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동도 트지 않은 새벽, 그들의 가게에는 늘 환한 불이 켜져있다. 밤새 불린 콩을 손으로 일일이 씻고 곱게 갈아 두부를 만드는 백영선(42세), 채미향(34세) 부부의 분주한 손길, 이윽고 고소한 냄새와 함께 몽글몽글 두부가 맺히기 시작하면 이들 부부는 허리를 펴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알맞게 맺힌 초두부는 오늘 하루의 무탈한 매출을 기약하기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한국로무 14년만에 연길로 돌아왔다. 한국으로 떠날때는 각자 홀몸으로 떠났던 그들이 다시 연길로 돌아올 땐 7살배기 딸과 함께인 3인가족이 되여 돌아왔다. 부부가 귀향을 결심한것도 딸아이에게 우리 민족의 교육환경을 마련해주고저였다. 연길로 돌아온 그들은 자리를 잡기 위해 지인들의 추천도 받고 여러모로 알아본끝에 밥집을 운영하기로 했다. 밤늦게 문을 닫는 술집보다는 저녁끼니가 지나면 일을 마칠수 있는 밥집이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부의 적성에 맞았던것이다. “콩으로 만든 두부는 남녀로소가 좋아하는 건강식이구요, 시래기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아 더더욱 건강식이지요.” 손님들에게 한끼 건강한 집밥같은 식사를 마련해준다면 그 진심이 통할것 같았다. 이들 부부는 그동안의 저축을 탈탈 털어 2013년 6월에 연길시 연집거리에 “시래기초두부”집을 오픈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도와 료리하기를 즐겼던 채미향씨, “시래기초두부”를 운영하면서 그 손맛의 진가가 여실히 드러났다. 무침류와 밑반찬류를 직접 담가서 내놓으면 식당에서 일하는 아줌마들도 “어린 나이지만 손맛은 타고난것 같다”며 칭찬하군 했다. 손님들도 식사가 끝난후 따로 주문해서 가져갈만큼 밑반찬은 이집의 자랑거리이다.
“안해의 손맛이 이정도일줄 몰랐습니다.”라고 말하며 채미향씨를 바라보는 남편 백영선씨의 눈에 사랑이 가득하다. 그런 남편에 안해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두부앗는 기계를 처음 주방에 들인 날, 설렘 반 기대 반으로 만든 두부가 엉망으로 나왔을 때를 떠올리며 힘들었던 지난 시절을 추억했다.
“손님이 이게 모두부이지 초두부냐며 화를 낸적도 있었어요.”
그렇게 약 반년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지금은 일정한 맛의 초두부를 만들수 있게 되였고 120여평방 남짓한 식당에는 끼니때만 되면 손님으로 꽉 차게 되였다.
우리 민족특색이 있는 음식을 만드는 식당이라 이들 부부는 조선족 일군을 두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조선족인력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한다. 이처럼 모두 외국꿈을 이루려고 뿔뿔이 나가는 실정에 백영선 채미향 부부는 많은걸 바라지 않고 차근차근 시작하는 법을 터득했다.
“지인들에게 고향에서 오손도손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가족이 함께라는것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겠어요, 욕심을 버리면 곧 더욱 큰 행복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이고 싶었죠.”
언제 찾아가도 늘 그자리를 비우지 않는 백영선 채미향 부부의 모습에 고객들은 믿음을 느낀다. 바쁘고 지칠 때일수록 따뜻한 집밥같은 식사가 그리워지는 법, 시래기초두부의 뜨끈하고 구수한 맛은 한끼 끼니를 떼우는 그 이상의 의미로 이들 부부의 애초의 예상을 증명해보였다. 따뜻한 식사 한끼에 만족을 느끼는 손님들처럼,행복은 그렇듯 가까이에 있다는것을 백영선 채미향 부부는 알고있었다.
연변일보 글·사진 리련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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