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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지금(12)]“한국 고향에 가보니 우리 농촌이 훨씬 낫더라구요!”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6월25일 14시55분    조회: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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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개방 40주년 기념 특별기획―‘내 고향은 지금(12)’[서란편―신선촌]

 

신선촌 회방툰의 최고령 박준영(87세) 할아버지와 그의 부인 안명숙(82세) 할머니.

-87세 박준영로인의 격세지감

‘부모직일’을 서는 네 효녀

서란시의 산골마을 회방툰(会房屯:신안향 신선촌)에서 제일 년장자이신 박준영(87세) 할아버지네 집은 높은 바자를 두른 울안에 있는 자그마한 벽돌집이다. 울안 채마전은 파릇파릇 여러가지 남새들로 잘 가꾸어져 있다. 흰 낫질자국이 가쭌하게 난, 오이순을 세울 나무 한단이 유표하다. 박로인이 직접 나무를 해서 자전거 뒤자리에 실어서 끌고 왔단다. 페달이 없는 이 자전거가 박로인의 전용 운수도구라고 한다. 반갑게 악수를 하는 박로인은 장알진 손아귀에 힘도 좋았고 사유도 명석했다.

건강때문에 허리가 굽으신 부인 안명숙할머니(82세)가 손님을 반겨주는 가운데 배와 참외를 깎아 올려주는 40대 초반의 젊은 조선족녀성의 모습이 산골동네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다. 알고보니 ‘륜번으로 부모 돌보기’ 임무차 귀국한 막내딸이다.

1남 4녀, 다섯 자식을 둔 박로인네는 아들이 타계하고 딸 네명이 현재 전부 한국에 나가있다. 지난해 고향에 부모님 뵈러 왔던 큰딸이 년로하신 부모님 건강이 걱정되여 동생들을 불러놓고 가정 ‘중대 결정’을 내렸단다. 네 딸이 륜번으로 고향 부모집에 와서 당직을 서듯이 3개월씩 부모님곁을 지켜야 한다는 가계(家规)였다. 돈보다 부모님 건강이 중요하다는 효녀들이다.

87세 고령에도 페달 없는 자전거를 씨엉씨엉 타고 다니는 박준영로인과 신태원 툰장. 

최현장, 리현장, 김현장, 박현장…

일제의 강제이민 정책의 핍박으로 한국 경상북도 의성군 비안면 이두리에서 박준영네가 이 마을에 도착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80년전인 1938년, 당시 부모 손에 이끌려 온 박준영은 7세 어린이였다고 한다. 경상북도에서 온 다른 10세대의 농민가정과 함께 낯선 이국타향에 와보니 당시 마을에는 조선인 주민 3세대가 살고있었다. 그들과 합류하여 호란강기슭 신안골에 조선족세대 14호가 둥지를 틀면서 조선족촌을 이루었다.

당시 일제는 벼농사 경험이 있는 조선인 주민들을 풀어 중국 동북에서 논을 개간하려고 강제이주를 시킨 것이다. “당시 호란강을 끼고 펼쳐진 허허벌판은 전부 버들판이였다. 그런 벌판의 악센 버드나무들을 우리 조선족 농민들이 하나하나 다 걷어내고 개간해 한뙈기한뙈기 논을 풀었다.”고 회고하는 박로인은 “그렇게 아글타글 피땀으로 개간한 논을 지금 다 남들에게 내놓고 뿔뿔이 흩어져 돈벌이를 나갔다”고 한숨을 쉰다.

취재팀과 동행한 신선촌 당지부서기 강일남에 따르면 전 촌의 조선족 촌민들 소유였던 논이 도합 600헥타르에 달하지만 현재 농사를 하는 조선족촌민은 이웃마을 신안툰의 박영철농민 단 한명뿐, 면적은 고작 5헥타르에 달한다. 조선족촌은 많을 때는 5개나 있었고 학교까지 있었지만 현재는 한개 촌으로 합병되였다. 호적에는 조선족 농호 364세대에 인구 1530명으로 등록되여 있으나 마을에 남아있는 가정이 고작 33세대에 48명 뿐이다. 그래서 140명인 한족촌민이 오히려 다수가 되였다.

박로인은 나라의 부름을 받고 선뜻 항미원조 전쟁에 참군한 제대군인이고 로당원이다. 제대한 후 당시 신안구정부에서 출근하다가 마을에 돌아와 촌회계, 촌당지부서기 사업도 해온 마을의 공신이요, 산증인이다. 당지 조선족들은 혁명전쟁시기에 많은 피를 흘리고 나라건설에 많은 기여를 하면서 우수한 민족간부들도 많이 배양했다며 박로인은 “우리 서란현(현재 서란시)에 현당위 부서기나 현장중에 조선족이 많았지요. 최현장, 리현장, 김현장, 박현장… 조선족들이 이만큼 일구어놓고 공로도 많이 세워놓았지만 지금 젊은 사람들이 근본을 귀하게 여길줄 모르는 게 참 안타깝지요”라며 가슴 아파한다.

“한국의 고향마을에 가보니 우리 농촌이 훨씬 나아요!”

부엌 한칸이 따로 딸린 자그마한 박로인의 온돌집은 가장집물들이 비좁게 놓인 가운데 나란히 놓여있는 텔레비죤 두대가 특별히 눈에 띄인다. 벽에 걸려있는 신식은 할머니가 한국드라마를 보는 전용이고 옆에 놓여있는 구식은 박로인이 매일 중앙TV의 국내외뉴스(新闻联播)와 길림위성TV의 당지 뉴스를 보고 일기예보를 체크해보는 전용이란다.

