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교원수기] 밑을 보다 _ 신영애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8월5일 04시54분    조회:133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신영애

(목단강시조선족중학교) 

1988년 연변대학조문학부 졸업, 현재 조선어문 교원, 연변작가협회 회원, 재외동포문학상, 흑룡강성소수민족문학상가야하인테넷문학상 등 수상소설수필수기 등 50여편 발표.



밑을 보다

 

림가는 묻고 싶은 걸 조금도 못 참는 타입입니다. 오늘도 (교사절인데 혹시 일찍 하학하지 않을가?)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끝내 입을 단속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 8교시에 자습합니까?”


당연히 비평을 받고 말았습니다.


“선생님의 강의를 토막내지 말랬지?”
“지금 강의가 끝났는데요…”
“그래도 수업시간에 웬 엉뚱한 질문이냐? 너 하라는 문제풀이는 안하고 헛생각한거 맞지?”


림가는 멋적게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남의 말을 두동강내거나 수업시간에 쓸모없는 물음을 제기하는건 모두 례절없는 행위라고 오래전부터 지적해온 터였습니다. 하지만 림가의 그 “즉흥발언”은 좀체로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수업이 끝났습니다. 한창 교탁우의 책들을 정리하는데 “다음시간엔 뭘 합니까?” 하고 림가가 또 물었습니다.


“전교성적인 대청소가 있을거다.”


이번에는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내 대답이 떨어지기 바쁘게 제일 앞줄에 앉은 준이가 얼굴이 지지벌개지더니 “지랄이다. 지랄!”하고 아주 저급적인 말을 불쑥 내뱉았습니다.


(아니, 이 놈이?!)


나는 준이를 흘겨보았습니다. 준이도 나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급히 손사래를 쳤습니다.


“아, 아니, 선생님을 욕한게 아닙니다.”


나도 준희가 그 누구도 아닌 대청소 자체와 신경질을 쓰고 있다는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듣는게 욕이라고 어른들 앞에서는 신경질이나 상스러운 말이나 과격한 행위는 삼가해야 했습니다.


“너 할머니 앞에서도 이러는거지. 막 학교랑 선생님이랑 친구랑 욕하고.”


나는 일부러 학부형들까지 들먹였습니다. 곁을 쳐 중간을 울린다고 이참에 애들에게 이런 행위가 얼마나 례모없는 모습인가를 똑똑히 알려줄 셈이였습니다.

 

그런데 며칠후 꾸지람을 할수도 안할수도 없는 난감한 일에 봉착했습니다.

 


“방랑자를 한국에서 어떻게 부르는지 알고 있습니까?”

 


이렇게 물었을때 1반은 한참 기다려도 대답하는 친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3반에서 용케도 “로숙자”하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너 어떻게 아니?”

 


기쁜 나머지 칭찬이라도 해줄 양으로 물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대답이 너무나 도전적이였습니다.

 


나는 멍해졌습니다. 일순 할 말을 찾을수 없었습니다. 칭찬해주자니 이미 깨여진 기분이고 꾸지람하자니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고. 나는 속으로 뇌까릴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말귀도 알아듣지 못하는 못난 놈! 그말을 어떻게 자기를 깔보는 말이라고 여기지? 글구 설사 그렇게 여겨도 이렇게 례모없이 대답하는건 아니지. 이놈들과는 참 대화가 안되는구나.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례의가 다 뭐야? )
하지만 례절의 바닥은 여기까지만 아니였습니다.

 

 

패자는 넘어지면 뒤를 돌아보고
승자는 넘어지면 (   )을/를 본다.

 

 

(이걸 어떻게 설명한담?)


이튿날 조선어문 시간 나는 어렵게 어렵게 하지만 아주 정색해서 입을 뗐습니다. 다들 고중생인데 이젠 이런것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고민했던것입니다.


“여기에 ‘밑’을 써넣으면 절대 안됩니다. ‘밑’은 꼭 어떤 특정된 대상을 상대로 하는 말인데 그 대상의 낮은쪽 공간, 바닥, 땅에 가까운 부분 등을 가리킵니다. 때문에 ‘밑을 보다’로 완성되면 그 특정된 상대가 ‘승자’가 되고 ‘승자는 밑을 본다’는 말은 … ”


나는 차마 “‘승자는 밑을 본다’는 말은 결국 자기밑을 들여다 본다는 뜻으로도 됩니다.”라는 말을 꺼낼수없어 잠간 뜸을 들였습니다. 그런데 이때 한 친구가 히죽거리며 자랑했습니다.


