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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이탈리아 과학자들 세계 빛공해 지도 발표
한국 89%로 최고 수준…캐나다·호주는 ‘청정하늘’
엘이디로 더욱 악화…생태계나 사람 건강에 악영향
“얻은 것은 빛이요, 잃은 것은 별이다.”
1879년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 뉴욕 거리에 처음으로 백열전구를 밝힌 이후 전기 조명은 현대 인류에게 불야성의 시대를 열어줬다. 인류는 환한 인공 조명 덕분에 한밤에도 집과 사무실, 야외 거리, 심지어 바다에서도 한낮처럼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오랜 세월 인류를 사색과 상상, 꿈의 세계로 이끌었던 밤하늘의 별들이 시야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인공 조명이 하늘의 별과 별자리를 가리는 야광 안개 노릇을 하고 있는 탓이다. 불과 수십년 전만 해도 우리의 머리 위를 뒤덮었던 밤하늘의 별들은 도시에선 이제 더 이상 육안으로 보기 어려워졌다.
별자리 구경은 마음 먹고 깊숙한 산골짜기의 천문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이벤트가 되고 말았다. 이제는 태어난 이후 은하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세대들이 지구촌의 다수를 점해가고 있다. 이들은 우주와 우리 인간을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고리를 잃어버린 채 태어난 셈이다. 이처럼 인공조명으로 인해 밤에도 낮처럼 밝은 상태가 유지되는 현상을 빛공해(lightpollution)라고 부른다. 국제천문연맹(IAU)은 자연 상태의 밤하늘보다 10% 이상 밝은 상태(1제곱미터당 14마이크로칸델라 안팎)를 빛공해로 규정하고 있다.
자연 상태의 밤하늘보다 10% 이상 밝으면 빛공해
현대 인류가 겪고 있는 빛공해는 어느 정도일까? 미국과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지난 10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Advances)에 최신 빛공해 지도를 작성해 발표했다. 이 지도에 따르면 지구촌 인구의 80% 이상이 인공조명에 오염된 하늘 아래서 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구의 99%가 빛공해로 오염된 밤하늘 아래서 산다. 지구촌 인구의 3분의 1 이상은 이제 더 이상 지구를 품고 있는 은하수를 볼 수 없는 곳에서 살고 있다. 유럽에서는 인구의 60%, 북미에서는 인구의 80%가 그런 지역에 산다. 땅 면적으로 보면 북위 75도~남위 60도 사이에 있는 세계 육지의 23%, 유럽 대륙의 88%가 밤하늘 빛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서유럽에서 여전히 옛적의 밤하늘을 간직하고 있는 곳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들 지역은 주로 스코틀랜드, 스웨덴, 노르웨이에 분포해 있다.
한국은 빛공해 순위에서 어느 자리에 위치해 있을까? 단연 톱클래스다. 선진국 그룹에서 빛공해가 가장 광범위한 나라는 싱가포르, 이탈리아, 한국으로 꼽혔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나라 전체가, 이탈리아는 전체의 90%가, 한국은 89%가 빛공해 지역이다. 땅 크기가 한국의 100배에 이르는 미국은 거의 절반이 여기에 해당한다. 논문 공동저자로 참여한 댄 두리스코(DanDuriscoe) 미 국립공원관리청 천문프로그램 매니저는 “옐로스톤 같은 몇몇 국립공원만이 어둠의 마지막 피난처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빛공해가 가장 적은 나라는 캐나다, 호주 순이다. 호주는 전체 땅의 0.9%, 캐나다는 2.7%에 불과했다. 인구 비율로 본 빛공해 최소국은 아무래도 저개발국들이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차드, 마다가스카르는 인구의 75% 가량이 빛공해가 없는 밤하늘 아래서 산다.
달빛이 나침반인 아기 거북, 바다 찾는데 애먹어
특히 에너지 효율이 높은 엘이디(LED) 조명 보급이 확산되면서 빛공해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많은 도시들이 가로등을 엘이디로 속속 교체하고 있다. 엘이디에 의한 빛공해 사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위성 사진이 있다. 2012년과 2015년에 각각 찍은 이탈리아 밀라노 지역의 밤 사진이다. 2012년에 찍은 밀라노의 밤은 상대적으로 어둡고 노란색 빛이 난다. 그러나 2015년의 사진은 푸른빛이 감도는 하얀색으로 훨씬 더 환하게 빛난다. 밀라노 중심가의 가로등이 에너지효율이 높은 LED 조명으로 교체됐기 때문이다. 엘이디 조명이 내뿜는 파란색 빛은 다른 색보다 공기 중에 훨씬 더 잘 퍼져나간다. 파란색은 사람의 눈에도 더 잘 띈다. 연구진은 세계의 도시들이 모두 조명을 엘이디로 바꾸면 밤하늘이 지금보다 2배 이상 더 밝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제는 빛의 효율성만 보지 말고, 빛의 질에도 관심을 갖고 좀더 부드러운 조명 개발에 나설 때라고 강조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이탈리아 빛공해과학기술연구소의 파비오 팔치(FabioFalchi) 박사는 “생생한 밤하늘을 볼 수 없다는 건 문화적 손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빛공해를 문제 삼는 것이 단순히 자연이 선사한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나치게 강한 인공조명은 자연생태계는 물론 사람의 건강에도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나무들은 인공 조명으로 광합성 작용에 교란이 일어나면서 계절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 달빛을 나침반 삼아 바다를 찾아가는 아기 바다거북은 인공 조명에서 나오는 빛과 달빛이 뒤섞이는 바람에 바다를 찾는데 애를 먹는다. 환한 불빛은 또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는 등 인간의 생체리듬과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빛공해는 미래세대를 위해 자연을 보존하고 보호해야 할 임무는 낮뿐 아니라 밤에도 계속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이번에 내놓은 빛공해 지도가 그동안 다른 환경 이슈에 비해 덜 주목받았던 빛공해 문제에 대한 새로운 각성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에 나온 아틀라스는 2001년에 이은 2번째다. 당시와는 다른 위성(수오미 NPP) 데이터와 3만 곳의 지상 관측 데이터를 사용해 업데이트했다. 관측 위성과 시간대가 달라 두 지도 사이의 직접 비교는 불가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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