당령이 60여년인 로공산당원 박로인은 “지금 당중앙과 정부는 정말 잘하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내든다. “중앙에서 부패분자를 계속 잡아내고 있고 맑스주의와 모택동사상의 기치를 높이 추켜들고 기치선명하게 나가는 것은 아주 정확하다. 말하면 말한 대로 하고 실천에 옮긴다. 농촌의 생활수준이나 교통이나 도시 못지 않다. 민족정책이 잘 되여있어 민족의 전통풍습을 제한하지 않고 자기의 전통과 문화예술을 대담히 발전시키라고 하니 얼마나 좋은가? 물론 어떤 정책은 아직 기층에서 시달과 집행이 잘 안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박로인은 한국의 고향마을에 다녀오던 이야기를 꺼내면서 “한국 고향에 가보니 우리 농촌이 훨씬 발전했더라구요! 나도 참 놀랐어요.”라고 말한다.

량주는 2002년 봄에 처음으로 박로인의 고향인 한국 경산북도 의성군 비안면에 갔다가 2개월만에 돌아왔다. 그러다 2010년 가을 한국에 나가 일하던 딸들이 건강이 좋지 않은 년로한 엄마가 걱정되여 가까이에서 함께 살자고 하도 강권하는 바람에 량주는 다시 한국에 나갔다. 네 딸이 부모가 한국에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조건을 알뜰하게 만들어 놓았지만 량주는 반년만에 “좋은 내 집에 아주 돌아왔다”. 중국 농촌마을이 한국 고향에 있는 농촌보다 더 발전했고 훨씬 더 살기 좋다는 것이다. ‘이젠 우리 마을을 떠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살 것이다’고 결심을 했단다.

70여년만에 가본 고향의 모습을 말하며 박로인은 절레절레 머리를 저었다. “땅이 부족해 산꼭대기까지 논을 풀고 비물로 농사 짓던, 내 어릴 때 보던 밭이 그대로 있더군. 그 높은 비탈밭에까지 심어먹겠다고 내 나이 또래들이 아직도 농사일을 하고 있더라. ‘여기는 나이 많아도 일 안하면 밥 못먹고 산다’는 고향 소꿉친구들의 말에 놀랐다. 내 또래들이 아직 경운기 몰고 일하러 다니며 고생이더라. 나보고 경운기 몰라면 절대 몰지 않는다. 우리 농촌보다 못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생활수준이 못한 데다 인심도 야박하더라. 친척집에 하루밤 잠 자기도 부담스럽더라. 알고보니 손님이 집에 머무는 법이 없다고 한다. 6촌동생네 집은 있을 형편이 못되고 5촌조카네 집에 가니 집 열흘 비워주며 있으라 하고는 자리를 떠서 남의 집 지키다 온 셈이다.”

그러면서 박로인은 대조적으로 ‘중국 고향’의 우점을 두고 하나하나 손꼽아 준다. “여기는 부족한 것이 없고 인정이 많고 손님을 반기는데 내 고향 마을은 우리 농촌과 너무 다르더라. 우리 신안벌 정도면 한국에서는 꽤나 큰 벌이다. 나라에서 여러 가지 혜택이 다 내려오니 사는 데 근심걱정 없다. 먹고픈 대로 먹고 부족한 것이 없이 풍족하다. 국가에서 60세 이상 생활보조금, 최저생활보장금, 제대군인 보조금 등등 돈이 꼬박꼬박 나오고 제 농사를 지어도 수리비 외에 바치는 비용이 없고 농업보조(农业资补)까지 나온다. 툰에서 집체로 모 회사와 10년 계약으로 토지를 통일적으로 양도했기에 농사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무당 1100원의 주자(양도비)를 받는다. 병이 나면 농촌의료보험으로 치료비를 90% 보조받는다…”

박로인은 기자에게 리해득실을 따져준다. “한국에 가 일하면 돈이 빨리 모아진다고 하면서 뿔뿔이 나갔는데 품을 파는 머슴밖에 더 되겠나. 돈을 번 사람도 있지만 고된 현장에서 튼튼하던 사람들이 죽거나 병들어 돌아오는 등등 별의별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작년에 벼 한근에 4원이였는데 논 한헥타르를 부치면 1만 5000근 소출이 나오니 적게 쳐도 3만원은 수입이 남는다. 이게 왜 큰 벌이가 아닌가? ”

“우리 툰장같은 분이 없다. 자식같다”며 신태원(왼쪽사람) 툰장을 치하하는 박준영로인.

박로인은 “우리 툰장같은 분이 없다. 자식같다”고 신태원씨를 치하한다. 거의 날마다 한번씩 들여다보고 자식처럼 생활의 이모저모를 일일이 보살펴주고 국가의 여러 가지 정책과 혜택들을 하나라도 빠뜨리지 않고 일일이 확인해주고 복잡한 수속과 서류들을 도와서 처리해준다고 한다.

더구나 고마운 것은 고향을 지키고 가꾸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 것이다. 한국에서 11년 일하다가 돌아와 고향에 정착하기로 결심하고 20만원을 들여 멋진 전원주택을 지어놓고 선줄을 끈데서 한국에 나가있던 7세대가 고향에 돌아와 살 집을 새로 지었다. 이제 5세대도 귀향하기로 결심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왔단다. 사라질번 했던 마을이 다시 오손도손 조선족동네로 재탄생하는 모습이 박로인에게는 제일 큰 기쁨이란다.

길림신문/한정일 유경봉 기자, 배영춘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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