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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은 지금(14)]“그누가 알아주랴 , 안타까운 이 내 심정을”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6월25일 15시00분    조회:1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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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개방 40주년 기념 특별기획―‘내 고향은 지금(14)’[서란편―신선촌]

 

본사 취재팀을 반갑게 맞아주는 신선촌 강일남 촌지부서기(가운데사람)와 우정군 촌회계(오른쪽 사람).

-신선촌에서 보는 조선족 촌간부들의 희노애락

천근 짐을 지고있는 조선족 촌간부들

“촌간부들이 날마다 하는 일과요? 뒤시중이죠!”

서란시 신안향 신선촌의 경우 300여호 조선족 촌민중 실제 남아있는 가구가 30호밖에 안된다. 외국과 외지에 나가있는 90% 사람들의 뒤시중과 심부름을 다 해야 하는 것이,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촌간부들의 몫이다. 때문에 조선족 촌간부들의 액외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서란시 신안향의 유일한 조선족촌인 신선촌 사무실에 도착하니 강일남 촌당지부서기(63세, 촌주임도 겸임)와 리화툰의 김수길툰장(68세) 그리고 회계 운정군(한족)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지금 국가에서 농민들한테 주는 혜택이 정말 많다고 강일남 서기는 말한다. 최저생활보장금이 나오고 독신자녀 가정에는 보조금이 나온다. 60세 이상이여도 보조금이 나오고 90세가 넘으면 또 한달에 백원씩 나온다. 아프면 농촌합작의료보험이 있어 걱정이 없다. 빈곤호면 정부 보조금이 따로 발급된다.

촌사무실 바닥에 촌민들의 토지소유권 확정 문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한푼도 적어질세라 당사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정부에서 내놓은 관련 수속과 절차들이 아주 까다롭고 엄격하다. 그러니 따로 사무인력이 없는 촌간부들은 그런 돈들을 오차없이 전달하는데 골치가 아프다. 일일이 수령인의 증명이 확실해야 한다. 본인이 확인하고 신청해야 하며 지문도 남겨야 한다. 처음에는 촌간부들이 나가있는 촌민들의 도장을 대신 찍어 주었지만 지난해부터 엄격해져서 외국에서라도 본인의 사진, 그날 나온 신문과 지문이 박힌 해당 자료까지 함께 보내야만 한다.

촌민들이 여가 문화생활을 즐길수 있도록 촌민활동실을 넓다랗게 꾸려 노래기계까지 갖추어 놓았다. 하지만 촌민활동실에 들어가 보니 구석구석 산더미처럼 문서들이 쌓여있는데 다름 아닌 촌민들의 토지경영권 확정 문서들이다. 사무실 책장안에도 촌민들 관련 서류들로 꽉 차있다. 날마다 이런 서류들과 씨름해야 하는 것이 촌간부들의 일과다.

촌당지부의 당과학습 자료 작성의 경우, 13개 필기장이 있는데 모두 제때에 기록해야 한다. 농촌에서도 학습할 때의 장면을 찍은 사진과 영상자료로 된 증명이 있어야 하는 등 검사가 엄격하다.

김수길툰장은 “나간 분들은 수걱수걱 자기 돈만 벌면 되지만 우리가 이렇게 힘들고 고생하는 걸 다는 모른다. 응당한 일로 생각한다. 다 마을사람들 일인데 안해줄 수도 없다. 우리 툰의 경우 우리 집이 툰사무실이다. 마을로인들의 활동경비가 없으니 우리 집에서 대접한다. 지난 세기 70~80년대까지만 해도 촌간부 하기가 쉬웠다. 지금은 말 그대로 복무원이고 심부름군이다. 툰장의 년봉이 2000원이니 교통비도 안나온다.”고 속심을 턴다.

촌사무로 바삐 보내는 촌간부들(좌로부터 우정군 촌회계와 김태길 회방툰 툰장, 강일남 촌지부서기).

