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세대교체 성공하며 약진
중국을 대표하는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화웨이’ ‘샤오미’에서 ‘오포(
OPPO)’와 ‘비보(
VIVO)’로 넘어가는 추세다.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언론들은 7일(현지 시간) “올해 3분기(7∼9월)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엄청난 변화가 목격됐다”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오포, 비보가 화웨이와 샤오미를 제치고 1, 2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오포와 비보는 ‘2세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불리는 곳이다. 이들은 애플 삼성전자 화웨이 등 전통적 강자들이 만든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목격한 뒤에야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한 신생업체다.
2011년 처음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해 불과 4, 5년 만에 중국 내수시장을 완전히 장악했고, 올해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도 4, 5위를 나란히 차지하며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전통적 강자로 꼽히던 삼성전자와 애플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안정적 세대교체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 주도권 잡은 중국
올해 3분기(7∼9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순위를 살펴보면 삼성전자(20%), 애플(12.5%)이 1, 2위를 차지했고, 3∼5위는 모두 중국 기업들이 차지했다. 화웨이가 9.3%로 3위, 오포(7%)와 비보(5.8%)가 나란히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 애플의 양강 구도가 여전하다고 볼 수 있지만 오포와 비보가 중국 음향·영상 전문 업체 부부가오(步步高·
BBK)그룹을 모회사로 둔 사실상 ‘형제 회사’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오포와 비보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12.8%) 2위 애플을 넘어선다. 화웨이 숫자까지 합치면 1위 삼성전자(20%)마저 넘어서 사실상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은 중국 기업에 넘어갔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오포는 한국 돈으로 50만 원대 중가형 스마트폰 생산·판매에 주력하고, 비보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80만 원대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주로 생산한다. 시장을 세분한 뒤 각각 공략하는, 사실상 팀플레이를 하고 있다. 오포, 비보는 삼성전자, 애플 제품을 따라한 화웨이의 초창기 전략과 달리 카메라, 오디오 등 특징을 살린 제품을 주로 내놓고 있다.
BBK그룹에 속한 다른 스마트폰 업체 원플러스도 마찬가지다. 원플러스는 2014년 창업해 1년 만에 미국,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100만 대를 팔아치웠다. 원플러스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용자마다 다른 성향을 고려해 제품을 만든다면 얼마든지 차별화가 가능하다”며 “그것이 우리의 성장 전략”이라고 말했다.
○ 인도 등 신흥시장 공략이 관건
이런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안정적 세대교체로 삼성전자와 애플의 자리는 점점 위협받고 있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흡수하고,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해외 우수 인적자원 영입을 통해 성장하는 제2, 제3의 화웨이가 나와 한국 기업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짝퉁폰’이라 불리는 값싼 제품을 생산할 뿐이며 급격한 성장세도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 덕분이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1세대 화웨이는 이제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할 정도로 기술적 면에서도 성장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 홈그라운드인 한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도 P9, P9플러스를 판매하겠다고 도전장을 냈다.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부터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애플도 3분기 중국 아이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감소해 5위로 추락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격전지로 꼽히는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 중국 1, 2세대 제조업체들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순위가 곧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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