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은 얼간이들이나 먹는거야! (
Lunch is for wimps)"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가에서 벌어지는 야망과 파멸을 다룬 미국영화 <월 스트리트>에서 주인공인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러스)는 "탐욕이 선(
Greed is good)"이라는 명대사와 함께 월 스트리트의 생존법칙을 이렇게 강조했다. 비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를 꿈꾸는 직장인이라면 점심을 먹겠다고 별도로 시간을 들이지 말라, 상사에겐 게으름으로 비친다는 충고다.
영화 월스트리트 ‘WALL STREET(1987)’
컴퓨터 앞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업무 중인 미국의 화이트칼라 노동자 (사진=뉴욕타임스)
영화가 개봉한 때는 1987년, 게코가 던진 20여 년 전 월가의 생존법칙이 서울에도 상륙한 걸까? 우리 직장인 사이에서도 '60분의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여의도 금융가와 구로 디지털단지, 판교
IT 밸리 등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빌딩가에는 몇십 미터 간격으로 편의점이 들어서고 있고, 점심 때면 도시락이나 패스트 푸드가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서울 시내 '빅3' 편의점에 붙은 도시락 광고들. 연간 3천억∼3천5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편의점 도시락 시장이 올해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도시락을 사러 나오는 잠깐의 시간마저 아까워하는 직장인들을 겨냥해 작은 도시락가게는 물론 이제 편의점 체인까지 사무실 배달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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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직장인들이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할까?
취업포털 '커리어'가 지난 해 직장인 74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56%가 '점심을 도시락으로 대체했거나 현재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답했다. 생존 경쟁은 심해지고, 지갑은 얇아지고... 직면한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홀로' 도시락이나 샌드위치를 먹으며 '짧은' 점심시간을 보내는 직장인들, 물론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다.
몇 차례의 금융위기와 장기간의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우리보다 앞서 사무실 점심(
desktop dining) 현상이 보편화됐다. 뉴욕이나 런던의 금융가 사무실에서는 컴퓨터 앞에서 간단한 샌드위치나 빵으로 허기를 때우는 직장인들이 넘쳐난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우리 '혼밥족'처럼 대부분 혼자 음식을 먹곤 한다(
solo dining). 한 손에는 햄버거를, 다른 한 손은 분주히 마우스를 움직여가며.
영국
BBC의 최근 설문조사결과 영국 근로자들은 4명 중 3명 이상이 '정기적으로 일을 하며 점심을 먹는다'고 답을 했다. 미국의
USA 투데이도 미국 근로자 65%가 '책상에 앉아 점심을 먹거나 아예 점심시간(
lunch break)을 거른다'는 조사 결과를 전한다. 3명 중 1명만이 제대로 된 점심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이런 현상이 일상화된 이들 나라에선 근로자들의 건강과 생산성 등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양한 연구조사와 노력이 진행 중이다. 미국 일부 주 법원에서는 점심시간에 근로자들에게 일정 시간의 휴식(
break)을 주지 않은 기업에 막대한 벌금형을 선고해 화제가 됐고, '점심은 밖에서', '점심시간을 되찾자'는 캠페인 포스터도 직장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우리 사무실은 어떤가?
혹시 여러분은 김밥이나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고 있지 않은가?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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