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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처가·시댁 갈등 전선
- 목소리 커진 아버지들
외동딸·아들 '애지중지' 결혼해도 계속 간섭해
아버지들 소통하려 하지만 방법 서툴다 보니 역효과
- 친아버지처럼 따라라?
사위·며느리로 존중해야
자식은 부모에 의지말고 경제적·심리적 독립을
#사례1.
결혼 10개월째인 회사원 이모(33)씨는 "장인 때문에 이혼을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야근을 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아내가 화를 내며 친정에 연락을 하면 밤에 장인·장모가 달려온다고 한다. 이씨 장인은 "금지옥엽 기른 외동딸인데 이렇게 홀대를 하나. 혹시 다른 여자가 생겼나"라고 혼낸다는 것이다. 이씨는 "장인한테 '아내와 얘기할 테니 돌아가시라'고 해도 밤새 야단을 친다"며 "이혼소송과 함께 부부 관계를 파탄시킨 장인에게 그동안 받은 고통에 대해 위자료 청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례2.
김모(여·39)씨는 시부모를 모시고 살고 있다. 맞벌이를 하는데 아들(9)·딸(7)을 맡길 데가 없어서였다. 김씨는 남편이 외박을 자주 해서 부부 싸움을 했는데 시아버지는 "남자가 하는 일을 여자가 왜 시시콜콜 알려 하느냐"고 김씨를 혼냈다고 한다. 김씨 남편은 결국 바람을 피운 게 들통이 났다. 김씨는 "시아버지가 '내조를 못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서 오히려 나를 가정파괴범으로 몰았다"고 말했다.
장인과 사위, 시아버지와 며느리 갈등이 늘고 있다. 작년 9월부터 올 8월까지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이 이혼 상담 610건을 분석한 결과 이 중 '배우자 또는 직계존속에게 심하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라는 이유가 170건(27.87%)을 차지했다. 작년 비율(22.05%)보다 5%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양정자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장은 "시아버지나 장인 때문에 못살겠다는 상담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동딸 또는 외동아들로 태어나 무한 경쟁 교육을 받고 자라난 세대들은 장인이나 시아버지의 권위를 무조건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며 "예전에는 말없이 폼을 잡거나 아내를 통해 간접적으로 말하던 아버지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한 부부가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예속돼 있는 경우가 느는 것도 이 같은 갈등이 증가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경제권을 쥐고 있는 시아버지나 장인의 간섭이 늘어서다.
신혼 회사원 강모(여·34)씨는 최근 시아버지로부터 신용카드를 받았다. "집 장만할 때까지 생활비를 지원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강씨는 "카드를 주셔서 감사하지만 아껴 쓰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최모(70)씨는 최근 유럽에 유학을 보낸 딸 부부 집을 찾았다. 최씨는 이들의 유학비를 모두 지원해주고 있다. 최씨는 "딸 내외가 부부 싸움을 하기에 중재를 하려고 했더니 사위가 '왜 간섭하느냐'고 따져서 딸한테 당장 이혼하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선영 국민대 교양학부 교수는 "신세대 시아버지나 장인이 며느리, 사위와 소통하려고 노력하지만, 방법이 서툴다 보니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모(33)씨는 "자신을 친아버지처럼 따르라는 장인어른 때문에 힘들다"고 말했다. 최씨는 술을 거의 못하는데, 최씨 장인이 항상 술자리에 최씨를 불러낸다고 했다.
최씨는 "장인이 '남자가 술도 못 마시면 옹졸해서 못쓴다. 이런 남자하고는 살지 말라'고 아내한테 농담 아닌 농담을 할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장모(70)씨는 최근 결혼한 아들 집에 안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맞벌이하는 며느리가 "시부모가 연락 없이 찾아오면 어떡하느냐"고 아들한테 따졌다기에 아들 부부를 혼냈더니 사돈이 이를 알고 화를 내서 집안싸움이 됐다고 한다.
장씨는 "며느리를 자주 보고 딸처럼 친해지려고 그랬는데 역효과만 나고 말았다"고 했다.
양정자 원장은 "부모는 결혼한 아들과 딸을 성인으로 인정하고 이들의 부부·가정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도록 간섭을 하지 않는 편이 좋다"면서 "자식들은 부모로부터 금전적·심리적으로 독립해야 가정이 편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며느리는 며느리, 사위는 사위이지 결코 딸이나 아들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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