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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용님’의 혁신, ‘태원님’의 변화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7월5일 08시47분    조회:1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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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기가 오르면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는 뜻밖이다. 뭔가를 골몰히 생각할 때 창조적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라고 여겼던 통념과는 거리가 꽤 있다. 5년 전의 발표지만 미 일리노이대 팀의 연구결과는 여전히 흥미롭다. 맥주를 마신 남성들과 마시지 않은 남성들에게 단어 3개를 제시한 뒤 4번째 단어를 유추하는 문제를 냈다. 결과는 술을 마신 그룹이 40%나 문제를 더 잘 풀었다. 문제를 푸는 속도도 빨랐다. 뇌의 기억 용량은 알코올이 들어가면 줄고 대신 창의력 용량이 커진다는 게 결론이다. 창의력이 정점에 달하는 혈중 알코올농도는 0.07%라고 한다. 맥주 1000㏄를 마시는 정도다.

과거 얘기를 꺼내는 것은 한국 산업계가 요즘 창의력에 죽기살기로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엊그제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무선마이크를 달고 무대에 올라 “과거 성공과 관행에 안주하지 말고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나가자” “익숙한 출퇴근 문화부터 근무시간, 휴가, 평가·보상, 채용 등의 제도와 규칙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판을 짜는 노력을 해야 산다는 얘기다. 최 회장뿐인가. 한국거래소는 조직문화 개선방안에 대한 컨설팅 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수평적 형태의 자발적 조직문화를 만드는 게 목표이다. 금융권의 화두도 혁신이다. 삼성전자도 내년부터 기존 7단계인 직급을 4단계로 줄인다. 상사를 부를 때는 ‘○○○님’으로 하고, 여름철에는 반바지 착용도 가능하다고 한다. 소통하고 창의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다만 임원들은 해당되지 않아 이재용 부회장을 ‘재용님’으로 부르긴 어려워 보인다.

기실 권한 분산과 수평적 협력 모델을 최고로 치는 기존의 경영학 관점에서 보면 삼성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조직이다. 6년 전 애플의 아이폰이 세계를 휘젓자 삼성은 몇개월 만에 뚝딱 갤럭시S를 만들어 시장에 내놨다. 갤럭시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삼성은 휴대폰 왕국이 됐다. 카리스마를 가진 총수의 지휘 아래 기획·개발·제조·마케팅에 전사적으로 달라붙어 역량과 자원을 일사불란하게 재배치한 결과다. 문제는 진화가 더 이상 미래를 담보하는 해답이 아니라는 데 있다. 과거 진화를 거듭하던 미국과 일본의 거대 제조업체들은 생태계가 바뀌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미래 산업의 총아인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은 말할 것도 없고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혁신기업들을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키워드는 유연성과 자유로움으로 무장한 스타트업 정신이다. ‘명령은 전달되는 단계마다 잡음은 두 배로 늘고, 메시지는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정보이론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명령체계의 간소화를 의미하는 수평적 구조는 한국 기업 모두에 절실하다. 이런 점에서 산업계가 혁신을 화두로 삼는 것은 옳다. 그럼에도 불안한 것은 한국식 혁신의 뒷전에 계획경제 시대의 경직된 사고방식과 권위주의가 어른거린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리꽂히는 낙하산에 줄을 서야 하는 공기업에서 수평적 조직문화를 말하는 것은 애초부터 사기다. “‘원만하고, 부드러우며, 매끄러운 인간관계’만을 요구하며 조직원들을 최대한 멍청하게 만드는 은행 조직”(최동석 경영컨설턴트)이 창의력을 강조한들 약발이 먹히기나 할까. 재벌이라고 다를까. 삼성가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소송을 진행 중인 임우재씨는 최근 언론에 “삼성에서 장인어른(이건희 회장)의 말씀은 헌법”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 시절의 수직적 문화를 덜어내고 변화를 얘기하는 것은 옳지만 그 역시 삼성의 절대자이고, 삼성이 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다를 것은 없어 보인다. 변화를 강조하면서도 석 달 안에 방안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최태원 회장의 모습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이다.

재일동포 3세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은 최근 주총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내 나이 60이다. 당초 생일날 후임자를 발표하고 은퇴하려 했다(손 회장은 2년 전 구글 출신의 니케시 아로라를 후계자로 영입했다). 그런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사장직에 대한 추가 욕심이 생겼다. 사장 계속하면 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실리콘밸리에서 60은 화석이다. 후임자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반드시 하고 싶은 게 있다.” 그의 말에서 노욕은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 재벌 총수들은 창업자보다는 상속자들이 대부분이다. 지시와 복종이라는 DNA에 익숙하다. 수평적 조직구조의 본질은 구성원들을 동등하게 대하는 인간 중심의 조직문화다. 스스로는 그대로이면서 다 바꾸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혁신과 창의력을 얘기하기 전에 조직원과 호흡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경영체계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다.


