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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수기] 선생님이라는 그 부름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12월13일 08시20분    조회: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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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라는 그 부름

 

박성옥

(연길시 제13중학교)

 

대학을 졸업하고 연길시제13중학교에 배치받은 첫날, 나는 기쁘면서도 조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교장사무실을 노크했다. 당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하고 풍채가 름름한 남흥범 교장선생님은 밝은 웃음으로 내 인사를 받으면서 잘해보라고 말씀하셨다.

 

교장사무실을 나온 나는 2층에 있는 조선어문교원실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박선생님.” 하는 부름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그 부름이 나를 부르는 것이라는 걸 의식하지 못한 채 계속 걸어갔다. 그런데 뒤에서 “박선생님, 잠간만.” 하는 더 높은 부름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뒤돌아보니 글쎄 교장선생님께서 나를 부르고 계시지 않는가? 교장선생님이 건네주시는 《중소학생 심리건강교육》이라는 잡지를 받아들고 다시 교연실로 향하는 나는 설레이는 가슴을 눅잦힐 수 없었다.

 

“박선생님.” 아, 오늘부터 나는 선생님이구나. 내 생애 처음이고 더구나 교장선생님께서 친히 불러준 “선생님”이란 그 부름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비로소 자신이 이제 학생이 아니라 어엿한 교원으로 되였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하며 가슴이 벅차올랐다.

 

로교원들로부터 한주일 동안 정성어린 가르침을 받고 곧 첫 수업에 나서게 되였다. 교단에 오르기는 난생처음인지라 교과서와 교수안을 보풀이 일도록 외우고 또 집에서 동네 동생들까지 억지로 앉혀놓고 몇번이나 시범교수를 해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첫 수업이 있던 날 문을 떼고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교단 앞까지 꽉 메운 70여명 아이들의 머리가 새까맣게 바글거리고 수십쌍의 눈길이 일제히 나를 찌르는 데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머리가 하얗게 비는 듯했다. 나는 교단에 올라서서 심호흡을 하였다.

 

순간 교장선생님께서 친히 불러주시던 “박선생님.”이라는 부름소리가 귀전에 울려왔다 ‘그래, 나는 이제 어엿한 선생님이야!’ 심장이 당금 튀여나올듯 쿵쿵 뛰던 가슴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나는 당당한 목소리로 “학생동무들,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했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이구동성으로 울려오는 우렁찬 그 부름 “선생님” 선생님! 아, 오늘부터 나는 정말 너희들의 선생님이 되였구나! 그렇게 감격과 희망에 부풀어 시작한 교원생활이 세월이 흐르면서 그저 듣기 좋은 “선생님”이라는 부름만이 아니라는 것도 점차 알게 되였다 “훈장의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속담처럼 교원의 로고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밤낮없이 속을 태우며 열심히 뛰는 일임에도 사회적 지위와 체면 세우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직장에 배치받은 동창생들이 겨끔내기로 년말상금을 두툼하게 탔다면서, 주임으로 승급했다면서, 외국고찰을 다녀왔다면서 인심 후하게 한턱 낼 때마다 ‘나도 무슨 명목이라도 만들어서 한턱 내야겠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군 했다.

 

 

 

