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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88만건… 작년 총량 넘어 "중국 IT·가전, 품질까지 좋아져"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은 추석 명절 연휴를 겨냥해 해외 직구(직접 구매) 카테고리에 '대륙의 실수 스마트워치편' 코너를 따로 만들었다. 한국 직구 소비자를 위해 중국 전자업체 샤오미·레노보를 비롯해 현지 중소기업 제품 40종을 대부분 10만원 이하에 판매하고 있다. 추석 시즌인 이달 9일부터 일주일간 G마켓 중국 직구 상품 전체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이상 뛰었다.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중국 IT 제품 품질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주문이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온라인 쇼핑몰 11번가 관계자는 "중국산 공기청정기는 하루에 1000대 넘게 팔린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전자제품 직구는 88만2000건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를 넘어섰다. 중국 전자제품 직구는 2016년 30만1000건, 2017년 88만건으로 매년 2~3배씩 고속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직구 품목들을 보면 달라진 중국 제품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올해 상반기 전체 직구 인기 품목 10위권 안에는 중국산 공기청정기·무선 청소기·스마트폰이 대거 포진해있다. 2016년만 해도 인기 제품 10위권 안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중국 상품은 바퀴 달린 운동화였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주문이 늘어나면서 물류센터를 잘 구축한 중국 판매자와 협력해 보통 3주 넘게 걸리던 배송 기간을 2주까지 줄였다"며 "직원들이 직접 중국에 방문해 국내에서 애프터서비스(A/S)가 가능한 최신형 제품 위주로 계약을 맺는다"고 말했다.
◇첨단 IT 기기로 주 종목 바뀌어
이달 한국에 불었던 샤오미의 30만원대 신형 스마트폰 포코폰 F1 직구 열풍이 대표적이다.
샤오미가 지난달 유럽과 인도에 출시한 이 스마트폰은 100만원대 삼성전자 신형 갤럭시노트9 가격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성능이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얻었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모바일용 중앙 처리장치)나 배터리·메모리 용량이 갤럭시노트9과 차이가 없다. 국내 소비자들은 인터넷에서 샤오미와 삼성전자의 주요 기능(스펙)을 표로 만들어 비교하면서 중국 쇼핑몰을 이용해 제품을 살 수 있는 방법과 사용기를 올리고 있다.
중국산 가전제품도 저품질 인식을 깨뜨리며 약진하고 있다. 올 7~8월 국내 직구 전문 업체인 코리아센터의 샤오미 선풍기 주문량은 작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샤오미 선풍기는 한 대당 50만원 수준인 일본 발뮤다 선풍기와 비슷한 성능과 디자인을 갖췄지만, 가격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큰 인기를 끌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 들어오는 중국 가전제품 대부분이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를 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능도 갖출 정도로 기술력이 올라왔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황사와 미세 먼지 영향으로 중국산 무선 청소기와 공기청정기 수입량도 지난해보다 각각 8배와 2배 규모로 성장했다. 중국 가전업체 디베아의 무선 청소기는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의 고가 제품과 품질은 유사하지만, 가격이 10분의 1 수준이어서 국내에서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쇼핑 업계 관계자는 "중국제 청소기나 공기청정기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헤어드라이어, 로봇 청소기 같은 다른 가전제품도 덩달아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업체들은 바짝 긴장
관세청에 따르면 2015년만 해도 중국은 국내 직구 시장에서 미국·유럽에 뒤지는 3등(5%)이었다. 이후 지난해 유럽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선 데 이어 올 상반기 23%로 미국(53%)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건강식품, 유럽은 패션 명품, 일본은 음식 재료가 직구 주요 제품인 데 비해 중국은 IT 제품 비중이 높다"며 "이제 국내 소비자들은 미국 대규모 할인 이벤트인 '블랙프라이데이' 때처럼 중국판 할인 행사 '광군제'에 들썩이며 직접 구매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도 중국 전자제품 비중을 키우며 직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과 옥션은 2016년 샤오미의 공식 온라인 판매처로 등록한 뒤 중국 현지 IT 제조업체들과 납품 협약을 늘리고 있다. 11번가는 매일 20여 개 상품을 반짝 할인하는 이벤트에 예전 1~2개 정도였던 중국 상품을 올해부터 5~6개로 늘리면서 스피커·킥보드·마사지기 등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중국발(發) 전자제품 공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격 경쟁만으로 중국 제품을 이기기 힘든 상황에서 가격 차이를 뛰어넘는 품질과 브랜드 파워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 제품을 베낀 모방품으로 판매량을 늘리던 중국 업체들이 이젠 품질까지 강화해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이 더 나은 성능과 디자인으로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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