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은 감미롭고, 비는 상쾌하고, 바람은 힘을 돋우며, 눈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가 있을 뿐이다.” 19세기 말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의 말이다. 비록 폭풍우라 하더라도 거대한 바다에 산소와 유기물을 흩뿌리며 생명이 넘치게 하는 것은 태풍의 덕이다. 거친 바람과 폭우, 세찬 눈보라조차도 대기 순환을 통해 생명에 도움을 주는 균형 활동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균형 활동이 점차 거칠게 나타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지는 지구가 자신의 균형을 맞춰가기가 힘겨운 모양이다. 폭염과 폭우, 혹한이 반복되는 기상이변을 겪어내야 하는 우리에게 날씨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구가 스스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구온난화를 되돌릴 수 없는 시점에 접근하고 있다. 지구는 460도 고온 속에 황산비가 내리는 금성처럼 변할 수 있다”며 멸망을 원치 않는다면 200년 안에 지구를 떠나라는 묵시록적 유언을 남기고 올 3월 타계했다. 지구와 가까이 있고 밤하늘의 별 중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금성은 1960년대만 해도 플로리다 해변과 같은 온화한 날씨를 가진 이상향으로 그려지곤 했었다.
그러나 1967년 이후 우주탐사선인 옛 소련의 베네라호(號)와 미국의 매리너호에 의해 밝혀진 금성의 실제는 상상 속의 모습과는 달랐다. 아름다운 여신 ‘비너스’의 이름을 딴 금성은 대기의 온도가 섭씨 457도이고 초속 360m의 폭풍이 불며 황산으로 이루어진 구름에서 황산비와 천둥이 내리치는 지옥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 된 연유에는 이산화탄소가 있다. 금성의 대기는 이산화탄소가 96.5%, 나머지는 대부분 질소로 구성되어 있다. 이산화탄소에 의한 온실효과가 없다면 금성 기온은 27도 정도의 아열대기후를 보였을 것이다. 지구와 쌍둥이 행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슷한 조건을 갖고 탄생한 금성에는 한때 바다도 있었다. 이런 금성이 지옥의 불덩이로 변하게 된 것은 태양풍에 의한 대기 변화와 끊임없는 화산활동으로 이산화탄소가 쌓였기 때문이다. 두께 80km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대기층에 덮여 있는 금성은 지구온난화의 극단적인 예로 종종 언급된다.
금성의 온난화가 자연에 의한 것이었다면 지구의 온난화는 인간에 의한 것이다. 인간은 매년 130억 t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고 있고 대기 중 위험 농도인 400ppm을 이미 5년 전에 넘겨버렸다. 그러므로 2015년의 파리기후협약은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절체절명의 약속이며 꼭 지켜져야만 하는 것이다.
“세상에 나쁜 날씨는 없다. 준비 안 된 사람이 있을 뿐이다.” 스코틀랜드의 속담이다. 우리가 날씨의 균형을 복원하도록 조치를 취하든지 아니면 다른 준비를 해야 한다. 테슬라의 창업주인 일론 머스크는 지구를 떠나 화성에 새로운 피난처를 마련한다면서 우주왕복선 사업인 ‘스페이스X’를 줄기차게 개발하고 있다. 우리가 지구를 살릴 수 없다면 지구를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날씨는 죄가 없다. 준비 안 된 우리가 있을 따름이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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