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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커피 한잔 할까?단맛, 쓴맛, 신맛… 마음대로 골라 마셔봐
커피 사러 갔는데 출입구 안쪽에 서 있던 직원이 문을 열어준다. 주문대 앞에선 바리스타가 먼저 말을 건넨다. "고객님, 여섯 나라 원두가 준비돼 있습니다. 단맛과 신맛, 쓴맛 중에 어떤 걸 좋아하시나요?" 주문을 마치고 포장하려니 "원하는 이미지와 문구 있으면 인쇄해서 붙여드릴게요" 하는 말이 따라온다.
이디야커피가 최근 서울 논현동에 있는 이디야커피랩에서 시작한 '원두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모습이다. 이디야커피뿐 아니다. 커피 전문점들이 앞다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아닌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높이는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서비스와 메뉴를 내놓으며 고객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다방 커피'에서 시작된 한국 커피 시장이 균질한 커피를 내놓는 '브랜드 카페 시대'를 거쳐, '프리미엄화'가 특징인 이른바 '커피 3.0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프리미엄 전략 쏟아내는 커피 전문점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블루보틀커피가 올 상반기 서울 성수동과 삼청동에 잇따라 매장을 연다. 블루보틀은 200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브랜드로 손님이 주문하면 그제야 커피콩을 저울에 달고 갈아서 핸드 드립 방식으로 한 잔씩 커피를 내리며 인기가 치솟았다. '빠르고 저렴하게' 대신 '느리지만 최고의 맛'이란 전략으로 커피 마니아들을 공략한 것이다.
기존 커피 전문점 업계는 블루보틀의 한국 진출을 경계하면서도 준비는 돼 있다는 입장이다. 엔제리너스는 최근 롯데백화점 본점에 프리미엄 스페셜티 매장을 오픈했다.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가 인정한 세계 상위 7%의 원두로 만든 '스페셜티 커피' 3종이 대표 메뉴다. 투썸플레이스는 서울 신논현역점에 소비자가 원두의 로스팅, 추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더해 서울 한남동에는 에스프레소 특화 매장 'TSP737'을 열었다. 통상 커피 전문점에서 한 종뿐인 에스프레소를 주인공으로 16가지 음료를 만들어 판매한다. SPC그룹의 커피앳웍스는 서울 동부이촌점에서 일대일 개인 맞춤형 원두 로스팅 서비스인 '커스텀 로스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민 커피' 소리를 듣는 맥심 등을 판매하는 동서식품도 지난해 서울 한남동에 선별한 원두로 만든 커피를 경험할 수 있는 지하 4층, 지상 4층짜리 '맥심 플랜트'를 열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프리미엄 커피가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우리도 결코 커피 맛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맥심 플랜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성비 믿다간 생존 어렵다"
커피 전문점들의 '프리미엄 진격'은 가성비만을 믿었다가는 생존이 어렵다는 절박감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해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이 판매한 원두커피는 2억3550만잔에 이른다. 편의점 업계에선 올해 편의점 커피 판매량을 3억잔으로 예상한다. 이에 더해 가정과 사무실에는 커피 전문점들의 또 다른 경쟁자인 고급 커피 머신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실제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에스프레소 머신 브랜드의 매출은 전년 대비 6.7% 상승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커피 전문점 가성비 전략의 대표 격인 리필 서비스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할리스커피는 지난 1일부터 전 매장의 음료 리필 서비스를 중단했다.
커피 전문점 브랜드 중 리필 서비스가 되는 곳은 이제 탐앤탐스 정도만이 남았다. 앞서 파스쿠찌와 커피빈도 리필 서비스를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까지 커피에 본격 진출하는 등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임대료 부담까지 압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가성비로는 승부가 어렵고 아예 고급화로 가는 게 낫다고 판단한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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