한족간부 “조선족촌 간부들 너무나 고생한다”

촌회계 운정군씨는 한족촌민으로 룡두산툰의 툰장도 겸하고 있는데 산더미같은 서류들과 장부를 펼쳐보이며 기자에게 하소연한다. 이웃 한족촌 촌간부들과 비해보면 조선족촌 간부들은 너무나도 힘들다. 조선족촌 간부들은 돌봐야 하는 일(涉及面)이 너무 많다. 류동인구가 많고 날마다 일이 많아(天天有事) 집에서 쉴 새도 없다. 조선족 촌민들은 대부분 로약병환이기에 간부들이 일일이 보살펴주어야 한다. 농촌 토지경영권 확정도 3년째 하고있는데 하나라도 틀리면 안되고 본인이 와서 싸인하는 문제 등 아주 까다롭지만 출국한 촌민들이 대부분이기에 증서 발급을 아직도 못하고 있다. 새 정책들이 계속 나오고 변화가 있어 그에 따라 조절해야 하고 해마다 확인(复议)해야 하는데 당사자들이 이국타향에 나가있으니 촌보난행이다. 정말 조선족촌 간부들의 부담이 너무나도 크다. 촌민들이 그걸 아는지 모르겠다…

신선촌의 유일한 조선족농사군인 박영철과 함께 촌의 논을 돌아보는 강일남 촌지부서기.

숙명같은 ‘자식노릇’

남은 촌민들은 병로약자가 많아서 몸이 아플 때 멀리에 있는 자식들은 용빼는 수가 없다. 촌간부들이 자식효도를 할 수밖에 없다.

“매일 가봐야 하죠. 우리가 돌봐주지 않으면 누가 합니까?” 김수길툰장은 “올해 내 나이가 68세지만 마을에 남아있는 사람중에 제일 젊은이랍니다”며 허허 웃는다. 급한 일이 있으면 가까이에 있는 촌간부들이 급시우가 된다. “바람에 기와가 날려가거나 하다 못해 겨울에 집마당의 눈을 치는 일도 우리 몫이죠. 그래도 어르신님들이 ‘자식 없이도 살만하구나’는 한마디에 힘든 마음이 녹습니다.”

강일남서기의 어제 일과를 물어보았다. 새벽 5시경에 일어나 채마전을 가꾸다가 6시경 전날에 해놓은 밥에 건두부볶음과 김치로 아침을 먹었다. 길 맞은 켠에 위치한 향정부 출근시간보다 한시간 이른 7시 반 촌사무실에 도착, 오전나절 회의자료와 촌민 토지경영권 확정 자료를 정리했다. 지금 자료를 작성해야 하는 일이 많다. 호구에 문제가 생겨 찾아오는 촌민과 함께 향파출소에 가서 수속을 도와주었다. 수속이나 증명때문에 귀국하는 촌민들은 띄염띄염, 문뜩문뜩 찾아오기에 해당 부문에 련계해서 일처리 해주는 일이 대중없이 생긴다. 부탁하는 촌민에게는 고작 한번이지만 촌간부들은 이런 심부름을 시도때도 없이 해야 한다.

저녁에 들어오면 혼자 밥을 먹으며 한국TV를 틀어 <6시 내고향>을 보고나서 중국 중앙TV의 <뉴스종합(新闻联播)>을 본다. 그러고는 촌 위챗그룹을 체크한다. 강일남서기는 자기가 만든 촌민 위챗그룹 보여준다. 120여명 촌민이 들어와 있는데 강서기는 국가의 새 정책이나 농촌형세, 통지할 사항이나 마을에 대사가 있으면 위챗을 통해 전달하고 물음에 답복한다. 묻는 사람들이 많고 밤중이든, 새벽이든 가리지 않고 문의가 오기에 잠도 제대로 못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날 밤, 기자 일행은 강서기네 온돌집에서 자게 되였다. 머리맡에 놓여있는 약과 전등 따위를 넣은 종이함을 가리키며 “혼자 살다보니 언제 몸이 아플지 모르기에 준비해둔 구급품이다”고 말한다. 저녁에 적적하면 혼술을 마시며 전쟁드라마(枪战片)를 보다가 잠이 들면 지친 하루 일과가 끝난다고 말한다.

