아연해지고 말았습니다. 그 친구의 체면을 보아서도 이젠 완전히 입을 다물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지도 례모없는 표현이였습니다. “개밥에 도토리”하면 큭큭거리고 “촌장 마누라 마브라”하면 킥킥거려도 “인지상정”이겠지 하며 리해를 하면 그뿐이겠지만 내용도 모르고 뜻도 모르고 하는 얼뜬 소리는 “지랄이다, 지랄!” 하는 욕을  듣는만큼이나 듣는 사람을 무안케 만들었습니다.


서책이나 교과서에서 그리고 수업에서 도저지 배워낼수 없는것이 있다면 바로 생활 그 자체였습니다. 례절바른 사람으로 자라나려면 우선 우리민족의 언어와 문화환경과 일상과 한덩어리로 되여 그 정수를 터득해 가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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