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늦은 밤 녹초가 된다. 그래도 바쁘게 보낸 만큼 지루할 틈이 없고, 보람 역시 크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바쁜 사람은 밀린 업무를 처리하는 능력 역시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이 자신의 업무 생산성을 기록하는 어플리케이션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해 업무 마감기한과 업무 처리능력 사이의 연관성을 살폈다. 연구팀은 해당 어플 이용자 2만8000명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총 538일간 기록된 이 데이터들에는 총 58만6808건의 업무 스케줄이 기록돼 있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작성한 업무 스케줄을 확인해 마감기한을 잘 지키는지, 그리고 마감기한을 넘겼을 때 다시 스케줄을 잡는 일이 얼마나 빈번한지 등의 여부를 살폈다. 실험참가자들이 스케줄을 자주 조정할수록 마감기한을 놓친 일이 잦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실험참가자들이 얼마나 바쁜지는 그들이 완수하지 못한 업무의 개수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측정했다.
데이터 종합 분석 결과, 마감일자를 놓쳐 기한을 재조정한 업무들은 궁극적으로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마감기한을 놓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의기소침해져 업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선행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새롭게 주목할 부분은 이 같은 법칙이 바쁜 사람에게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바쁜 사람은 밀린 업무도 상대적으로 잘 처리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연구팀은 밀린 업무의 처리 속도를 확인했다. 그 결과, 바쁜 사람들이 밀린 업무를 처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25.5일이었다. 반면 밀리지 않은 업무는 12.2일 만에 완료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한가한 사람들의 업무 처리 시간은 평균 37.6일이었다. 밀리지 않은 업무를 처리하는데 걸린 기간은 평균 19.4일이었다.
이번 분석을 위해 연구팀은 어플 사용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바쁜 그룹'으로 동일한 시간대에 처리하지 못한 작업들이 여러 개가 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또 두 번째 그룹은 '한가한 그룹'으로 같은 시간대에 겹치는 일이 없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그렇다면 왜 바쁜 사람과 한가한 사람 사이에 업무처리 능력 차이가 벌어지는 걸까. 일상에서 마감기한을 놓치는 일은빈번하게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런데 이처럼 목표한 날짜까지 일을 완수하지 못하면 자신의 생산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되고, 꾸물거리며 미루는 자신의 습관이 떠올라 사기가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업무 일정이 바쁜 사람들은 일종의 예방접종을 받은 것과 같은 효과를 느낀다. 비록 그들이 특정 작업을 마감기한까지 완수하지 못했다 해도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을 위해 시간을 바쁘게 활용했다는 생각에 밀린 일로 의기소침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가한 사람은 자신의 실패로 주눅이 들지만, 바쁜 사람은 이 같은 생각을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단단한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결과는 '성격과 사회심리학저널(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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