Read more: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7042056015&code=990100#csidx326beb496ba5cbeb8d314b67fc7e020
취기가 오르면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는 뜻밖이다. 뭔가를 골몰히 생각할 때 창조적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라고 여겼던 통념과는 거리가 꽤 있다. 5년 전의 발표지만 미 일리노이대 팀의 연구결과는 여전히 흥미롭다. 맥주를 마신 남성들과 마시지 않은 남성들에게 단어 3개를 제시한 뒤 4번째 단어를 유추하는 문제를 냈다. 결과는 술을 마신 그룹이 40%나 문제를 더 잘 풀었다. 문제를 푸는 속도도 빨랐다. 뇌의 기억 용량은 알코올이 들어가면 줄고 대신 창의력 용량이 커진다는 게 결론이다. 창의력이 정점에 달하는 혈중 알코올농도는 0.07%라고 한다. 맥주 1000㏄를 마시는 정도다.

과거 얘기를 꺼내는 것은 한국 산업계가 요즘 창의력에 죽기살기로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엊그제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무선마이크를 달고 무대에 올라 “과거 성공과 관행에 안주하지 말고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나가자” “익숙한 출퇴근 문화부터 근무시간, 휴가, 평가·보상, 채용 등의 제도와 규칙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판을 짜는 노력을 해야 산다는 얘기다. 최 회장뿐인가. 한국거래소는 조직문화 개선방안에 대한 컨설팅 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수평적 형태의 자발적 조직문화를 만드는 게 목표이다. 금융권의 화두도 혁신이다. 삼성전자도 내년부터 기존 7단계인 직급을 4단계로 줄인다. 상사를 부를 때는 ‘○○○님’으로 하고, 여름철에는 반바지 착용도 가능하다고 한다. 소통하고 창의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다만 임원들은 해당되지 않아 이재용 부회장을 ‘재용님’으로 부르긴 어려워 보인다.

기실 권한 분산과 수평적 협력 모델을 최고로 치는 기존의 경영학 관점에서 보면 삼성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조직이다. 6년 전 애플의 아이폰이 세계를 휘젓자 삼성은 몇개월 만에 뚝딱 갤럭시S를 만들어 시장에 내놨다. 갤럭시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삼성은 휴대폰 왕국이 됐다. 카리스마를 가진 총수의 지휘 아래 기획·개발·제조·마케팅에 전사적으로 달라붙어 역량과 자원을 일사불란하게 재배치한 결과다. 문제는 진화가 더 이상 미래를 담보하는 해답이 아니라는 데 있다. 과거 진화를 거듭하던 미국과 일본의 거대 제조업체들은 생태계가 바뀌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미래 산업의 총아인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은 말할 것도 없고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혁신기업들을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키워드는 유연성과 자유로움으로 무장한 스타트업 정신이다. ‘명령은 전달되는 단계마다 잡음은 두 배로 늘고, 메시지는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정보이론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명령체계의 간소화를 의미하는 수평적 구조는 한국 기업 모두에 절실하다. 이런 점에서 산업계가 혁신을 화두로 삼는 것은 옳다. 그럼에도 불안한 것은 한국식 혁신의 뒷전에 계획경제 시대의 경직된 사고방식과 권위주의가 어른거린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리꽂히는 낙하산에 줄을 서야 하는 공기업에서 수평적 조직문화를 말하는 것은 애초부터 사기다. “‘원만하고, 부드러우며, 매끄러운 인간관계’만을 요구하며 조직원들을 최대한 멍청하게 만드는 은행 조직”(최동석 경영컨설턴트)이 창의력을 강조한들 약발이 먹히기나 할까. 재벌이라고 다를까. 삼성가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소송을 진행 중인 임우재씨는 최근 언론에 “삼성에서 장인어른(이건희 회장)의 말씀은 헌법”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 시절의 수직적 문화를 덜어내고 변화를 얘기하는 것은 옳지만 그 역시 삼성의 절대자이고, 삼성이 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다를 것은 없어 보인다. 변화를 강조하면서도 석 달 안에 방안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최태원 회장의 모습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이다.

