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 한 화장품 매장에서는 정직원 15명 가운데 매달 판매 실적 1∼3위가 중국동포들이다. 손님이 몰리는 날은 1명이 하루에 500만∼1000만원씩 팔기도 한다. 기본급(180만원)에 판매 실적 인센티브(1.5%)를 더하면 월급은 5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들은 '매장의 돈줄'로 불리며 매장 고객을 선점할 수 있는 '특별 대우'도 받는다. 또 다른 매장에서 일하는 중국동포 윤모(32)씨는 "비수기 때도 한 달에 300만∼400만원은 벌고, 중국인 손님이 몰리는 국경절이 낀 달은 700만∼800만원도 번다"고 했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명동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이 일대 화장품 매장마다 중국동포 직원들이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중국동포 취업 알선 업체는 "중국인 유학생은 한국어가 서툴고, 중국어가 되는 한국인은 기본급이 낮은 화장품 매장에서 오래 못 버티고 그만둔다"면서 "양국 언어에 능통하고,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중국동포가 명동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고 했다.
실적이 좋으니 승진도 빠르다. 중국동포 출신 매니저뿐만 아니라 점장도 여럿 탄생했다. 명동 N매장에는 총 3명의 매니저가 모두 중국동포다. 매니저 이모(29)씨는 "큰 트렁크를 끌고 오는 중국인 '큰손' 고객들 덕에 이직 9개월 만에 매니저로 승진했다"고 말했다.
한국인 직원 A(26)씨는 "다른 지역, 다른 업계에선 중국동포가 을(乙)인 경우가 많은데 여기선 정반대"라고 했다. 실제 명동 화장품 매장에서는 한국인 직원들이 실수했을 때 판매 중국동포 직원들이 창고 등으로 따로 불러 호되게 꾸짖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잘 나가는' 중국동포 직원들은 자기 관리에도 많은 돈을 투자한다. 외모를 가꾸거나 일본어를 익혀 고객을 더 확보하려는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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