“내가 말한거야. ‘밑을 보다’라구.”


나는 또 한번 아연해지고 말았습니다. 그 친구의 체면을 보아서도 이젠 완전히 입을 다물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지도 례모없는 표현이였습니다. “개밥에 도토리”하면 큭큭거리고 “촌장 마누라 마브라”하면 킥킥거려도 “인지상정”이겠지 하며 리해를 하면 그뿐이겠지만 내용도 모르고 뜻도 모르고 하는 얼뜬 소리는 “지랄이다, 지랄!” 하는 욕을  듣는만큼이나 듣는 사람을 무안케 만들었습니다.


서책이나 교과서에서 그리고 수업에서 도저지 배워낼수 없는것이 있다면 바로 생활 그 자체였습니다. 례절바른 사람으로 자라나려면 우선 우리민족의 언어와 문화환경과 일상과 한덩어리로 되여 그 정수를 터득해 가야만 했습니다.             




파일 [ 2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704
  • 9월 9일, 교육부사이트가 발표한 에서 북경사범대학 연화부속중학교의 김영화와 길림성 화룡시투도진 룡수중학교 허해연, 길림성 길림시조선족중학교의 김향화 세명의 교원이 전국우수교원으로 평선되였다. 최근년래, 전국의 광범한 교원들과 교육일군들은 습근평 새 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을 지도로 하고 당의 19차대...
  • 2019-09-10
  • ▩ 심양시조선족제1중학교 9명 교원 ‘설봉교사상’ 수상 ▩ 리영진교원 ‘최우수교사상’ 주인공으로, 상금 10만원 획득 ▩‘설봉교사상’흑룡강성과 연변 등지에서도 선정할 계획 민간에서 설립한 중국조선족 최고 교사상인 ‘설봉교사상’시상식이 중국의 35번째 교사절을 하루...
  • 2019-09-10
  • 9월 8일,   "诗의 향기로 전하는 조선말 향연", 조선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민족정서 함양에 도움을 주고저 중국조선족 성인시랑송경연이 연변군중예술관에서 진행되였다.  연변조선족자치주조선어문 사업판공실, 연변작가협회에서 주최하고 연변시랑송협에서 주관하는...
  • 2019-09-09
  • 석 공         돌 속에 뭐가 있길래 해종일 똑딱똑딱 부시고 까고 할가   구슬땀 뚝뚝 돌가루 폴폴   돌 속에 뭐가 있길래 쉼없이 똑딱똑딱 부시고 까고 할가   어느날 예쁜 눈이 어느날 귀여운 귀가 그리고 오똑한 코와 상큼한 입술도…   와ㅡ 돌 속에 멋진 소년이 ...
  • 2019-09-09
  • 장미꽃  42송이                 백용숙 (심양시 소가툰구조선족중심소학교)     오늘도 해님이 힘차게 솟아오른다.찬란한 해살은 드넓은 대지를 구서구석 빠짐없이 골고루 비추고 있다.   나는 평소보다 일찍 출근길에 나섰다.교편을 잡고 벌써 세...
  • 2019-09-09
  • 주성훈 연길시중앙소학교 6학년 6반  지도교원: 채계숙     일년에는 사계절이 있고 사계절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나는 사계절의 특점을 닮은 사람이 되고 싶다.       봄은 만물이 깨여나는 계절이다. 따뜻한 봄바람이 겨울을 몰아낸다. 땅에서 잠 자던 씨앗이 땅 우로 얼굴을...
  • 2019-09-09
  • 9월5일, 전국애심녀성포럼에서 주관하고 연변조선족녀성발전촉진회에서 주최하며 전국 각 지역 조선족 녀성단체에서 협력, 전국애심녀성 민족공익사업발전기금회에서 후원한“전국애심녀성포럼 제11회 워크숍 및 제10회 차세대녀성 리더 양성프로그램”이 연길 카이로스호텔에서 성황리에 개막되였다.  &nbs...
  • 2019-09-06
‹처음  이전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