본사 취재팀과 함께 신선촌의 논을 돌아보는 강일남 촌지부서기.

“수고했습니다” 그 한마디면 족하다

제일 기쁠 때가 언제인가고 물으니 강서기에게서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오늘 기자팀이 와줘서 너무나 기쁘다!”

사람이 그립고 욱적욱적하는 분위기가 그립다는 것이다. 촌사무실에 특별히 활동실을 만들고 노래방 기계를 갖춰놓고 탁구판도 갖춰놓은 목적은 촌민들이 귀국하면 모여서 노래를 부르면서 회포도 풀기 위한 것이다. 마을에 나가면 조선족을 만날 수도 없고 조선말을 할 기회도 없단다. 그래서 서란시에서 학교 일이나 조선족 관련 회의에 오라면 제일 먼저 달려간다. 사람이 그립다는 눈물이 나는 얘기였다.

김수길툰장은 마을에 남아있는 촌민중 누가 병이 났다거나 초상 날 때가 제일 슬프다고 말한다. 또 한사람이 줄어든것이다. 보통 홀로 살던 분들이 세상뜨시면 김수길은 자식처럼 일일이 후사처리를 해줘야 한다. 초상나면 일손이 없어 대부분 한족촌민들의 손을 빌어야 한다.

기분이 제일 상할 때가 언제인가고 물었더니 강서기는 “촌간부들의 맘고생, 힘든 고생 알아주지 못하고 오해할 때면 다 집어치우고 가고싶다”며 “그러다가도 위챗에서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를 듣고나면 고생이 다 잊어진다”고 말한다.

한돌이 지난, 북경에 있는 외손자와 위챗 화상통화를 하고있는 강일남 촌지부서기.

오도가도 못하는 촌서기

“지금 오도가도 못하는 것이 내 처지랍니다!”고 강일남서기는 울쌍이다.

매일 초저녁 6시경이면 강서기가 북경에 살고있는 가족과 위챗 화상통화로 안부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혼밥과 혼술과 보내하는 강서기의 건강에 대해 가족들은 걱정이 태산같다. 북경에서 장기간 민박을 운영하며 아빠트를 사서 굴려 북경 시내와 교외에 몇채 갖추며 집부자가 된 안해와 시집 가서 북경에 살고있는 딸은 “이젠 외손자가 자라는 것도 보면서 한집 식구가 함께 모여 천륜지락을 즐기며 살아야 되지 않겠냐?”고 독촉이 성화같다. 특히 올초에 강서기가 급성 심장이상으로 서란시병원에 실려가 구급치료를 받은 후부터 가족들의 근심은 늘어만 간다.

문제는 촌의 지휘봉을 맡길 사람이, 지휘봉을 받아 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촌서기의 년봉이 2만 3000원, 한국에서 두달 벌면 나오는 그 수입을 보고 맡아 하려는 조선족 촌민이 없다. 당원이 아니면 인차 당원으로 배양해 서기직을 맡기면 되는데 아무리 수소문해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

향당위서기도 립장이 단호하다. “력사가 길고 규모도 큰 조선족촌에서 서기와 촌민위원회 주임은 조선족이 해야 민족정책을 제대로 락착할 수 있고 로인들과도 말이 통한다”며 “떠나려면 후계자를 양성해 놓고 가시오. 그전에는 못갑니다!”고 못을 박으니 강서기는 진퇴량난이 된 것이다.

세세대대 지켜오던 고향마을을 책임질 적임자를 선정하지 않고 훌쩍 가버릴 수가 없게 된 강일남서기, 외지에 나가있는 촌민들에게 제일 하고 싶은 부탁이 무엇인가고 물었더니 “젊은 사람이 와서 고향마을의 책임을 맡아달라고 간절히 부탁합니다!”고 말한다.

길림신문/유경봉 한정일 기자, 배영춘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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