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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1200㎞로 달릴 수 있는 초고속 열차 ‘하이퍼루프(hyperloop)’가 상용화에 한발 더 다가섰다. 하이퍼루프는 진공(眞空) 속에서 자기 부상 방식으로 달리는 열차로 최근 처음으로 시제품 주행 시험에 성공한 것이다.
12일(현지 시각) 포브스·데일리메일 등 미국·영국 매체들은 미국 하이퍼루프원이 지난 5월 12일 실제와 유사한 선로에서 하이퍼루프 시험 주행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하이퍼루프원은 이날 미국 네바다주 사막 북부에 설치한 500m 길이의 튜브 중 일부 구간을 5.3초간 달리고 멈추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연구 수준의 시험 주행은 많았지만 자석이 깔린 진공 상태 튜브에서 시험 주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방송 CNBC는 “머릿속에만 있던 하이퍼루프가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기업들 상용화에 박차
하이퍼루프는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지난 2013년 처음 제안했다. 캡슐형 열차가 공기를 빼낸 튜브 속을 달리기 때문에 공기 저항이 거의 없어 이론상으로는 음속(시속 1224㎞)에 가까운 속도를 낼 수 있다. 실제 이 속도로 달린다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분 안에 주파할 수 있다.
하이퍼루프는 그동안 아이디어 차원에 가까웠다. 하이퍼루프원을 비롯해 업체들이 주행 시험을 한 적은 있지만 100m 내로 구간이 짧았고 모두 외부 선로 위에서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기 부상 선로를 갖춘 진공 상태의 튜브에서 주행 시험을 했다. 하이퍼루프원은 올 하반기 테스트에서는 시속 250마일(약 402㎞)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성공하면 고속열차 KTX보다 빠른 하이퍼루프 기술을 확보하게 된다.
지난 2013년 설립된 스타트업 하이퍼루프 트렌스포테이션 테크놀로지(HTT)도 올해 미국에서 시험 주행을 앞두고 있다. HTT는 최근 진공펌프 전문회사 레이볼드 등 40여개 이상의 기업과 제휴를 맺고 600명 이상의 전문가를 영입하며 하이퍼루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스카이트랜은 올해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협약을 맺고, 최대 4명이 탈 수 있는 하이퍼루프 개발에 착수했다.
◇중동에서 먼저 상용화되나?
전문가들은 중동과 유럽에서 가장 먼저 하이퍼루프가 달리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퍼루프는 운영 비용은 적지만 모든 선로에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코일을 깔아야 하기 때문에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때문에 하이퍼루프 기업들은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동의 ‘오일 머니’를 공략하고 있다. 하이퍼루프원은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와 협약을 맺고 아부다비에서 두바이까지 연결하는 160㎞ 길이의 하이퍼루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HTT는 지난해 UAE에서 하이퍼루프 사업 타당성 평가를 마쳤다. UAE에 이어 슬로바키아·인도네시아와도 투자협정을 맺고 하이퍼루프 기술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 ‘한국형 하이퍼루프’ 개발 착수
국내에서도 하이퍼루프와 같은 초고속 열차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물론 아직은 연구 단계이며 상용화에 나선 기업들은 아직 없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지난해 6월 실물 크기를 52분의 1로 줄인 모형 캡슐 열차를 실험실에서시속 700㎞ 달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하이퍼루프의 핵심인 자기부상과 ·공기 압축 기술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비봅 그래스타 HTT 회장도 “한국은 하이퍼루프 주요 기술에서 세계 톱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지난달 15일 부산에서 HTT와 2026년 시험운행을 목표로 한국형 하이퍼루프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하이퍼루프 공동개발 사업에는 건설기술연구원을 포함해 6개 국내 공공 연구기관이 참여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도 지난해 7월 향후 5년간 14억원을 투입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16분 만에 도달할 수 있는 한국형 하이퍼루프 ‘유루프(U-Loop)’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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