그러던 어느 한번, 대학동창생이 박사학위를 따냈다고 여러 동창들을 불러 한턱 냈다. 우리는 한식관에 빙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서빙하던 한 청년이 “박선생님, 안녕하십니까?” 하고 반갑게 인사하는 것이였다. 후리후리한 키에 입가에 수염까지 감실감실 난 그 청년이 도대체 누구였던지 얼핏 생각나지 않았다. 그 청년은 벌씬 웃으며 다시 말했다. “제가 일호입니다.” 아, 그제야 기억이 났다. 10여년전, 항상 교실에서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던 수줍은 소년의 얼굴모습을 그 청년의 웃는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일호는 착하고 규률도 잘 지키는 성실한 학생이였지만 공부와는 거리가 먼 애였다. 그래서 사실 그 때 공부 잘하는 애들보다 그 애에게 신경 쓴 일이 적었다. 일호는 초중을 졸업하고 직업고중에 입학했는데 졸업하고 지금은 이 한식관에서 서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즐겁다고 하면서 나중에 큰 음식점을 꾸리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선생님, 좀 기다려주십시오.” 일호는 부리나케 뛰여가더니 얼마후 볶음료리 두 접시에 맥주까지 몇병 가지고 왔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선생님께서 공부 못하는 저를 밀어내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고 학교에 다니게 해서 나쁜 길에 들어서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제 술 한잔 받으십시오.” ‘내가 그 때 일호에게 조금만 더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주었다면 고중에 붙어 지금은 어엿한 대학생이 되였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마음이 짠해나며 가슴이 아팠다. 일호는 또 그늘 한점 없는 모습으로 나의 동창들에게도 술을 부으면서 항상 자기에게 사랑과 관심을 주신 훌륭한 담임이였다고 칭찬해주었다. 나의 동창들은 교사는 제자들의 존경을 받는 멋진 직업이라며 부러워했다. 받은 것도 별로 없으면서 감사하다며 친절하게 부르는 “선생님”이라는 그 부름, 쥐꼬리 만한 월급에 술과 료리를 사서 내 동창들 앞에서 변변치 못한 선생님을 체면 세워준 넉넉한 그 마음씨…

 

나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마음을 진작 가지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졌다. 세월이 흘러 “선생님”이라는 부름소리의 최초의 감동과 설레임은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듣는 그 부름은 너무도 익숙해 그저 나의 호칭으로만 생각하면서 무심해졌고 소홀해졌다.

 

 

 

지난 겨울방학에 나는 외국에 남편 만나러 갔다가 식당에서 한달 동안일하게 되였다. 면목도 모르고 나보다 나이도 많은 아줌마가 나를 “언니”라고 불러 처음에 많이 당황하고 어리둥절해졌다. 하지만 이 동네에서는 서로 이렇게 호칭하는구나 하며 서글픈 마음을 달래며 적응하느라 애썼다. 그러다 개학이 되여 돌아와 교문에 막 들어서는데 내가 모르는 학생들이 저 멀리서부터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고 깍듯이 허리 굽혀 인사를 올렸다.

 

아! 얼마나 친절하고 그립던 “선생님”이라는 그 부름소리였던가! 그 시각- 그 고마움, 그 뿌듯함, 그 감동을 이루 다 형용할 길이 없었고 마음은 날듯이 기뻤으며 눈굽이 젖어들었다. 막 새로운 내가 환생하는 것 같았다.

 

학생들의 “선생님”이라는 그 친절한 부름에 내가 그들을 늘 따뜻하게 대해준 것은 아니였다. 학생들의 공손한 인사를 받을 적마다 당연한 것으로 그저 담담하게 머리만 끄덕이던 일, 시간집중을 하지 않아 쉬운 문제도 모른다고 핀잔 주던 일, 수업시간에 쿨쿨 잔다고 꿈도 없고 전도가 없는 애라고 핀잔만 주던 일…  얼마나 매정하고 아량 없는 선생님이였던가를 반성하며 머리를 숙이게 되였다.

 

30여년간 귀에 익은 익숙하고 정다운 “선생님”이란 그 부름소리를 학교에서 들을 날도 이제 많지 않다. 그 부름소리가 더는 나의 체면을 세워주는 듣기 좋은 부름만이 아닌, 서책의 지식만을 가르치는 전파자가 아닌, 가슴으로 학생을 사랑하고 학생들의 먼 30년후까지 책임지며 학생들의 귀감으로 남을 수 있는 존경받는 스승으로 되여야겠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교단에 오른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내 옷깃을 다시 여미게 하는 “선생님—” 그 신성한 부름!

 

내 가슴을 언제나 뜨겁게 하는 “선생님—” 그 자랑찬 부름!

 

오늘도 내 가슴에 메아리로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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