재일동포 3세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은 최근 주총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내 나이 60이다. 당초 생일날 후임자를 발표하고 은퇴하려 했다(손 회장은 2년 전 구글 출신의 니케시 아로라를 후계자로 영입했다). 그런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사장직에 대한 추가 욕심이 생겼다. 사장 계속하면 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실리콘밸리에서 60은 화석이다. 후임자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반드시 하고 싶은 게 있다.” 그의 말에서 노욕은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 재벌 총수들은 창업자보다는 상속자들이 대부분이다. 지시와 복종이라는 DNA에 익숙하다. 수평적 조직구조의 본질은 구성원들을 동등하게 대하는 인간 중심의 조직문화다. 스스로는 그대로이면서 다 바꾸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혁신과 창의력을 얘기하기 전에 조직원과 호흡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경영체계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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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기가 오르면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는 뜻밖이다. 뭔가를 골몰히 생각할 때 창조적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라고 여겼던 통념과는 거리가 꽤 있다. 5년 전의 발표지만 미 일리노이대 팀의 연구결과는 여전히 흥미롭다. 맥주를 마신 남성들과 마시지 않은 남성들에게 단어 3개를 제시한 뒤 4번째 단어를 유추하는 문제를 냈다. 결과는 술을 마신 그룹이 40%나 문제를 더 잘 풀었다. 문제를 푸는 속도도 빨랐다. 뇌의 기억 용량은 알코올이 들어가면 줄고 대신 창의력 용량이 커진다는 게 결론이다. 창의력이 정점에 달하는 혈중 알코올농도는 0.07%라고 한다. 맥주 1000㏄를 마시는 정도다.
 
과거 얘기를 꺼내는 것은 한국 산업계가 요즘 창의력에 죽기살기로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엊그제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무선마이크를 달고 무대에 올라 “과거 성공과 관행에 안주하지 말고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나가자” “익숙한 출퇴근 문화부터 근무시간, 휴가, 평가·보상, 채용 등의 제도와 규칙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롭게 판을 짜는 노력을 해야 산다는 얘기다. 최 회장뿐인가. 한국거래소는 조직문화 개선방안에 대한 컨설팅 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수평적 형태의 자발적 조직문화를 만드는 게 목표이다. 금융권의 화두도 혁신이다. 삼성전자도 내년부터 기존 7단계인 직급을 4단계로 줄인다. 상사를 부를 때는 ‘○○○님’으로 하고, 여름철에는 반바지 착용도 가능하다고 한다. 소통하고 창의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다만 임원들은 해당되지 않아 이재용 부회장을 ‘재용님’으로 부르긴 어려워 보인다.
 
기실 권한 분산과 수평적 협력 모델을 최고로 치는 기존의 경영학 관점에서 보면 삼성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조직이다. 6년 전 애플의 아이폰이 세계를 휘젓자 삼성은 몇개월 만에 뚝딱 갤럭시S를 만들어 시장에 내놨다. 갤럭시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삼성은 휴대폰 왕국이 됐다. 카리스마를 가진 총수의 지휘 아래 기획·개발·제조·마케팅에 전사적으로 달라붙어 역량과 자원을 일사불란하게 재배치한 결과다. 문제는 진화가 더 이상 미래를 담보하는 해답이 아니라는 데 있다. 과거 진화를 거듭하던 미국과 일본의 거대 제조업체들은 생태계가 바뀌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미래 산업의 총아인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은 말할 것도 없고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혁신기업들을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키워드는 유연성과 자유로움으로 무장한 스타트업 정신이다. ‘명령은 전달되는 단계마다 잡음은 두 배로 늘고, 메시지는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정보이론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명령체계의 간소화를 의미하는 수평적 구조는 한국 기업 모두에 절실하다. 이런 점에서 산업계가 혁신을 화두로 삼는 것은 옳다. 그럼에도 불안한 것은 한국식 혁신의 뒷전에 계획경제 시대의 경직된 사고방식과 권위주의가 어른거린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리꽂히는 낙하산에 줄을 서야 하는 공기업에서 수평적 조직문화를 말하는 것은 애초부터 사기다. “‘원만하고, 부드러우며, 매끄러운 인간관계’만을 요구하며 조직원들을 최대한 멍청하게 만드는 은행 조직”(최동석 경영컨설턴트)이 창의력을 강조한들 약발이 먹히기나 할까. 재벌이라고 다를까. 삼성가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소송을 진행 중인 임우재씨는 최근 언론에 “삼성에서 장인어른(이건희 회장)의 말씀은 헌법”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 시절의 수직적 문화를 덜어내고 변화를 얘기하는 것은 옳지만 그 역시 삼성의 절대자이고, 삼성이 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다를 것은 없어 보인다. 변화를 강조하면서도 석 달 안에 방안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최태원 회장의 모습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이다.
 
재일동포 3세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은 최근 주총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내 나이 60이다. 당초 생일날 후임자를 발표하고 은퇴하려 했다(손 회장은 2년 전 구글 출신의 니케시 아로라를 후계자로 영입했다). 그런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사장직에 대한 추가 욕심이 생겼다. 사장 계속하면 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실리콘밸리에서 60은 화석이다. 후임자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반드시 하고 싶은 게 있다.” 그의 말에서 노욕은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 재벌 총수들은 창업자보다는 상속자들이 대부분이다. 지시와 복종이라는 DNA에 익숙하다. 수평적 조직구조의 본질은 구성원들을 동등하게 대하는 인간 중심의 조직문화다. 스스로는 그대로이면서 다 바꾸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혁신과 창의력을 얘기하기 전에 조직원과 호흡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경영체계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다.

경향신문 박용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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